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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애 문화산책] ‘군’과 나의 가족

입력 2018. 10. 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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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정 애 숙명여자대학교 총장
강 정 애 숙명여자대학교 총장



얼마 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인기리에 종영됐다. 대한제국 말기를 살아가는 개인의 삶이 제국주의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지를 그려냈다. 대한제국, 미국과 일본이라는 주인공의 조국은 고스란히 각 개인 간의 권력과 위계질서로 반영된다. 일본인은 미국인을 어찌하지 못하고, 조선의 노비도 미국인이 된 후에는 대한제국의 황제 앞에서 당당하다. 시대와 조국은 그렇게 각 개인의 삶에 근본적으로 개입한다. 국가나 민족의 운명 따위는 관심 없는 개인이라도, 그 흐름과 별개로 살아갈 수는 없다. 내 가족사에도 대한민국의 역사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

나의 아버지는 6·25전쟁 당시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터 한가운데서 동해안 도로를 닦는 데 기여한 공으로 무공훈장을 받으셨다. 같은 전쟁에서 아버지와 같은 수많은 용사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전쟁에 몸을 던졌다. 어머니는 자식들이 이만큼이라도 살 수 있는 것은 아버지와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버릇처럼 말씀하셨다.

나의 시할아버님인 권준(權晙) 장군은 대한제국 말 유학자 가정에서 태어나 경술국치에 따라 나라 잃은 설움을 극복하고자 중국으로 망명하여 의열단을 창시한 13인 중의 한 분이다. 귀국 이후에는 서울지역의 초대 수도경비사령관에 임명됐으며, 6·25전쟁 참전 및 육군 제1훈련소 소장, 초대 3관구 사령관, 초대 50사단장 등을 역임하셨다. 조국의 광복에 일생을 헌신한 공을 인정받아 독립훈장을, 건군과 나라를 수호하는 데 기여한 공으로 무공훈장 등을 받은 후 지금은 국립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잠들어 계신다.

21세기의 우리 조국은 남성들에게 ‘병역의 의무’라는 방식으로 개입한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국민은 남북분단이라는 아픔을 배경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평화와 공존’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시대적 배경의 변화는 우리 개개인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주 단순하게, 평화가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준다면 우리의 전반적인 삶도 윤택해질 것이고, 반대로 빈곤을 가져다준다면 우리의 삶도 상대적으로 곤궁해질 것이다. 각 개인이 가진 입장이 무엇이든,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우리의 삶에도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미스터 션샤인’의 등장인물들은 각자 다른 조국에 속해 있으면서도, 결국은 하나의 운명을 향해 뛰어든다. 시대가 개인들의 운명에 개입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지만, 각 개인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의지로 자기의 삶을 결정지어 나가는 모습으로 보였다.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보십시오”라고 말했다. 결국 시대적 배경도, 조국도, 우리 개개인의 선택과 의지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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