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순직 권 중사 추모비 보면서 눈시울 붉혀
무려 37년이다. 군에서 맺은 인연이 끊이지않고 이어지고 있는 전우회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하얀 호랑이들의 모임이라는 ‘백호회’. 육군21사단 천지담연대 수색소대 출신들이 만든 전우회다.
1981년 9월부터 1982년 3월 사이에 당시 21사단 수색대대에서 근무한 심재권(소령 예편·60) 씨를 비롯한 27명의 예비역들이 회원이다.
서로의 애경사를 40년 가까이 챙기다 보니 어느새 부인들까지 모임에 참여, 이제는 가족 모임으로 발전하게 됐다. 최근엔 5년 이상 차이가 나는 선후배들까지 참여하면서 모임의 규모가 한층 커졌다.
수색소대 진한 전우애로 하나 된 선후배
지난 8월엔 회원들이 모여 옛 부대를 다시 찾았다. 부대를 거닐며 끈끈한 정으로 뭉쳤던 옛 시절로 되돌아갔다. 후배들을 만나 군 생활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진심 어린 조언도 전해줬다. 30년 전 경험을 들려주며 과거의 경험을 공유했다. 선배들의 설명에 장병들은 공감과 호응을, 때로는 신기함을 표현했다.
“수차례 작전에 투입됐지만, 탄알집과 수류탄을 분배받고 총기안전검사를 할 때는 긴장감이 들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옆에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이 어찌나 든든하던지.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예비역들을 대표해 소통의 장을 이끌던 백호회 회원 김성섭(58) 씨는 군 생활에 있어 많은 부분이 달라졌겠지만 ‘전우애’의 중요성만큼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첩첩산중 외진 곳에서 DMZ 수색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우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생긴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김씨의 말대로 수색소대는 진한 전우애가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김남균 상병은 “시간은 지났지만 지금도 투철한 전우애는 우리 부대의 자랑”이라며 “오늘 대선배님들의 방문을 통해 20년 뒤 전우들과의 모습을 꿈꾸게 됐다”고 밝혔다. 이구헌(51) 씨는 “지금 당장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도 있겠지만 전우를 의지해 이겨낸다면 우리처럼 평생의 보물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을 후배로…대(代) 잇는 직계가족병
직계가족병으로 아들을 부대 후배로 맞이한 회원도 있다.
시석(62) 씨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수색소대에 근무하고 있는 시정욱 병장이 그 주인공이다.
시 병장이 직계가족병으로 근무하게 된 것은 지금은 대선배가 된 아버지의 권유였다. 시씨는 아들에게 자신이 느꼈던 자부심과 끈끈한 전우애를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시 병장은 아버지의 권유를 거절했다. 아버지와 같은 부대에 근무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아들이 처음 거부 의사를 밝힐 때는 내심 섭섭하기도 했지만 억지로 해서 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설득했다”고 말했다.
거부의 뜻을 밝히던 시 병장은 아버지의 계속되는 권유에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다를 것 없어 보이는 군 생활에서 아버지가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입대하고 어느덧 병장이 된 시 병장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직계가족병으로 입대하기를 너무 잘한 것 같다”며 “아버지께서 입버릇처럼 말씀하신 전우의 애틋함을 깨닫게 돼 이제는 아버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다”고 밝혔다.
시 병장의 아버지는 “모임에서 아들이 우리가 근무한 부대에 근무한다고 하니 다들 너무나 부러워한다”며 “늦둥이라도 낳아서 직계가족병으로 입대를 시키겠다는 동료들도 생겼다”고 웃으며 말했다.
아픈 상처도 함께…순직한 권 중사 추모
이날 회원들과 병사들은 1977년 DMZ에서 수색정찰 중 순직한 고(故) 권혁만 중사를 추모하는 시간도 가졌다. 권 중사의 추모비는 2개인데 하나는 당시 권 중사의 동료들이 권 중사를 추모하며 임시로 만든 것이고, 다른 하나는 후배들이 권 중사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며 만든 것이었다.
순직 당시 권 중사를 소대본부까지 업고 왔던 김유련(63) 씨에게 당시 상황은 여전히 잊히지 않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부대에 오기 며칠 전부터 잠이 안 왔다”며 “당시 만들었던 추모비를 보니 마음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흘렀다”고 말했다.
추모식에 참석한 유비 상병은 “내가 지키고 있는 곳이 나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많은 선배들이 지켰던 곳이고 또 앞으로도 지켜야 할 곳이라는 생각에 책임감과 함께 긍지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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