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화식으로 풀어보는 경제교실

가격의 변화 꿰뚫어 볼 수 있는 지혜

입력 2018. 09. 1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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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화 불리려면 반드시 필요<50> 시변(時變)의 지혜


프랑스에서 최고의 투자전문가로 알려진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가격이 급등한 다음에 매입하면 실패한다는 ‘코스톨라니의 달걀’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큰손들이 서서히 매입해 가격의 상승을 유도하면 너도나도 매수 대열에 가세해 가격이 치솟게 된다. 하지만 이때 냉정해야 한다. 이 순간을 기다린 큰손들이 매물을 처분하고 시장을 빠져나가면 호가만 무성하다가 누군가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게 되면 가격이 연쇄적으로 하락해 뒤늦게 대출을 안고 매입한 사람들은 큰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만약 외부의 경제적 충격이 겹치기라도 한다면 하락 폭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최근에 서울의 주택가격이 이상 급등세를 보여 정부의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인구가 증가한 것도 아니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호경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집값은 4년 동안 계속 오르고 있다. 지방에서도 서울의 주택을 사려는 주문이 이어져서 가격은 더욱 오르고 매물은 자취를 감추었다.

집값 상승은 계속될까? 계속된다고 믿으면 매수할 것이고 믿지 않으면 매도하거나 관망할 것이다. 필자의 2012년 비망록에는 집값이 언제 오르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집값이 올랐을 때 과도한 대출로 집을 장만했지만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으로 큰 고통을 받던 시기였다. 오를 것 같지 않았던 주택가격이 2014년부터 조금씩 오르다가 최근에 엄청나게 올랐다. 집값이 미쳤다고 하지만 집값을 미치게 만든 건 사람이다. 강남 4구의 노후아파트 재개발이 거의 동시에 추진돼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가격이 오르자 돈을 벌 수 있다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매수함으로써 더욱 오르게 된 것이다.

올해 2분기 가계대출은 1409조9000억 원이나 된다. 전분기 대비 22조7000억 원이나 늘어서 집을 가졌지만 빈곤한 하우스푸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사려는 사람이 있는 한 가격은 오르게 된다. 하지만 하늘이라도 뚫을 것 같았던 가격도 어느 순간에 멈추고 폭락해 긴 침체의 터널로 들어간다. 시장은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므로 가격이 올랐을 때 들떠서 매입하지 말아야 한다. 곧 이어질 하락기에 큰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재화를 불리고 싶다면 가격의 변화를 꿰뚫어보는 지혜를 길러야 한다. 공포에 질려 남들이 팔아버리는 침체기에 매수했다가, 남들이 사려고 아우성인 폭등상황에서 매도해야 한다. 이것이 사마천이 강조했던 화식사상의 시변(時變) 경제이론이다. 시변의 지혜를 터득하면 화식(貨殖)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집값이 급등한 현상만 보고 더 오를 것이라고 확신해 매수하는 실수는 하지 않게 된다.

아울러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시변 경제이론에 대한 이해의 공감대를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마천과 같은 선지자들이나 앙드레 코스톨라니와 같은 전문가들이 강조했던 것처럼 가격이 바닥을 칠 때 사 두었다가 하늘을 뚫을 듯이 치솟을 때 팔아야 한다는 원리를 국민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언제나 동일한 선택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가격이 낮을 때는 외면했다가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기 시작하면 주목하는 패턴을 뒤집어야 한다. 남들과 반대로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시변의 지혜를 기억해야 한다.

<권영득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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