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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정착 모멘텀 유지 위해 연내 가시적 성과 이뤄져야”

김상윤 기사입력 2018. 07. 26   16:54

● 인터뷰 - 국방대학교 김영호 안보문제연구소장

국방대학교 김영호 안보문제연구소장이 정전협정 65주년과 관련, 한반도 안보정세의 변화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국방대 제공



한반도 역사적 기회가 열린 만큼

종전선언은 매우 큰 효과 기대

우리 노력과 주변국 지지 계속 촉구


北은 과감한 비핵화 조치가 필요,

美는 북에 종전선언·제재완화 같은

보상조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쉬이 갈 길이라면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을 터다.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빠르게 올 것 같았던 한반도 평화의 여정은 쉼표에서 쉽게 나아가지 않고 있다. 국방대학교 김영호 안보문제연구소장은 정전협정 65 주년 특별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의 역사적 기회가 열린 현 상황에서 모멘 텀을 유지하기 위해선 올해 안에 이정표가 될 만한 가시적 성과를 이루는 것이 중 요하다 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27일은 정전협정 체결 65주년 되는 날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정전’과 ‘휴전’ 개념이 혼용되고 있다.

“6·25전쟁 때 체결된 협정은 정전협정(armistice treaty)인데,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던 한자의 관례적 의미에 따라 정전협정 대신 휴전협정으로 최초 번역되면서 개념의 혼동이 초래됐다. 우선 정전과 휴전 모두 적대행위를 중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체결권자와 적용범위, 기간 등에서 차이가 난다. 정전(armistice)은 교전국 또는 교전국의 총사령관 간 합의로 단순한 군사적 적대행위를 넘어 정치적 행위까지 포함하는 데 비해 휴전(truce)은 해당 지역사령관 간 한시적 합의로 적용지역과 내용이 상대적으로 좁다는 특징이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여기에 더욱 좁고 짧게 전투행위를 멈춘다는 의미의 정화(停火·ceasefire)라는 표현도 있다.”


- 그럼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차이는 무엇인가?

“종전선언은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을 끝내고 더 이상 상호 적대적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절차적으로 다시 전쟁을 시작하려면 선전포고를 다시 해야 한다. 이에 비해 평화협정은 단순히 전쟁 종결을 넘어 교전국 간 상호 화해와 신뢰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좀 더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의사까지 담은 합의다.”


-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선후 관계가 성립되는지?

“논리적으로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선후 개념으로 볼 수 있지만, 현실에서 두 협정을 순차적으로 모두 맺는 경우는 드물다. 종전협정 체결 이후 교전국 간 관계가 점차 개선돼 평화협정 체결 없이도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고, 반대로 정전상태에서 상호 화해와 신뢰구축이 이뤄져 종전협정 체결 없이 곧바로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평화협정 체결 전 절차적으로 종전선언 및 상호 불가침 합의, 그리고 충분한 화해와 교류협력의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 한반도로 관점을 좁혀보자. 종전선언 참여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심각해 보인다.

“원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에서 논란이 되어온 것은 한국과 중국의 참여 문제였다. 정전협정 체결 시 한국군 총사령관이 서명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한국 참여 배제 주장이 있었고, 중국은 정규군이 아니라 의용군 총사령관이 서명했다는 점을 근거로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미 육군 클라크 장군이 미군이 아닌 유엔군 총사령관 자격으로 정전협정에 서명했고 당시 한국군은 유엔군의 지휘하에 있었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당연히 자격이 있다. 최근 판문점 선언 이후에는 한국 참여에 대해선 더 이상 논란이 없고 중국 참여에 대해 논란이 있는데 이는 평화체제로의 전환문제보다는 최근 점차 격화되고 있는 미·중 경쟁 및 갈등과 관계가 더 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견제 차원에서 중국 참여를 문제 삼고 있는 듯하다.”


- ‘평화협정’ 체결 시에도 이러한 미·중 간 갈등이 지속되면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 보이는데?

“현 정전체제의 항구적 평화체제로의 전환에는 모든 관계국이 동의하지만, 그 방법과 절차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평화체제로의 전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종전선언의 경우 사실은 남북한 간 공동선언과 주변국들의 추후 지지 선언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도 현재 유지 중인 정전체제가 6·25전쟁 중 체결된 정전협정에 의거한 것이기 때문에 협정 서명 당사국들이 모두 함께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 법절차상 정확하고, 현실적으로도 전쟁재발 방지에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화협정의 경우는 단순히 전쟁 종결을 넘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의 평화번영과 연계성이 강하기 때문에 남북과 미·중은 당연하고, 나아가 러·일까지도 폭넓게 참여시키는 것을 고려해봄 직하다는 생각이다.”


- 문재인 대통령의 연내 종전선언에 대한 강한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한반도 평화정착의 역사적 기회가 열린 현 상황에서 계속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이정표가 될 만한 가시적 성과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종전선언은 매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한 우리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 약속 이행을 독려하고 그에 상응한 우리의 지원과 협력 추진 의사를 강력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미국과의 공조 강화는 물론 중·러·일에 대한 셔틀외교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에 대한 이들 국가의 강력하고 단합된 지지를 계속 촉구해야 한다.”


- 만약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한반도 안보정세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나?

“종전선언은 현행 정전체제의 공식적인 종결을 의미한다. 일차적으로 남북 간 전쟁재발 방지와 남북한 화해 및 신뢰구축을 위한 교류협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인도적 분야를 제외한 영역에서는 비핵화 진전과 맞물려 있는 대북제재의 해제 수준에 따라 구체적 교류협력의 범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군사 분야에서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적극적인 긴장완화와 대결해소를 위한 협력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도 신뢰 수준이 낮아 서로가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협의에 임하느냐가 관건이긴 하다. 그런 연유로 최근 북·미 협상에서 북한이 조기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경향이 또다시 과거처럼 종전선언 후 유엔사 해체나 주한미군 철수를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 결국 북한 비핵화 문제인 듯하다. 현재로선 미·북 간 비핵화에 대한 견해차가 커 보이는데 양국에 조언한다면?

“북·미 정상회담 후 후속 협의에서 뚜렷한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아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대두하는 상황이다. 비핵화와 체제보장 관련 조치 간 순서 외에 비핵화 조치에 대한 보상, 특히 북한의 제재완화 요구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북제재는 현 상황을 유인해내고 유지하는 핵심요소라는 점에서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지금까지의 거시적 흐름에서 보면 북한이 먼저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한 후 미국이 상응하는 보상조치를 하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우선은 신고서 제출 등 북한의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고 미국은 그 경우 북한에 줄 종전선언과 제재완화 같은 보상조치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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