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명

오늘의 전체기사

2019.09.16 (월)

HOME > 기획 > 군사 > 2018 DMZ 평화 가는 길

한반도 ‘평화 방정식’ 해법은 쉬운 것부터 하나씩

이주형 기사입력 2018. 07. 26   17:56

● ‘4·27 판문점 선언’ 이후 경과와 전망



군사분계선 확성기 철거·서해 군 통신선 완전 복구
北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문화예술체육 교류 확산
北 비핵화·체제 보장 선후 처리 문제 신경전은 여전
미군 유해 송환 합의 비핵화 협상 다시 탄력 받을 듯


지금으로부터 석 달 전인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천명했다. 이후 북·미정상회담과 함께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들이 하나둘 이어지면서 한때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갔던 한반도는 대결 국면에서 평화 국면으로 조금씩 나아가며 긍정적인 미래도 기대케 하고 있다. 그동안의 경과와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본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4·27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은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에도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양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돼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이렇듯 한반도 비핵화를 토대로 남북 관계 발전과 공동번영으로 가는 큰 틀을 마련한 계기였다. 그리고 남북은 판문점 선언에서 나온 사항들을 순차적으로 이행하기 시작했다. 우선 안보 분야의 경우 합의하기 쉬운 현안부터 차근차근 풀어가 상호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계획 아래 움직임이 전개됐다.

남북은 이에 따라 판문점 선언 뒤 군사분계선 지역에 설치했던 대북·대남 확성기를 모두 철거했고 끊겼던 군 통신선 복원 작업에도 속도를 내 이미 서해 군 통신선은 완전히 복구됐다. 또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를 실현하기 위해 DMZ 내 GP(감시초소) 병력과 장비를 시범적으로 철수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아울러 아직 구체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조성하는 문제도 남북 군 당국 간에 논의되고 있다.


지난 6월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제8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 남북 수석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한재호 기자


북한도 이에 화답하고 있다.

최근 북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내 엔진 실험장이 상당 부분 해체됐고, 발사대의 대형 크레인 등 일부 시설도 부분 해체된 정황이 포착됐다. 평양 인근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립시설도 해체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앞선 5월 24일에는 5개국 국제 기자단을 초청해 비핵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그동안 6차례 실험을 단행했던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와 관련 시설을 폭파해 폐기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런 와중에 매년 반복되던 북한의 크고 작은 도발도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남북 적십자는 광복절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해 25일 판문점에서 이산가족 생사확인 결과가 담긴 회보서를 교환했다.

남북철도·도로 연결을 위해 철도협력 분과 회담(6·26)과 도로협력 분과 회담(6·28일)을 열었다. 문산∼개성 간 경의선 철도 및 동해선 철도 연결구간(제진∼금강산)에 대한 공동점검과 함께 경의선 북측 구간(개성∼신의주)에 대한 현지 공동조사가 곧 이뤄질 예정이다. 경의선 도로의 개성∼평양 구간과 동해선 도로의 고성∼원산 구간을 현대화하기로 합의하고, 8월 초부터 현지 공동조사를 경의선과 동해선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과 남북 탁구 단일팀 구성 등 문화예술체육 분야에서도 교류가 확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남북관계는 역사적인 관점에서도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열거한 내용 중 한 가지를 북한과 협상을 통해서 얻기 위해서는 몇 년을 해도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에 짧은 시간에 이 모든 것이 이뤄진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정세 변화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게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북·미 정상의 합의는 아직 ‘불완전 연소’ 상태다.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선후관계를 둘러싼 대립 탓이다. 그 사실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지난 6∼7일 평양 방문을 계기로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측에 핵프로그램 리스트와 비핵화 시간표, 정상회담 약속 사항 이행 등을 요구했으나, 북측은 보장에 대한 신뢰할 만한 조치가 선행돼야만 답을 줄 수 있다고 해 방문은 성과 없이 끝났다.

하지만 북·미 실무자 간에 진행되고 있는 미군 유해 송환 문제 합의를 돌파구로 난항 중인 비핵화 협상도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이는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간에 종전선언과 함께 향후 한반도의 안정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판문점 선언은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역사적 사건이었다. 정상회담은 시작에 불과했다. 핵심은 지속적인 만남과 대화를 이어가면서 합의사항을 실천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다만 현재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주형 기자 < jataka@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에 대한 의견 개 있습니다. 로그인 후에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