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다리·젖풀·고개초·양귀비·아편 등으로 불려
무좀 걸렸을 때 즙 내서 간지러운 곳에 바르면 효과
햇살이 따사로운 봄날, 양지바른 숲 가에 애기똥풀이 잎새들을 펼쳐냅니다. 애기똥풀 꽃은 봄의 한가운데서 피어나지요. 봄에 피는 들꽃이야 많고도 많지만, 그중 애기똥풀은 마음만 먹으면 우리 주변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을 만큼 가깝게 살고 있는 꽃이랍니다.
DMZ 병영 주변에서도, 고향 마을 길가에서도 볼 수 있는 정다운 꽃이지요. 봄볕이 대지에 퍼지면 연한 연둣빛 줄기 끝에 달린 샛노란 꽃송이들과 식물 전체에 다복하게 돋아난 솜털이 윤기로 반짝입니다.
그런데 왜 이름이 애기똥풀이냐고요? 이 식물의 줄기를 자르면 노란색 유액이 나오는데 이것이 애기의 똥과 같다 해 그리된 것이지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렇게 고운 꽃을 가진 식물의 이름이 ‘애기’가 앞에 붙긴 했지만 하필이면 ‘똥풀’이냐고 불평할 수 있겠죠.
하지만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아기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이 이름을 두고 결코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을 듯합니다. 우리 아기의 똥은 전혀 더럽지 않고 그 냄새도 구수하다는 것이 엄마들의 마음이니까요. 그리 생각하니 애기똥풀이라는 이름이 좀 정답게 느껴지지 않으신지요?
지방에 따라서는 줄기가 연약해 보이지만 억세다고 해 까치다리, 유액이 나오므로 젖풀이라고 하고, 제주도에서는 고개초라고 합니다. 영남지방에서는 양귀비 또는 아편이라고도 하는데, 진짜 아편을 만드는 식물과는 속(屬)만 같을 뿐 용도와는 무관합니다. 그 밖에 중국에서는 연처럼 아름다운 황색 꽃이 핀다 해 산황련(山黃蓮)이라 불립니다.
이 식물의 학명 중 집안 이름에 해당하는 속명 켈리도니움(Chelidonium)은 ‘제비’라는 뜻의 희랍어 켈리돈(chelidon)에서 유래했는데 이 풀의 유액으로 어린 제비의 눈을 씻어주면 시력이 좋아진다 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사실 애기똥풀은 생김새와는 달리 식물 체내에 독성이 있어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됩니다. 애기똥풀이라는 이름에 그런 경계의 뜻이 포함돼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주 연한 순을 삶아 우려 먹는 것은 무관하므로 지방에 따라서는 이 식물을 나물로 먹기도 하지만요.
식물의 가장 중요한 쓰임새는 먹거리라고 생각하는 시골 사람들 가운데는 독성이 있는 이 식물을 쓸모없고 달갑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있지만 한방에서는 애기똥풀을 약으로 사용합니다. 생약명은 백굴채(白屈菜)이며 꽃과 줄기와 잎을 함께 씁니다.
마른 풀은 물에 넣어 달여 먹는데 진통·진해·이뇨 작용을 하므로 기침, 백일해, 기관지염, 위장 통증, 간염, 황달 등에 처방합니다. 또한 해독 작용이 있어서 옴이나 종기가 생겼을 때, 옻이 오르거나 뱀과 벌레에 물렸을 때 생풀을 찧어 즙을 내 바릅니다.
그리고 장병 여러분께 가장 요긴할 듯한 것으로는 무좀에 걸렸을 때 이 풀을 짓이겨 간지러운 곳에 바르거나, 유액이 나오도록 물에 풀어 발을 담그면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마을 근처의 양지바른 공터, 시골길이나 숲 가장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으니 따로 재배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꽃이 아름다워서 혹은 약으로 쓰려고 키우고자 한다면 볕이 잘 드는 곳 또는 반그늘 정도가 적당하고 배수가 잘되는 곳이 좋습니다.
두해살이풀이므로 옮겨 심거나 포기를 나누는 것은 소용없고 종자를 이용해야 합니다. 종자를 뿌린 첫해는 그냥 넘기고, 이듬해 본잎이 몇 장 나오면 그때 제자리에 심으면 됩니다. 매번 이식하지 않아도 한번 파종해 활착된 장소에서는 이듬해부터 지속적으로 군락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봄의 대지에 무리 지어 피어 있는 애기똥풀은 참 풍성하고 아름답습니다. 눈여겨 보면 잎 가장자리는 제멋대로이면서도 부드러운 곡선으로 굴곡을 만들어 아주 자유롭고 여유 있게 보이지요.
꽃은 잎겨드랑이 사이에서 올라온 꽃자루 끝에 달리는데, 병아리처럼 샛노란 꽃송이는 넉 장의 꽃잎을 마주 달고 있고, 숨길 것 없는 말괄량이 소녀처럼 조금 기다랗고 많은 수술을 고스란히 내어 보이며, 그 속에는 끝이 아주 살짝 갈라진 한 개의 암술이 숨어 있어 참 곱습니다. 꽃이 피고 또 피어 이렇게 꽃구경을 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흘러 여름이 가까이 와 있음을 느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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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기똥풀
학명: Chelidonium majus var. asiaticum (H. Hara) Ohwi
과명: 양귀비과(Papaveraceae)
특징: 두해살이풀, 키 30∼80㎝
잎/ 어긋나기, 1∼2회 넓게 또는 깊게 갈라짐. 길이 7∼15㎝, 뒷면 백색
꽃/ 우산모양꽃차례, 노란색꽃, 꽃잎 4장, 5~8월 개화
열매/ 삭과, 좁은 원주형, 3∼4㎝, 지름 2㎜
■ 기사 원문 PDF 파일로 읽기
http://pdf.dema.mil.kr/pdf/pdfData/2018/20180412/B201804122001.pdf
국방일보 기획 ‘DMZ 식물 155마일’ 2018년 4월 12일자 ‘애기똥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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