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기념관 기증유물 이야기

지구반대편서 온 황실근위대253전 253승 불패신화 쓰다

입력 2018. 03. 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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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강뉴부대


강뉴부대 2진 출정식 장면.
강뉴부대 2진 출정식 장면.



에티오피아, 6·25 전쟁 당시 6000여 명 파병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지구 반대편 낯선 나라에서 6000여 명의 청년이 배를 타고 한국에 도착했다. 아프리카 대륙 동쪽 끝에 위치한 에티오피아에서 온 ‘강뉴부대’다. 그들은 무엇을 지키고자 머나먼 이곳까지 왔던 것일까? 오늘은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었던 에티오피아의 전설 부대 ‘강뉴부대’에 관한 이야기다.

‘초전박살’ ‘질서 확립’이라는 두 가지 뜻을 가진 단어 ‘강뉴’. ‘강뉴부대’는 황실 근위대를 중심으로 결성된 최정예 부대로,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가 친히 내린 칭호다. 6·25전쟁 출정식에서 셀라시에 황제는 “가서 침략군을 격파하고 한반도에 평화와 질서를 확립하고 돌아오라. 그리고 이길 때까지 싸워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싸워라”라고 당부했다. ‘강뉴부대’는 셀라시에 황제의 명을 받들어 “용감하게 싸우다 죽겠다”는 사명감으로 한국을 지켰다.

한국에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이 분열식 하는 장면.
한국에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이 분열식 하는 장면.

사실 에티오피아가 6·25전쟁에 참전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 에티오피아는 1935년 이탈리아에 침공을 당했다. 당시 셀라시에 황제는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나라까지 빼앗겼지만 계속 투쟁한 끝에 1941년 기적적으로 승리해 이탈리아를 몰아냈다. 국제사회로부터 도움받지 못한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던 셀라시에 황제는 1950년 유엔의 파병요청을 받자 1951년 4월에서 1956년 4월까지 황실 근위대 6037명을 한국에 파병했다.

2017년 5월, 에티오피아 강뉴부대 세 명의 영웅이 67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아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이들 가운데 강뉴부대 2진 소대장으로 참전했던 일마벨라처 씨는 6·25전쟁 당시의 사진 5점을 기념관에 기증했다. 기증한 사진은 한국에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의 분열식 모습, 강뉴부대 2진 출정식 장면, 6·25전쟁 참전 후 정리한 문건을 셀라시에 황제에게 드리는 모습 등이다. 기증 사진들은 흘러간 시간만큼 색도 바래고 모서리 부분이 많이 훼손됐지만 강인하고 용맹한 에티오피아 군인들의 모습은 여전히 늠름하다.

참전 후 6·25전쟁을 정리한 문건을 셀라시에 황제에게 드리는 장면.
참전 후 6·25전쟁을 정리한 문건을 셀라시에 황제에게 드리는 장면.


우리는 평소에 너무 많은 것을 잊고 산다. 6·25전쟁에 참전한 21개국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에티오피아가 파견한 ‘강뉴부대’는 122명의 전사자를 내면서 단 한 명의 포로도 남기지 않고 용감하게 싸웠다. 아무런 대가 없이 한국의 자유를 선물한 ‘강뉴부대’의 영웅들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강현삼 전쟁기념관 유물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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