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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戰史)의 비법…전사(戰史) ‘열공’에 답이 있다

기사입력 2017. 12. 25   15:38

<44·끝> 공부하는 장군이 싸움도 잘한다

 2014년 저서 『전쟁의 방향』서 전사 학습의 중요성 강조

미래 전쟁, 열심히 공부한 ‘뛰어난 지장’만이 필승 보장

 

 




우리 군에게 군사명저를 소개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된 연재를 일단락하고자 한다.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좋은 책을 소개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좋은 책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꼭 읽어야 할 책들은 많은데 번역이 제대로 안 되어 있다는 점이다. 하루빨리 번역되어 장군의 서재를 채우기를 기원한다.



어떤 군대가 잘 싸울까? 무기만 좋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뛰어난 지휘관과 결전 의지로 무장한 병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기대하는 지휘관과 병사를 양성하는 데 얼마나 노력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지휘관이 결정적 요소라 생각한다. 이들이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걸프전(1991년)에서 토마호크와 같은 첨단 무기가 보여준 정확함에 세계인은 경탄했다. 얼마나 뛰어난 첨단무기를 보유하고 있느냐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것처럼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걸프전에 대한 정밀한 연구들은 이라크가 패배한 것은 단순히 무기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걸프전의 가장 탁월한 전투로 지목하는 ‘73이스팅’ 전투이다. 당시 이 지역 방어를 맡은 이라크군은 전초도 세우지 않은 채 야지에 노출된 진지에 전차를 배치해 두고 있었다. 마침 모래폭풍까지 불어 이라크군은 눈뜬장님이나 마찬가지였다. 전투결과는 M1A1 전차가 제공하는 열 감지 장치와 공중 근접 지원까지 받은 미군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스테판 비들(S. Biddle) 교수는 시뮬레이션기법을 이용하여 이라크군이 전초배치와 적절한 참호엄폐를 실시했다면 실제와 같이 참패하지 않았으리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지휘관이 경계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일방적인 패배를 당한 것이다. 무기보다 지휘관이 문제라는 것이다.



지휘관이 문제다

임진왜란의 칠천량전투(1597년)도 마찬가지다. 원균 장군이 이끌고 출동한 조선 수군은 이순신 장군이 양성한 전승(全勝)의 부대였다. 하지만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거의 전멸했다. 칠전량에서 무방비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조선 수군은 왜군의 수륙 양면 기습공격을 받아 대패했기 때문이다. 경계를 세우지 않은 것은 병사가 아니라 지휘관의 잘못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전차부대가 아르덴 숲을 관통해서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을 포위할 수 있었던 것도 전차가 많아서가 아니다. 만슈타인 같은 지휘관의 탁월한 전략 때문이다. 프랑스군이 마지노 요새에서 방심하고 있을 때 독일군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아르덴 숲을 뚫고 나와 거대한 낫이 나락을 베듯이 연합군을 포위해버렸다. 대전차부대 1개 중대만 배치해두었더라도 독일군 전차부대는 울창한 산림지대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결국 지휘관이 문제다. 특히 전략을 구상하고 운용하는 장군급 지휘관들의 능력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군이 잘 싸울까? 동양에서는 흔히 용장(勇將), 지장(智將), 덕장(德將)으로 구분해왔다. “나를 따르라!”라는 외침과 함께 부대를 진두지휘하는 용맹함은 발미전투(1792)에서의 클레르망 장군처럼 기적을 만들기도 한다. 6·25전쟁 때 다부동에서 물밀 듯이 밀려오는 인민군을 막아냈던 백선엽 장군도 이 같은 용기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전투를 실제 지휘하는 일은 중대장이나 대대장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지 장군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아닐 것이다.

동양에서 지장보다 덕장을 높이 치는 경향이 강하다. 간교한 지략보다 인간적 후덕함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지략적인 조조(曹操)보다 인간적인 유비(劉備)를 더 높이 사는 것도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다. 그러나 전쟁의 현실에서 유비는 결코 조조를 이기지 못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뛰어난 전략가들도 대단한 인품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그리 모나지 않는 수준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덕장보다 지장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략(智略)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의 분별력이 있어야 하고, 열등한 전력으로도 전장국면에서 상대적 우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략이 있어야 한다. 물론 과감한 전략을 구상할 정도의 담대함이 있어야 한다. 큰 승리를 위해 작은 희생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길 수 있는 형세를 갖추어 놓고 전투를 개시하는 선승구전(先勝求戰)의 능력이 없다면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손자병법』에서 장군의 자질 가운데 ‘지(智)’를 가장 앞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피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판단력과 우세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략이야말로 장수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로 이해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신비의 비법은 없다. 말 그대로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전사(戰史)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어떤 이들은 과거의 전사가 현대전에 무슨 소용이 있냐고 묻는다. 그러나 ‘과거는 오래된 미래’다.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과거에 대한 공부는 예상할 수 없는 미래를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전사 연구는 단순히 전투만 다루지 않는다. 무기와 인간, 전략과 정치가 맞물려서 새로운 전사를 만든다. 이들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지적 통찰은 경험하지 않은 미래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전사 연구의 장점은 이것만 아니다. 유연한 전략적 사유 능력을 키워준다. 과거 전투사례는 현재의 교리체계에서는 다루지 않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싸우는 목적도 다르고 싸우는 방식과 무기도 지금과 다르기 때문에 지금 교리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새로운 요소가 존재한다. 이러한 요소에 대한 고민을 통해 더욱 창의적인 전략적 사유가 가능한 것이다. 영국의 석학 휴 스트로운(H. Strachan)이 2014년 저서 『전쟁의 방향(The Direction of War)』에서 전사 학습의 중요성을 되풀이 강조한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공부하는 방법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문제는 전쟁의 교훈 찾기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향이다. 읽고 고민하는 과정은 생략하고 잘 정리된 전훈만 찾으면 된다는 식의 생각이 문제다. 스스로 읽고 고민하면서 교훈을 ‘깨닫는’ 공부를 해야 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을 모르는 장수는 없지만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실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혼자 읽고 혼자 생각하는 위험이다. 공자가 잘 얘기했듯이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망하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배운 교리대로 아무 생각 없이 싸우면 패할 수밖에 없다.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창의적 발상이 중요하다. 학습 없는 독선적 생각은 부대를 위태롭게 한다. 많은 지휘관들은 오랜 경험과 사유를 통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사유는 부분적 타당성만 가질 뿐이다. 어디까지 맞고 어디에서 맞지 않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독선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영국군이나 미군을 세계 최강의 군대로 만든 것에는 지휘관들의 공부하는 자세에 깊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차전 전략을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영국의 퓰러(J. F. Fuller)와 리델 하트(Liddell Hart) 모두 장교 출신이었다. 현대 해양전략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마한(A. T. Mahan) 이나 우다루프(OODA Loop)를 통해 공중전을 체계화한 보이드(J. Boyd) 역시 현역 장교 출신이다. 그들은 자신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전략이론을 만들어갔던 것이다.



자기성찰과 반성의 계기

공부를 하는 이유는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자기성찰과 반성은 불가피하다. 기존 교리나 기성 질서에 안주하고자 하는 이가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트럼프 정부의 국가안보수석보좌관 맥매스터(H.R. McMaster)는 『임무의 방기(Dereliction of Duty)』라는 책에서 선배 지휘관들을 통렬히 비판했다. 그들이 대통령에게 정확한 정보와 의견을 주지 않음으로써 베트남전을 패배로 이끌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육군참모대학에서는 군대의 부정직 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존스(D. Johns) 합참의장에게 합참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골드워터-니콜스법안이 발의될 수 있었다. 모든 변화와 발전에는 자기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

싸워서 이기는 군대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지휘관들이 공부해야 한다. 몸으로 인품으로 전쟁하던 시대는 지났다. 뛰어난 지장만이 승리를 보장할 수 있다. 공부하는 군인이 싸움도 잘한다.

<최영진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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