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철길따라 3800km 안보대장정

춘천을 지켜낸 DNA 어렵다는 장간조립교 4시간 만에 ‘OK’

김철환

입력 2017. 11. 2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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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춘천에 위치한 육군2공병여단 112대대 장간조립교 구축훈련 그 현장을 가보니


 

 

 


6·25전쟁 개전 초 벌어진 춘천지구전투는 북한군의 진격을 지연시킴으로써 우리 군에게 반격의 기회를 만들어준 전투였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육군2군단과 예하 부대들은 매년 ‘춘천지구전투 전승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 행사에서 재연에서부터 박력 있는 수중폭파 특수효과까지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부대가 바로 2공병여단이다. 6·25전쟁 당시 춘천을 지켜냈던 국군 선배들의 DNA를 물려받은 2공병여단 112대대의 장간조립교 구축훈련 현장을 살펴봤다.



장병 1인당 2톤 무게 감당

“밀 준비!! 밀어어어어어어!!”

이영재(대위) 중대장의 외침에 육군2공병여단 112공병대대 2중대 장병 50여 명이 40여 톤에 이르는 장대한 철골 구조물인 ‘장간조립교’에 달라붙어 다 함께 “밀어!!”를 복창했다.

처음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던 거대한 장간조립교가 오로지 사람의 힘만으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곧 제법 빠른 속도로 밀려가 목표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전투 공병의 길은 쉽지 않다. 전장에서 전투부대가 기동력을 원활히 발휘할 수 있도록 기동지원을 하는 것이 전투 공병의 임무. 이를 위해 지뢰지대도 개척하고, 하천을 건널 부교와 계곡을 건널 다리도 놓는다.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백미는 장간조립교라 할 수 있다.

장간조립교 구축은 한 개의 무게가 260㎏가량인 ‘장간’들을 차근차근 결합해 하천과 계곡, 끊어진 다리 등 장애물을 극복할 교량을 만드는 작업이다.

가설해야 하는 교량의 길이와 통과해야 할 차량 등의 무게에 따라 단일 단식·복식·삼중식, 2단 복식·삼중식, 3단 복식·삼중식 등 7가지로 구축할 수 있다. 이날 춘천 사북면 지촌리 훈련장에 구축한 것은 30m 길이의 2단 복식 장간조립교였다.

이 중대장은 “이번에 구축한 장간조립교에는 120개의 장간과 35개의 횡골이 들어간다”면서 “구축과 해체 간 장병들이 감당하는 자재의 무게는 1인당 2톤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원활한 진격 위해 꼭 필요한 장비

장간조립교의 구축은 먼저 극복할 지점의 지형 정찰로 시작된다. 교량이 시작되는 차안과 건너편 대안의 간격, 통과해야 할 아군 차량의 소요 등을 고려해 교량 구축모델이 선정되면 조립 자재의 수송이 이뤄진다. 이후 장간과 횡골을 결합하고 추진구절을 밀어 대안으로 넘기는 작업이 진행된다. 끝으로 본구절이 제자리를 잡으면 추진구절을 분리한 뒤 차량이 올라갈 수 있는 경사교판을 양측에 설치하면서 마무리된다.

아침부터 온종일 어둑어둑한 하늘 아래 장병들 머리 위로 진눈깨비가 촉촉이 내려앉던 이날은 훈련장에 파놓은 도랑까지 얼어붙는 혹한의 날씨였다. 새벽부터 시작된 장간조립교 구축이 완료되기까지는 약 4시간이 소요됐다.

장간조립교 구축에는 유압크레인이 동원되기도 하지만, 이날 훈련에서는 모두 사람의 힘만 사용했다. 전시 아무런 장비가 없는 상황에서도 문제없이 진격로를 개척하는 전투 공병의 역량을 배양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부대는 혹서의 여름과 혹한의 겨울,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1년에 3~5회 장간조립교 구축훈련을 한다.

이 중대장은 “교량전차의 경우 전개에 5~15분밖에 소요되지 않지만, 극복할 수 있는 최대 거리가 18m밖에 되지 않아 주로 도랑과 참호 같은 좁은 장애물을 빠르게 통과하는 데 사용된다”면서 “장간조립교는 넓은 거리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으며, 통과하중도 60톤에 이르므로 강과 같은 큰 장애물을 넘어 대규모의 기갑부대를 빠르게 진격시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북한의 경우 목재로 이뤄진 교량이 많아 기갑전력은커녕 일반 차량도 통과하기 힘든 곳이 상당히 많이 있을 것”이라며 “장간조립교는 향후 유사시 우리 군의 원활한 진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비”라고 강조했다.



장간조립교 구축 시 팀워크가 가장 중요

장간조립교를 구축할 때 주의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안전’이다. 모든 자재가 아주 무겁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면 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중량물을 협력해서 들어 올릴 때와 이동할 때 많은 주의가 필요하며, 이를 통제하는 조장의 지시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

매우 힘들고 위험한 장간조립교 구축에서 사고를 예방하는 또 하나의 비법은 바로 ‘팀워크’다.

전역이 불과 한 달여 남았지만, 이번 훈련에 동참한 함승혁 병장은 “내가 쉬면 다른 전우들이 더 힘들어진다”며 “장간조립교는 단합이 없으면 구축할 수 없는 시설”이라고 말했다.

실제 장간조립교 구축에는 담당 보직이 따로 없다. 지뢰병도, 폭파병도, 운전병도 심지어 지나가던 이웃 부대원까지 장간조립교를 구축할 때는 모두 달려들어 전우들과 함께한다.

이웃 부대인 1중대의 이종호 일병은 “6명이 한 조로 장간 하나를 나른다”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포기하고 내려놓는 순간 옆의 전우들이 다칠 수 있다는 생각에 끝까지 힘을 내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생긴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같은 부대의 황운섭 일병도 “장간조립교 구축을 위해 수십 톤의 구조물을 열심히 밀고 있는 전우들을 보면 누구라도 달려들어서 돕고 싶은 기분이 든다”며 “완성된 장간조립교를 보면서 ‘모두가 힘을 합치면 다 해낼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닫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영재 중대장은 “유사시 기동이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공병 지원능력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한 뒤 “오늘과 같은 전투임무 위주의 실전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적과 싸워 이기는 부대를 육성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철환 기자 < droid00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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