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과 게임

15년 만에 돌아온 디지털세대 위한 ‘화려한 변신’

입력 2017. 11. 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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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2차 대전 FPS 최신작 게임 ‘COD WWII’



 

고퀄리티 2차 대전 FPS 게임

식상·익숙함이 공존하지만

영화 같은 스펙터클 전개에 흠뻑

그래픽·게임 콘텐츠 발전 모습 만족

‘명작의 귀환’ 환영… 2% 아쉬운 점도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영화 같은 다이내믹한 연출로 전장의 생동감을 그려내는 데 특화된 시리즈다. 사실상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단선적 스토리텔링을 통해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플레이가 불가능해졌지만, 그로 인한 특유의 영상미는 FPS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을 만큼의 독창적 매력을 만들기도 했었다.


첫 시리즈를 2차 대전 배경으로 시작했지만, 인기의 절정은 현대전을 다룬 ‘모던 워페어’ 3부작에서 맞았던 전통의 밀리터리 FPS 게임 시리즈 ‘콜 오브 듀티’로 2017년 신작의 무대로 다시 한 번 2차 세계대전의 현장을 택했다. ‘타이탄폴’ ‘어드밴스드 워페어’ 등 미래적인 배경의 게임들이 큰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오히려 경쟁작인 ‘배틀필드’ 시리즈가 1차 세계대전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보였던 것에 대한 자극일 듯싶다. 그렇게 2017년의 신작은 ‘콜 오브 듀티: World War II’(이하 WWⅡ)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됐다.

전쟁 속 인간성을 드러내려는 플레이어 주변의 아군 캐릭터들은 영화, 드라마에서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캐릭터이기도 하다. 식상함과 익숙함의 경계를 게임은 묘하게 넘나든다.

2차 대전 FPS, 이미 오래전부터 익숙한 이야기

2차 대전의 연합군이 펼친 전장의 무용담은 사실 어찌 보면 뻔하디뻔할 수 있다. 동영상 기록물이 남아 있을 정도로 현대에 가까운 대규모 전쟁이었고, 세세한 기록은 수많은 영상매체를 통해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된 바 있다.

당장 2차 대전 영화의 전범이 돼 버린 1998년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보여 준 기본 틀,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이은 파리 수복, 서쪽으로 진격하는 서부전선의 흐름은 수많은 게임에서도 이미 오랫동안 반복돼 온 이야기였다. EA의 밀리터리 FPS 게임이자 ‘콜 오브 듀티’ 제작진들의 전작인 ‘메달 오브 아너: 얼라이드 어설트’는 아예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오마하 비치 상륙을 오마주한 시퀀스를 보여 준 바 있었고, 전략시뮬레이션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의 인트로 또한 오마하 상륙작전의 그것이었다.

시리즈의 첫 작품인 2003년의 ‘콜 오브 듀티’ 또한 ‘메달 오브 아너’의 흐름을 이어받은 게임이었고, 이번에는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시점인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미 101공수사단을 중심으로 한 플레이를 통해 2차 대전을 조명했다. 상륙과 공수라는 시작은 달랐지만, 어쨌든 21세기 초반의 밀리터리 게임들은 영화·드라마 측면에서 베트남전 유행이 끝난 직후 돌아온 2차 대전 붐 속에 주력 콘텐츠로서의 전장으로 2차 대전을 택해 온 바 있었다.

2차대전 노르망디 상륙의 현장은 발전한 게임그래픽에 힘입어 한층 더 높은 퀄리티로 21세기의 게이머들 앞에 다가왔다. ‘콜 오브 듀티: WWⅡ’의 노르망디 현장.   필자 제공

21세기의 2차 대전 FPS, ‘World War II’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수많은 2차 대전 게임 콘텐츠 중에서도 직선적인 이야기에 집중해 플레이어가 전장 한복판에서 병사로서 겪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는 게임 시리즈다. 그렇기에 초창기 작품들 또한 게임의 자유도보다는 일직선 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의 흐름에 맞춘 액션에 게임의 초점을 둬왔고, 이는 시리즈의 상징으로 자리할 수 있었다.

시리즈의 강점이자 특징이었던 이러한 일직선 상의 싱글 플레이는 2017년의 ‘WWⅡ’에서도 여전하다. 첫 작품 이래 근 15년 만에 발전된 컴퓨터 기술을 바탕으로 다시 돌아온 2차 대전의 전장은 더욱 생생한 그래픽과 현장감을 선사한다. 이제는 인게임 그래픽과 시네마틱 화면(게임 중간에 영상으로 삽입되는 장면)의 구분도 어려울 정도로 ‘WWⅡ’는 게임 속 전장을 높은 해상도로 그려낸다.

그렇게 높은 기술로 새롭게 그려진 ‘WWⅡ’ 속 2차 대전 이야기는 역사가 원래 그랬듯이 사실 새로울 것은 별로 없다. 같은 전쟁의 흐름 속에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만, 연출은 좀 더 뚜렷해졌고 플레이어는 더욱 광활한 스펙터클의 도가니에 휩싸인다. 함께 등장하는 분대원들은 마치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미 만나본 것처럼 익숙한 캐릭터를 드러낸다. 무뚝뚝하고 FM밖에 모르는 분대장, 전쟁의 포화 속에서 인간미를 드러내는 장교, 험난한 전장을 농담으로 돌파해 내는 분대원들은 어딘가 모르게 ‘라이언 일병 구하기’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거치면서 게임까지 녹아 온 전형성을 품고 있다.

오히려 2차 대전이라는 고정된 역사 콘텐츠를 토대로 하기 때문에 ‘WWⅡ’는 무리한 변형을 선택하지 않았고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전쟁을 새롭게 해석하기보다는 발전된 기술로 일종의 리마스터하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뻔하다고 느끼겠지만 중요한 것은 ‘콜 오브 듀티’ Ⅰ편과 ‘WWⅡ’가 갖는 시간 차이에 있다.

적어도 ‘콜 오브 듀티’ Ⅰ편이 등장했을 때 게임을 접해보지 못한 세대들은 2017년의 ‘WWⅡ’를 통해 오직 2차 대전 속 병사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FPS 콘텐츠를 처음으로 맛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WWⅡ’가 갖는 의미일 것이다. 2차 대전 FPS로 ‘콜 오브 듀티’가 유명하다는 말은 들었겠지만, 인제 와서 그 고전을 플레이해보면 낮은 수준의 그래픽과 엉성함에 실망하기 마련이다. 게임 콘텐츠는 기술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기술 발전의 속도에 익숙해진 이들에게는 10년 전의 콘텐츠만 해도 눈에 들어오기 어려울 정도로 낡아 버린다는 점은 2017년의 ‘WWⅡ’가 새 시대의 20대들에게 유의미한 게임일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여전히 훌륭한 연출에도 아쉬운 분량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게임을 해 온 ‘아재’의 입장에서 ‘WWⅡ’는 아쉬운 점이 많은 게임이다. 5~6시간 분량에 머무르는 싱글플레이의 가벼움은 6만 원에 육박하는 게임 가격을 납득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2차 대전이라는 대규모 총력전이 중심 모티브이면서도 중후반부의 미션이 레지스탕스의 잠입으로 펼쳐지는 것 또한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 기대하는 바에 부합하기 어려운 느낌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고퀄리티 2차 대전 FPS 게임을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게임이라는 생각을 지우기는 쉽지 않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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