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IT트렌드 따라잡기

音~ ‘내 귀에 비서’ 똑소리 나네

입력 2017. 11. 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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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이어폰, 애물단지서 보물단지로


 


음악 감상은 기본, 트레이닝 코치               

통역에다 숙면 도우미까지…  


 


스마트폰이나 MP3플레이어를 살 때 끼워주는 각종 액세서리 중 가장 관심 없었던 것이 이어폰이었다. 음악을 자주 듣는 편도 아니고 전화통화를 할 때도 그냥 스피커에 대고 말하는 것이 편해서 이어폰은 어디 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애물단지’ 취급을 하곤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대접을 달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알파고로 촉발된 인공지능(AI) 전쟁이 스피커 시장에서 불을 뿜더니 이제는 이어폰 시장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귀에 꽂기만 하면 각종 정보가 ‘술술’

이어폰 시장에서도 AI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가 뭘까. 아마존의 ‘에코’, 네이버의 ‘웨이브’, ‘카카오미니’ 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AI스피커보다 이용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물병 정도 크기로 들고 다니려면 다소 귀찮은 AI스피커와 달리 이어폰은 주머니에 쏙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의 아담한 사이즈를 자랑한다. 그런데도 귀에만 꽂고 있어도 AI와 각종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게다가 무선 기능을 장착한 제품도 있어 운동할 때도 거추장스럽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전자가 지난 9월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소개한 ‘기어 아이콘X’다. 이 제품은 음악을 듣는 기존 기능에도 충실하다. 스마트폰 등과 연결해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깅 등 운동할 때는 스마트폰 없이도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4GB 저장공간을 탑재했다. 특히 걷거나 뛸 때의 운동량 정보를 자동으로 기록해 음성으로 실시간 코칭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속 10㎞의 속도로 뛰겠다는 목표를 입력해 놓으면 달리는 중간에 페이스를 좀 더 높여야 하는지 더 낮춰도 되는지를 개인 트레이너처럼 음성으로 알려준다.

150년 전통의 덴마크 커뮤니케이션 기업 자브라의 ‘자브라 스포츠 스페셜 에디션’도 스포츠 마니아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이어폰은 심박수 모니터링 기술과 ‘자브라 스포츠 라이프 앱’을 활용해 체계적인 트레이닝 관리를 해준다. 유산소 능력을 측정해 최적의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음성으로 코칭해주고 팔굽혀펴기 등 근력운동 동작의 반복 횟수는 자동으로 계산해준다.



동시 통역… 외국인 만나도 걱정 없어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이어폰도 인기다. 구글이 최근 선보인 무선 이어폰 ‘픽셀버드’는 한국어·영어·일본어 등 무려 40개 언어를 실시간 번역해주는 것이 장점이다. ‘픽셀버드’를 귀에 꽂고 있기만 하면 마이크 등의 별도 기기 없이 상대방의 말을 이어폰을 통해 자동 번역해 들을 수 있다. 개인 통역사가 귓속에 있는 셈이다. 따라서 통역사나 번역 앱 등을 이용할 때의 어색함 없이 눈빛을 나누는 자연스러운 대화도 가능해진다.

네이버도 AI 플랫폼 ‘클로바’와 연동되는 블루투스 이어폰 ‘마스(MARS)’를 내년 상반기 안에 내놓을 예정이다. ‘마스’는 클로바에 탑재된 AI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를 활용해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등 10개 언어를 동시 통역해준다. 한 쌍으로 구성된 무선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 착용한 후 언어를 설정하면 마이크 등 별도의 기기 없이도 편리하게 상대방의 말을 내가 원하는 언어로 통역해 듣고, 내 대화도 상대방의 언어로 통역해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숙면 도와주고 난청 예방도 OK

특수기능의 이어폰도 늘어나고 있다. 음향기기 제조사 보스는 잠자리 숙면을 돕는 이어폰 ‘슬립버드’를 최근 선보였다. 이 제품은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탑재해 주변 소음을 없애주는 것이 특징이다. 코골이가 심한 배우자 때문에 잠 못 드는 부부에게 효과적이다.

애프터샥 코리아의 ‘트랙티타늄’은 소리를 귀로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진동으로 광대뼈를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골전도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덕분에 후천적인 청각장애나 노인성 난청이 있는 경우에도 이용할 수 있다. 일반인들도 스마트폰이나 음향기기로 인한 소음성 난청을 예방할 수 있다.


스피커와 AI 시대 주도권 다툼

단순히 음악만 들려주는 줄 알았던 이어폰의 변신이 너무 놀랍다. 개인 트레이닝, 통역은 물론 숙면 도우미 역할까지 척척 해내며 AI 시대의 주도권을 놓고 스피커와 자웅을 겨룰 정도로 성장할 줄 누가 알았을까. 이젠 애물단지가 아니라 보물단지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몇 년 전 가수 백지영이 옥택연과 함께 불렀던 ‘내 귀에 캔디’도 ‘내 귀에 비서’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국명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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