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전술행군을 마치고-
우리 부대는 최근 무박 2일간 100㎞ 전술행군을 했다. 100㎞라는 긴 거리를 완주하기 위해서 나는 수만 걸음을 걸어야 했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우리가 걷고 있는 ‘100㎞의 의미’를 생각했다.
‘100’이라는 숫자는 우리 삶에서 가장 친숙한 숫자이자 기본 단위다. ‘100’이라는 숫자를 생각하면, 어렸을 적 오락 한판 하는 데 필요했던 100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100원짜리 오락 한판을 할까 말까, 100원짜리 불량식품을 먹을까 말까 오랫동안 고민했던 어린 시절과 달리, 지금은 크게 개의치 않는 금액이 돼버렸지만 당시에는 100이라는 숫자가 매우 크게 느껴졌었다. 숫자의 절대치는 그대로지만, 시간이 지나고 내가 변화하면서 상대치가 달라졌다.
이는 인생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처음 100㎞ 행군을 한다고 들었을 때, 마치 어린 시절 오락 한판을 할까 말까 망설이던 100원과 같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행군 완주라는 목표를 수립하고 난 뒤, 꾸준히 체력단련을 하고 지형정찰을 하면서 나와 우리 팀은 더욱 성숙해졌다. 내가 변하자 100㎞ 행군은 이전처럼 두렵지도 부담스럽지도 않게 됐다. 또한, 행군을 하면서 더욱더 자신감이 붙게 됐는데, 아마도 걷는 중에 더욱 성숙해지고 강인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00㎞ 행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왜 100㎞ 행군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 전장에서 다양한 지역을 신속·정확하게 기동하기 위해 강인한 체력과 인내심을 배양해야 한다는 답변에 도달하자, 100㎞ 행군은 명확한 목표가 됐다.
목표는 등대의 불빛과 같아서 배가 항해하는 방향을 잡아주며, 이탈하지 않고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주는 가장 상위의 지향점이다.
그 지향점이 100㎞라는 사실은 큰 힘이 됐다. 정직하다는 것은 명확하게 드러낸다는 것인데, 100은 노력한 만큼 그 성과를 정직하게 보여주는 숫자다. 대부분 시험의 만점도 100점이고,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백분율도 100%가 완성의 기준이다. 대부분 사람은 100이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성취감을 느끼면서 성장해 나간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이다. 유사시 어떠한 악조건하에서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어디선가 우리를 필요로 한다면, 우리는 주저하지 말고 이번 훈련처럼 100㎞를 나아가야 할 것이며, 우리 능력의 100%를 발휘해 임무를 완수해야 할 것이다. 그런 우리에게 ‘100㎞ 행군’은 엄청난 의미가 있었다. 임무를 완벽하게 달성하는 백호 기동대대 용사가 되기 위해 100의 의미를 곱씹으며, 반드시 싸워서 이기리라! 그 다짐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는 오늘도 묵묵히 나아간다. 백호 기동대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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