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 영화 속 영웅

끈질긴 집념은 불가능을 가능케 한다

입력 2017. 11. 21   17:02
0 댓글

<44> 제로 다크 서티(Zero Dark Thirty), 2012 감독: 캐스린 비글로/출연: 제시카 차스테인, 제이슨 클락


9·11 테러 후 단 하나의 타깃을 잡기 위해

美 CIA 여성 요원 10년간의 추적 실화

사실적 전개 과정 생생히 그렸다는 평가

 


2001년 9·11 테러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테러였다. 세계 최강 미국의 중심인 뉴욕을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었으며 90여 개국 3500여 명의 무고한 시민이 생명을 잃었다. 미증유의 큰 충격에 빠진 미국은 즉각 응징에 나섰다.


미 CIA, 네이비실 가운데서도 미 육군의 델타포스와 함께 최고의 특수부대로 불리는 ‘데브그루(DevGru, 해군특수전개발단)’가 테러 주범인 빈 라덴 사살 작전에 돌입했다.

오사마 빈 라덴, 그 하나의 타깃을 겨냥한 세계 최강 미국의 자존심을 건 특수작전이었지만 작전은 간단했다. 작전명은 ‘넵튠의 창(Neptune’s Spear)’. 작전은 제1, 2소대가 각각 2대의 스텔스 헬기에 분승한다. 목표 지점인 빈 라덴의 저택에 도착하면 제1소대를 태운 1번기가 마당에 하강해 1층에서 위로 소탕을 시작하고, 제2소대는 저택 옥상에 내려 위에서부터 아래로 소탕한다. 나머지 대원들은 저택 외부에 차단선을 구축하고 집안에서 뛰쳐나오는 탈주자와 집 밖에서 들어오는 외부 침입자를 제거한다. 작전 시간 30분.




빈 라덴 제거한 CIA 요원·특수부대원 활약 그려

영화 ‘제로 다크 서티’는 9·11 테러 후 10년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밀리에 빈 라덴을 추적한 CIA 요원들과 빈 라덴을 제거한 특수부대원들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10년간의 추적 실화를 그려낸 영화다. 제로 다크 서티(Zero Dark Thirty)는 자정에서 30분이 지난 시각을 가리키는 군사용어로, 오사마 빈 라덴 암살 작전을 실행한 시각을 의미한다.

상영 시간이 3시간 가까운 이 영화는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실제 장소와 날짜 및 사건을 명기하며 전개된다. 영화 중반까지는 다소 지루하지만, 피를 말리는 빈라덴 추적 과정이 전개되고 영화 종반에 가선 작전 현장에 있는 듯이 체포, 사살 장면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혼자 세상과 싸우는 ‘그녀만의 전쟁’

영화는 빈 라덴의 행방이 오리무중인 때 정보수집과 분석 능력이 탁월한 CIA 여자 요원 마야(제시카 차스테인)가 작전에 투입되면서 시작된다. 그녀는 열정과 원칙을 가지고 작전에 돌입하지만, 매번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채 좌절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빈 라덴의 소재를 안다는 사람과 거래를 시도해보지만, 그것은 테러리스트들의 함정이었다. 자폭 테러로 가장 친한 동료마저 잃게 된 마야는 극도의 슬픔에 빠진다. 이제 빈 라덴 체포는 임무가 아닌 사명이 된다.

마야는 다시 빈 라덴의 연락책을 역추적하는 방법으로 그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성공한다. 2002년 한 번 놓친 후 9년 만에 빈 라덴을 다시 찾아낸 것이다. CIA 내부에서 확인에 확인을 거듭한 후, 데브그루 대원들은 전광석화처럼 작전을 펼쳐 빈 라덴을 사살한다.

영화 속 CIA 요원 마야의 임무는 테러범이 누구인지 알아내고 그 위치를 파악해 체포 및 제거작전을 돕는 표적분석관(Targeting Officer)이다. 그녀는 영화 전반부 테러 관련자 심문 과정에서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다가 여자 동료 CIA 요원이 자살폭탄 테러로 희생당하자 “(테러) 관련자를 모조리 쏴 죽이고 빈 라덴을 반드시 죽이겠다”고 다짐하고, 현장을 모르는 CIA 간부들과 갈등하면서 한편으론 현장 특수부대와 함께 작전을 수행한다.

마야는 신입 요원이지만 할 말 다하는 똑소리 나는 분석관인 동시에 거칠고 남성미 넘치는 특수대원과도 잘 어울리는 대원이기도 하다.




밀리터리 마니아가 좋아할 비밀병기 곳곳에

감독은 전쟁 심리영화 ‘허트 로커’로 여성으로선 첫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캐서린 비글로가 맡았으며, 미 CIA 요원과 특수부대원의 추적 과정들을 밀도 있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에는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장면들이 많은데, 바로 미 국방부의 비밀병기인 스텔스 헬리콥터와 4안 야시경(夜視鏡) ‘쿼드아이’가 그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스텔스 헬리콥터는 실제 빈 라덴 제거 작전 이후, 쑥대밭이 된 빈 라덴의 저택에 꼬리 날개만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 꼬리 날개는 현존하는 어떤 헬기와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 작전에 미국이 비밀리에 개발한 스텔스 헬리콥터를 처음 투입한 것이다. ‘쿼드아이’ 4안 야시경(Night Vision Goggle)은 전방 180도를 사각 없이 볼 수 있는 파노라마 야시경으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적과 싸울 수 있게 해준다. 군사기밀로 분류되던 이 야시경이 공개된 것이다.

영화는 2011년 빈 라덴이 파키스탄의 한 민가에서 발견돼 사살되기 전까지 미궁에 빠져있던 10여 년의 시간을 그려냈다. 하지만 영화 공개 후 영화 속 테러범 심문 장면 등이 사실이라고 시인한 미 국방부의 발표로 논란이 됐다. 일부는 그의 사살에 대한 진실 은폐, 국제법에 어긋난 추적 과정 등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모든 군사작전이 공개될 필요는 없다. 돼서도 안 된다. 전쟁 특성상 비밀리에 수행할 작전이 훨씬 많을 것이다. 국가 존립을 위해 기밀로 다룰 것은 기밀로 다뤄야 한다. 어쩌면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은 그렇게 지켜지는지도 모른다.

<김병재 영화평론가>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