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과 게임

강한 체력 갖추면 정신력이 따라온다

입력 2017. 11. 0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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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굶지마’의 혹한기 대비


최대한 오래 살아남는 게 목표

가장 중요한 조건은 포만감

농사·사냥 등으로 먹을 것 늘려

낮 짧은 겨울엔 미리 비축해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한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군대는 월동준비를 시작한다. 김장과 같은 먹거리 준비부터 월동 장구류의 점검과 보완, 혹한기 훈련의 계획작성 등에 돌입할 시기다.


야전에서의 겨울은 멀게는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부터 가깝게는 6·25전쟁의 장진호 전투까지 언제나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혹독했음을 입증해 왔기에, 겨울 준비는 작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살아남기 위해 먹을 것을 찾아라

2013년 출시된 인디 게임 ‘굶지마(Don’t starve)’는 어딘지도 모르는 세계 속에 갑자기 뚝 떨어진 주인공을 조종해 최대한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이 목표로 주어지는 생존 어드벤처 게임이다. 갑작스럽게 시작하는 게임은 다른 게임들과 달리 플레이어가 왜 이 섬에 왔는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등을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알려주건 말건 위협은 곧바로 찾아온다.

제목이 시사하는 바처럼, 플레이어 캐릭터를 오래 살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포만감이다. 포만감·정신력·체력의 세 가지 속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든다. 배가 고프면 정신력이 더 빨리 떨어지고, 정신력이 약해지면 점점 헛것이 보이기 시작하며 나중에는 환영이 플레이어를 공격해 죽이기 때문에 게임 내내 세 가지 속성을 끊임없이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게임의 난도는 상당한 편이라 유지가 말처럼 쉽지 않다. 먹을 것은 끊임없이 필요하고, 그렇다고 미리 모아두면 식재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썩는다. 지속적인 사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아 재료를 주워다가 어떻게든 농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식량을 마련해야 하고, 고기류는 건조 등의 방식으로 보존기한을 늘릴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플레이어를 위협하는 것은 단지 배고픔만이 아니다. 게임 속의 밤은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다. 밤이 되면 시야가 온통 어두컴컴해지며, 빛이 없는 곳에서는 어둠 속의 몬스터가 플레이어를 공격한다. 완전한 밤이 되기 전에 모닥불이나 횃불 등을 활용해 빛을 만들고 그 주변에 머무르지 않으면 바로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사냥이나 농경·탐험 등 모든 활동은 가급적 밤이 되기 전에 마무리해야 한다. 밤에는 모닥불 옆에 있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지켜야 할 것은 많고, 시간은 부족한 게임 환경은 그래서 ‘굶지마’ 플레이의 대부분을 준비하고 대비하며 계획하는 시간으로 만들곤 한다. 밤이 되기 전에 땔감을 모으고, 배가 고프기 전에 먹을 것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대비는 낮과 밤의 변화, 계절의 변화처럼 어느 정도 사전에 계산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플레이어는 늘 계획하는 플레이로 생존을 향하고자 한다. 그런데 미리 알고 대비한다고 해도 쉽지 않은 도전이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바로 한겨울의 맹추위다.



겨울, 길어지는 밤과 맹추위의 습격

‘굶지마’의 위기는 게임 속에 구현된 계절에 따라 한층 더 위태로워진다. 겨울이 서서히 다가오면 마치 현실의 그것처럼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낮 시간이 짧아진다는 것은 사냥이나 채집을 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는 겨울이 다가올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

문제는 겨울의 존재가 주는 가장 큰 위협, 바로 추위다. 본격적인 겨울이 다가오면 추위로 인해 체력과 정신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므로 반드시 겨울이 오기 전에 월동장비를 갖춰야 한다. 두꺼운 코끼리 가죽 재킷이나 방한모, 하다못해 모닥불에 돌멩이라도 데워서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바로 얼어 죽는 것이 ‘굶지마’의 세계다.

겨울의 공포는 추위에 식량난까지 겹치면서 게임의 하이라이트로 자리한다. 토끼같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사냥감들은 겨울이 되면 자취를 감추고, 농장의 식물들도 더는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플레이어는 낮이 점점 짧아지면서 겨울의 기운이 느껴지는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월동준비에 나서야 한다. 단지 방한 장비를 구하는 수준을 넘어 미리 식량을 비축하고 근거지 방어를 강화하며 긴긴 겨울밤을 버틸 땔감까지 마련해야 하는, 마치 현실의 월동준비 그것과 흡사한 수준의 겨울나기 준비를 게임은 요구한다.

비록 전투나 전쟁 장면을 그려내지는 않았지만, ‘굶지마’는 문명이 구축한 시스템을 벗어난 자연 앞에 사람이 내던져졌을 때 그 혹독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게임 안에서 그려내며 혹한기에 대비하는 월동준비의 중요성을 그려낸다. 따뜻하고 안락한 건물 속이 아닌, 거칠고 험한 야전의 한복판을 언제나 대비해야 하는 군의 처지에서 ‘굶지마’ 게임 속에 드러나는 월동준비의 모습은 아무래도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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