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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

입력 2017. 10. 25   17:28
업데이트 2019. 01. 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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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웅담’보다 쓰다 하여 이름 명명

늦가을까지 꽃 피어 관상용으로도 인기


위에서 본 용담꽃. 사진=양형호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위에서 본 용담꽃. 사진=양형호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국화가 지천인 가을 산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에서 그리 크지 않은 키와 꽃을 가지고서도 결코 기죽지 않고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너무도 아름답고 신비로운 보랏빛 꽃이 있습니다.


아랫부분은 봉곳하게 부풀고 윗부분은 나리처럼 벌어진 고운 꽃 모양에다 DMZ 지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꽃, 바로 용담입니다. 


용담 집안을 통틀어 부르는 학명은 겐티아나(Gentiana)였습니다. 학교에서 식물을 전공할 때 식물분류학이라는 과목을 들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라틴어 학명을 외우는 것이었는데, 용담의 꽃이 매우 아름다운 특징과 연관해 “괜찮아, 갠티안아”로 기억했던 생각이 납니다. 용담의 꽃은 정말 정말 괜찮습니다.

용담은 한문으로는 ‘龍膽’이라고 쓰며 중국도 같은 이름을 사용합니다(물론 발음은 다르겠지만요). 짐작하셨겠지만 뿌리를 약으로 쓰는데 쓴맛이 웅담보다 더해서 이름이 ‘용담’이 됐다고 합니다.


앞에서 말한 이 집안의 학명 겐티아나는 이 식물을 처음 보고 강장제(强壯劑)로 효과가 있음을 발견한 이릴리안(Illyrian) 지방의 왕 겐티우스(Gentius)를 기념해 붙인 명칭이라고 합니다. 그밖에 초용담(草龍膽), 관음초(觀音草), 과남풀 등의 이름으로도 부릅니다.

경상도 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용담에 얽힌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눈이 많이 내린 어느 겨울, 한 나무꾼이 사냥꾼에게 몰리고 있는 토끼를 한 마리 구했습니다. 그 토끼는 다음날 다시 나타나서 눈 속을 파헤쳐 굵은 수염뿌리가 다발로 달려 있는 풀뿌리 하나를 꺼내주었지요. 나무꾼이 그 풀뿌리를 먹어보니 맛이 몹시 썼습니다. 너무 쓴 맛에 자신을 놀리는 줄 알고 토끼를 잡아 화를 내자 토끼는 산신령으로 변해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갚기 위해 귀한 약초를 알려주는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답니다. 그 풀뿌리가 바로 용담의 뿌리였고 나무꾼은 이것을 모아 팔아 큰 부자가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디에 좋은 약이냐고요? 


웅담처럼 간 기능을 보호하고 담즙 분비를 촉진하는 것은 물론 이뇨 작용, 혈압 강하, 진정, 항염 작용이 있어 소화불량, 간경열, 담낭염, 황달, 두통 등 많은 증세에 쓰입니다. 특히 소화를 위해 먹을 때는 반드시 식사 전에 먹어야 한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북부지방에서는 어린 싹이나 부드러운 잎을 먹기도 하며 생뿌리나 잎을 술에 담가 몇 개월 우려서 먹는데 고혈압 같은 성인병에 좋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화단에 키우는 용담.사진=양형호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화단에 키우는 용담.사진=양형호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요즈음은 약보다는 관상용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마디마다 꽃이 송이송이 달린 것도 보기 좋고 보랏빛이 특히 아름답죠. 무엇보다도 개화기가 아주 길고 늦은 가을까지 피니 큰 장점입니다. 강원도의 한 지역에서 용담을 꽃꽂이 소재로 팔기 위해 대량 재배를 했습니다. 마침 그때 더욱 꽃이 크고 화려한 미국산 용담이 들어와 이미 꽃시장에 퍼져 있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용담꽃 재배 농가들이 손해를 봤겠다고요? 


아닙니다. 미국산 용담은 꽃이 흔한 여름에 출하되지만 우리 용담은 꽃이 아주 드문 11월까지도 생산이 가능할 만큼 개화기가 길어 오히려 큰 소득을 얻었다고 합니다. 꽃꽂이 할 때 잘라서 물에 담그면 물을 잘 빨아올리는 것도 좋은 점입니다. 물론 화단을 만들거나 화분에 포기로 담아 키워도 좋습니다.

용담은 보통 고산 초원이나 계곡에서도 볕이 드는 곳에서 자랍니다.


따라서 배수가 잘되고 양분이 있으며 볕이 잘 들지만 직사광선이 바로 닿지 않는 곳에서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추위에 아주 잘 견디니 DMZ 지역의 군부대 화단에도 적합합니다. 하지만 그늘이 지면 식물체도 단단하지 않고 꽃색도 좋지 않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가을에 받은 씨앗을 바로 뿌리면 이듬해 싹이 납니다. 가을에 눈을 몇 개 붙여 포기를 나누어 심어도 좋고, 초여름에 삽목을 해도 잘 번식합니다.

가을이 다 갈 즈음이면 초록빛 용담의 잎은 자줏빛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농익은 보랏빛 꽃송이, 그리고 붉게 물들었다가 서서히 빛을 잃어 가는 산야와 참 잘 어울리지요. 그렇게 아름다운 용담은 우리 땅에서 오래도록 남아 피면서, 써서 약이 되고 늦게 피는 것이 오히려 덕이 되는 세상살이의 이치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세밀화 = 이숭현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세밀화 = 이숭현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 용담

용담 과명: 용담과(Gentianaceae) 

학명: Gentiana scabra Bunge 

특징: 여러해살이풀, 20∼60㎝  

       잎/ 마주나기, 잎자루 없음, 피침형, 길이 4∼8㎝, 3맥 

       꽃/ 보라색, 통꽃, 길이 4∼6㎝, 꽃자루 없이 잎겨드랑이와 끝에 달림. 

            8∼11월 개화 

       열매/ 삭과, 10∼11월 성숙, 꽃잎과 꽃받침이 남음. 씨앗 양 끝에 날개


■ 기사 원문 PDF 파일로 읽기 

‘용의 쓸개’ 이름처럼 입에 쓴 약이 몸에 좋고 농익은 보랏빛 꽃송이

http://pdf.dema.mil.kr/pdf/pdfData/2017/20171026/B201710261201.pdf 

국방일보 기획 ‘DMZ 식물 155마일’ 2017년 10월 26일자 ‘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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