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군복을 사랑한 패션

세상 하나뿐인 재킷으로…군복의 환골탈태

입력 2017. 09. 2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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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끝> 밀리터리 패션과 업사이클링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2017 남양주 슬로라이프 국제대회’가 열렸다. 대회 개막식에서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연출의 ‘슬로라이프 5R 패션쇼(SLOWLIFE 5R Fashion Show)’가 공연됐다. 청년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이 패션쇼는 슬로라이프의 5R을 패션을 통해 재인식시켰다.

 

재고의류·산업물 재활용하는 방법


슬로라이프의 5R(Reduce·Reuse·Recycle·Return·Renew)은 줄여 쓰고, 다시 쓰고, 모아쓰고, 오래 쓰고, 새로 쓰는 것을 의미한다.

패션 제품은 일반적으로 1년에 4∼6회 정도 계절별 신상품이 나오는데,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제품은 보통 1∼2주일 주기로 신상품이 나온다. 이렇게 나온 신상품들은 유행이 지나면 폐기 처분된다. 한 계절도 채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경우도 있으며, 시즌이 지나면 이월 상품으로 상설할인 매장이나 아울렛 등을 통해 판매되고, 3년 차 재고에 들어가면 일부 구호물로 보내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과정을 거친다. 결국 늘어나는 의류 폐기물은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볼 수 있다.

이에 패션산업에서는 생산-유통-사용-폐기의 전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패션을 지향하고 있다. 이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는 에코(echo), 그린(green), 지속 가능(sustainable), 슬로(slow), 로하스(LOHAS)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표현돼 왔고, 그중의 하나가 업사이클링(up-cycling)이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제품 수명이 다한 것을 수선해 재사용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의 상위 개념으로, 해체와 재조합을 거쳐 새로운 제품으로 가치를 상승시키고(upgrade) 재탄생시키는 것(recycling)을 말한다. 1993년 스위스의 그래픽 디자이너인 프라이탁 형제가 방수가 되는 천막, 자동차의 안전벨트, 폐자전거의 고무 튜브 등을 재활용해 만든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이 업사이클링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아이템 당 5점 미만 희소가치

 


우리나라에서는 업사이클링의 대표 의류 브랜드로 ‘래;코드(Re;code)’가 있다. 코오롱 FnC는 소비자들에게 채택되지 못하고 소각되는 패션 제품들이 연간 약 40억 원에 이르는 데 착안해, 재고 폐기 비용을 절감하고 환경보호에 동참하기 위해 2012년 래;코드를 출시했다.

래;코드는 코오롱의 아웃도어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와 남성복 브랜드인 ‘캠브리지 멤버스’, ‘커스텀 멜로우’ 등에서 3년 이상 된 재고 의류를 일일이 해체하고 재조합해 아이템당 5점 미만의 희소 가치가 있는 제품으로 탄생시킨다. 한 사람이 하나의 옷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완성하는 시스템이라 대량 생산을 할 수 없어 제조 단가가 높지만, 품질이 우수하고 감성도가 높은 제품이 생산된다. 재고 의류를 분해 및 해체하는 일은 지난한 작업인데 지적 장애인, 새터민 등 사회적 약자와 협업해 디자인 재구상을 진행하고 있다.

래;코드는 코오롱 브랜드의 재고 의류들을 활용한 인벤토리 컬렉션(Inventory collection), 안전상의 이유로 폐기되는 자동차 에어백, 시트 커버 등의 산업 소재를 적용한 인더스트리얼 컬렉션(Industrial collection), 신세계 블루핏(Bluefit)과 협업하는 데님 컬렉션 등의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라인은 바로 밀리터리 컬렉션(Military collection)이다.

 

 

군용물품·폐현수막 등 패션 소품으로 

 

 

 

 

실제로 군에서 사용하던 낙하산과 텐트, 군에서 소비되지 못하고 소각되는 군복 등을 재활용하는데, 이 제품들은 내구성도 뛰어나지만 기존의 밀리터리 제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색감과 카무플라주, 빈티지함이 잘 드러난다.

이 외에 군복 및 군용 물품, 유리병, 시계 부속품, 동전 등을 재활용해 가방, 액세서리, 캔들 등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어내는 ‘세이지(Sage Design)’, 군복, 청바지, 폐현수막을 활용해 가방, 운동화, 구두, 패션 잡화를 제작하는 ‘쏘리(Ssorry)’가 있다. 또 폐소방호스, 폐타이어, 폐신문지, 폐가죽, 각종 폐현수막을 재활용해 신발, 구두, 지갑, 가방 및 액세서리 등을 생산하는 쌈지의 ‘리틀 파머스(Little farmers)도 있다.

밀리터리 패션은 지금까지 그 자체로도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왔지만, 이렇게 업사이클링을 통해 또 다른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면서 앞으로도 계속 우리 곁에 남아있을 것이다.

 



 

<하희정 상명대학교 의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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