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새로운 보병의 발’ 차륜형 장갑차 K808 시승기

김철환

입력 2017. 09. 2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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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매틱 차량과 비슷 쉬워진 운전 강도 증대·변형 최소 강해진 차체


기갑장비 아닌 대형 상용 차량 다루는 듯, 내부 넓어지고 에어컨 장착

최고 시속 100km 이상… 양압 기능 갖춰 화생방 상황에서도 작전 가능

군 요구에 따른 편의성 향상… 용접 부품 수 절반 줄여 원가 절감 기대

 


 


우리 소중한 장병들이 ‘육공트럭’이라 불리는 군용차량 K511A1의 짐칸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새롭게 보병의 발이 될 차륜형 장갑차가 초도양산품질보증 과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대량생산에 착수했기 때문. 제작사인 현대로템을 방문해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K808 차륜형 장갑차를 시승했다.


K808 차륜형 장갑차의 운전석은 영락없이 대형 트럭 또는 버스의 그것과 비슷한 형태였다. 특히 핸들과 에어컨 토출구 등은 시내버스에서 늘 봐오던 부품들과 거의 유사해 친근한 느낌이 들 정도.

어두운 실내에서도 시인성 높은 흰색 바탕의 계기판 좌측 하단에는 주차 레버와 수상 주행 시 워터제트를 조작하는 조이스틱이 자리하고 있다.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로 주차 레버를 내린 뒤 핸들 우측의 자동변속기를 드라이브 모드에 놓자, 20톤의 육중한 차체가 달려나갈 준비를 마쳤다는 걸 알리듯 으르렁거리는 엔진음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브레이크에 올라가 있던 발을 액셀러레이터로 옮기자 천천히 또 시원하게 가속이 시작됐다. 차체 상부의 조종수 출입문을 열고 전방을 주시하며 달리니 마치 뚜껑이 열리는 컨버터블 차량에 오른 듯 신선한 바람을 마주할 수 있었다.

새로운 차륜형 장갑차의 조종은 기갑장비라기보다는 대형 상용 차량에 더욱 가까운 편이다. 특별한 교육이 없이도 평소 오토매틱 차량을 운전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운전할 수 있다. 물론 실제 전력화 이후 도로에 나서게 되면 운전병들이 1종 대형 면허를 보유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현대로템 차륜형 장갑차 생산 라인에서 업체 기술자들과 기품원 연구원이 완성차에 대한 품질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자동변속기 자동차 운전과 유사

지난 2012년 개발 계약을 체결한 차륜형 장갑차는 올해 12월부터 초도납품이 시작돼 총 800여 대 이상이 군에 보급될 예정이다.

또 용도에 따라 8개의 바퀴를 가진 K808과 6개의 바퀴를 가진 K806 등 두 가지 모델이 도입된다. 대부분 수량을 차지하는 K808은 보병부대의 신속한 전투력 집중과 하차전투에 활용되며, K806은 공군기지 방호 등 후방지역 작전 중 기동 타격과 중요시설 보호 임무 투입을 목표로 개발됐다.

두 모델 모두 현대자동차의 대형차량에 사용되는 D6-HA 엔진을 탑재했으며, 50cm 높이의 장애물과 1.5m 깊이의 참호를 돌파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고속도는 시속 100km 이상을 낼 수 있다. 승무원은 두 계열 차량 모두 11명으로 똑같다. 차량 크기와 추가 방탄판, 수상 주행이 가능한 워터제트를 보유한 K808의 무게는 20톤, K806의 무게는 16톤가량이다. 또 K808은 K6 기관총 또는 K4 고속유탄발사기, K806은 K3 등 7.62mm 기관총으로 무장하게 된다.

차체 크기는 K808이 더 큰 만큼 병사들이 탑승할 좌석도 좌우로 더 여유로운 편이다. 각각 안전벨트를 갖춘 병사 시트는 머리 뒤쪽은 물론 옆쪽까지 보호할 수 있는 구조이며 적당한 쿠션으로 좋은 착좌감을 보여줬다. 또 차량 가운데로 여러 개의 에어컨 토출구가 달려 있어 혹서기와 혹한기에도 시원하고 따뜻한 바람을 탑승 장병들이 만끽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시트 뒤로는 잠망경이 배치돼 있어 탑승 장병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주변 상황을 살필 수 있다. 더불어 후면 도어램프에는 총안구가 설치돼 하차 전 적의 위협을 제압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차량 전방 열상카메라는 야간에도 원활한 작전을 가능케 하며, 후방에도 카메라가 장착돼 운전 편의성 향상은 물론 보병의 승하차 등 후방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또 여러 개의 바퀴가 각각 독립 구동이 가능해 경사지 등판과 험로 주파에 유리하며, 런플렛 타이어를 장착해 바퀴 피격 시에도 시속 48km 이상으로 한 시간가량 주행할 수 있다.

현대로템 중기제품기술팀의 김병혁 차장은 “K808의 경우 양압 기능도 갖추고 있어 화생방 상황에서도 작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흐름 생산 방식 도입으로 생산 비용 절감

차륜형 장갑차는 국방기술품질원의 초도양산 품질보증을 통해 의자 강도 개선 등 22건의 품질개선, 군 요구에 따른 190여 건의 편의성 향상을 진행했다.

특히 차체 구조물 제작방법을 용접 중심에서 벤딩 제작방법으로 개선했다. 이를 통해 용접 부품 수를 247개에서 108개로 50% 이상 줄였다. 기품원 조환휘 선임연구원은 “구조물의 강도 증대와 변형 최소화를 통한 품질 향상,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 절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차륜형 장갑차의 양산을 위해 새롭게 ‘흐름 생산’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까지 전차 등의 생산은 한자리에서 모든 조립이 완성되는 ‘배치 생산’ 방식을 사용했으나, 차륜형 장갑차의 경우 전체적으로 기갑장비보다 일반 차량에 가까운 특징을 갖고 있어 자동차 생산 라인과 유사한 흐름 생산을 시도하기로 한 것.

현대로템 측은 흐름 생산이 배치 생산보다 품질과 작업자의 안전을 향상시키고 생산 비용은 절감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형태로 작업이 이뤄졌다면 현재의 납품 가격을 맞추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대로템 조현표 이사는 “연간 100여 대 이상의 차륜형 장갑차 생산이 가능하며, 향후 수출 등으로 고객 수요가 증가할 경우 6개월 이내에 생산 라인을 확대하기 위한 협력업체 자재 수급 계획과 인력 확충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는 또 “차륜형 장갑차의 차체는 표준모델이며, 포탑체계의 다변화를 통해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부응해나갈 예정”이라며 수출에 대한 자신감도 피력했다.

김철환 기자 < droid00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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