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국립박물관에 깃든 우리 역사와 문화

조선의 본향서 만나는 역사의 발자취

송현숙

입력 2017. 09. 0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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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년간 서해서 잠든 유물 중

3000여 점  관람객 맞아

 

4면여 소장품 중 2000여 점

시대별·주제별로 전시 중

 




tvN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방영 이후 방송 촬영지로 인문학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다. 전라북도 전주 편에 소개됐던 국립전주박물관도 그중 한 곳! 1990년 개관한 이래 전북 지역 문화유산을 지켜온 전주박물관에는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역사 이야기’가 넘쳐난다.


900년간 서해에 잠들어 있던 고려인의 삶

정문에서 옥외전시장을 끼고 5분가량 걸어가면 상설 전시실이 나온다. ‘예향’답게 한옥의 단아함과 전통미가 묻어난다. 웅장한 4개의 배흘림 양식 기둥 위로 한옥 처마와 서까래가 가을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건물 내로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기획전시실이 있고, 2개 층에 걸쳐 3개의 상설 전시실이 있다.

먼저 기획전시실에서는 전주박물관이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함께 오는 24일까지 개최하는 ‘침몰선에 실렸던 고려 사람들의 꿈’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입구부터 바다 내음이 느껴지는 이번 전시는 지난 2002년 비안도 인근에서 소라를 잡던 잠수부가 고려청자 243점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십이동파도·야미도 등 인근 바다에서 15년간 진행한 수중발굴조사의 성과를 조명하는 특별한 자리다. 900년 동안 서해에 잠들어 있다가 발굴된 1만5000여 점 유물 가운데 도자기, 닻돌, 철로 만든 솥, 밧줄 등 3000여 점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바닷길을 통해 이 유물을 운반했던 고려인의 삶과 서해안 바닷길의 가치를 엿볼 수 있다.




최근 고고학계의 뜨거운 화두, ‘가야’

전주박물관의 상설 전시실은 2년 전 모두 리모델링을 마쳐 전시 구성이 최신이다. 4만여 점의 소장품 가운데 2000여 점을 시대별·주제별로 전시 중이다.

1층 ‘고고실’은 전북 지역의 선사·역사 문화의 흐름을 총망라해놓았다. ‘전북 선사문화의 시작’, ‘고대국가로의 도약’, ‘마한에서 백제로’, ‘고대국가의 완충지 전북’, ‘백제의 부흥 그리고 후백제’ 등 다섯 부분으로 구성됐다.

김현정 학예연구관은 “전북 지역은 서쪽으로는 바다와 평야를, 동쪽으로는 산간 지역과 강을 끼고 있어 선사시대부터 마한·백제·후백제 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가 꽃피었고, 중국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길목에 위치해 오랫동안 교류의 중심지였다”고 지역 특성을 설명했다.

이곳에서 두 눈을 좀 더 크게 뜨고 봐야 할 유물은 남원 월산리에서 출토된 ‘가야 무사의 갑주(甲胄)’다.

“최근 고고학계의 뜨거운 화두가 바로 ‘가야’입니다. 최근 정부에서 ‘가야 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를 국정과제로 포함시켜 더욱 주목받고 있죠. ‘가야’ 하면 경상도만 떠올리기 쉬운데, 남원·임실·장수 등지에서 발견된 철기 생산 유적들은 가야 세력이 전북 지역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 줍니다.” (김 학예연구관)




전북 문화예술의 정수가 한자리에

전북은 ‘맛있는 남도 음식’ 못지않게 미술 문화도 뛰어나다. 2층 ‘미술실’에서는 전북에서 출토된 불상을 중심으로 불교 조각품과 고려청자 등 도자기류, 한지 공예품 등 이 지역에서 꽃피운 미술 문화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다.

대표 유물은 국보 제123호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장엄구’다. 사리장엄구는 불탑에 사리를 봉안할 때 사용하는 용기·공물·공예품을 총칭한다. 1965년, 보수를 위해 왕궁리 5층석탑(국보 제289호)을 해체하면서 탑을 받치고 있던 기단부와 1층 지붕돌 윗면에서 발견된 금동여래입상, 청동 요령, 녹색의 유리사리병, 은제도금금강경판 등을 전시해 놓았다.

전북 지역의 불교문화를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도자 문화의 향연에 빠져볼 차례다. 청자 모란 구름 학무늬 매병, 청자 고리무늬 의자, 고려백자편 등 환상적인 빛깔과 모양의 도자기들이 두 눈을 사로잡는다.

“자기는 1250℃ 이상의 불을 다룰 수 있는 기술, 고온을 견뎌낼 수 있는 흙을 찾는 기술, 유약을 바르는 기술 등 고난도 기술이 필수인데 17세기 이전 자기를 만든 나라는 한국·중국·베트남, 이렇게 3개국뿐이에요. 특히 고려청자는 비색과 상감기법으로 세계적 명성이 있죠. 전북 부안은 전남 강진과 함께 고려청자의 양대 산맥으로 꼽힙니다.” (김 학예연구관)



조선의 뿌리 ‘전주’ 강조

전주는 ‘조선의 본향’이라 불린다. 조선이 있게 한 왕의 고향이라는 뜻이다. 미술실 맞은편 ‘역사실’은 ‘전주, 조선 왕실의 본향’ ‘전라도의 중심, 전주’ ‘전북의 선구적 지식인들’을 주제로 전주의 정신과 역사를 소개한다. 특히 높이 2m가 넘는 태조 어진 모사본을 전면 배치해 이곳이 조선의 뿌리임을 강조한다.

이 밖에 우리나라 최초로 국내에 베이컨의 경험론을 소개하고 동서양의 철학을 아울렀던 조선 말엽 실학의 대가, 석정 이정직(1841~1910) 선생 등 전북 지역 지식인들의 학문과 예술도 만날 수 있다.

서주환(52·경기 용인) 씨는 “아내와 느지막이 전주 한옥마을로 여름휴가를 왔는데, 박물관에서 전북의 역사와 문화를 접하고 나니 이 고장과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관람료 무료. 오전 10시~오후 6시(공휴일은 오후 7시까지), 문의 063-223-5651~2.

 

관람객이 뽑은 국립전주박물관 10대 유물

 

1. 익산 원수리 출토 순금제 불상
2. 익산 입점리 출토 금동관모와 금동신발
3.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 사리장엄구
4. 사랑방 가구
5. 대한제국 국새
6. 남원 월산리 출토 갑주
7. 익산 미륵사지 출토 연꽃무늬 서까래막새
8. 완주 갈동 5호 토광묘 출토 잔무늬거울
9. 장수 남양리 유적 출토유물(초기 철기유물)

10. 10폭 수묵화, 묵 포도도병

 

송현숙 기자 < rokaw@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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