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국방일보-한국관광공사-강원도 공동기획 이달의 면회길

여름의 끝에서 만난 산소길 더위에 지친 심신 달래주네

김용호

입력 2017. 09. 0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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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삼척 오랍드리길





“청량한 산소를 가슴 가득 머금고, 여름의 끄트머리를 마음껏 즐기세요.”

삼척 외곽 둘레길인 ‘오랍드리길’은 강원도 방언으로 ‘집 주변 길’을 뜻한다. 제주도 올레(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와 같다고 보면 된다. 삼척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오랍드리길을 걷는 내내 귓전을 때리는 강원도 사투리는 투박하고 순박한 질감으로 다가온다. 툭툭 던지는 할머니의 말 한마디에서 그들의 내밀한 감정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 정겹기 그지없다.



1코스   소나무 숲 사이 절벽 아래로 보이는 바다 ‘장관’


1코스 봉수대길은 광진산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다. 바다 풍경과 소나무길이 어우러져 트래킹족들이 1순위로 꼽는다. 삼척공설운동장 음수대에서 출발해 봉수대~나릿골 정상길을 거쳐 봉황산 입구에 이르는 3.5㎞ 구간이다. 음수대에서 시원한 지하수 한 모금을 들이켜고 광진산 자락을 올랐다. 강원도 소나무들은 수형이 곧은 금강송이 많은데 광진산 봉수대길의 소나무들은 구불구불한 안강형이다. 강한 해풍과 척박한 토양 때문에 크게 자라지 못하고 분재형에 가까우며 그것이 또다른 멋스러움을 풍긴다. 잔가지와 옹이가 많아 한눈에 보아도 힘든 환경에서 자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코스 봉수대길의 광진산 소나무 숲길.

 


트레킹 10여 분 만에 두 갈래 길이 나온다. 봉수대길을 잠시 미루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동해바다를 먼저 보고 싶어 서다. 얼마쯤 걸었을까? 갑자기 쏴 하는 파도 소리가 사람을 압도한다. 소나무 숲 사이 70∼80m 절벽 아래로 푸르디 푸른 동해가 펼쳐진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절벽 가장자리에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벤치가 놓여 있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벤치에 앉아 동해를 바라보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한순간 일상의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진다.

봉수대길로 돌아와 구름다리를 건너 국난극복 유적지인 광진산 봉수대에 닿았다. 과거 봉수대의 흔적은 간데없고 둥그런 돌무더기만 남아 있어서 안타깝다. 광진산 봉수대는 조선 성종 때부터 인조 때까지 150년간 외적의 침임을 감시하는 통신기지로 활용됐다.

김미자 삼척문화관광해설사는 “영동지방 해안선 산봉우리에 30리마다 봉수대를 설치해 감시했다. 이곳 북쪽으로는 어달산, 남쪽은 양야산·초곡산·가곡산·임원산에 봉수대를 설치해 나라의 안녕을 지켰다”면서 “군사적으로 볼 때 조선시대 삼척포진은 수군기지로서 영동 9개 읍을 총지휘했다”고 말했다.

봉수대를 거쳐 광진산 전망대에서 삼척항과 맹방명사십리를 감상하고 2코스 봉황산 입구에 닿았다.

삼척 오랍드리길 2코스 봉황산길에서 만나는 실직정.

 

2코스   삼척시가지·백두대간이 한눈에

 

2코스 봉황산길은 진주정을 지나 실직정~정상동 동원파크 뒤~삼척교를 거쳐 번개시장에 이르는 길이다. 이곳은 봄이 특히 아름답다. 수만 그루의 아름드리 왕벚꽃나무가 일시에 봉오리를 터뜨리면 봉황산은 하얀 설산으로 변한다. 그 사이사이에는 삼척의 시화인 철쭉이 온 산을 수놓는다.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진주정이다. 진주정에 오르면 삼척시가지와 죽서루, 오십천 너머로 장쾌하게 뻗은 백두대간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삼척의 주산인 두타산·청옥산이 청량한 산소를 내뿜어 숨만 쉬어도 절로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관동팔경 제1경으로 꼽히는 보물 213호 삼척 죽서루.

3코스   정조대왕·김홍도·정선도 반한 죽서루

 

강둑길을 걷는 3코스 오십천 강변길은 남산 산책로~동굴신비관~건지교~서부초교 앞에 이르는 길이다. 오십천에는 삼척의 역사가 흐른다. 그 정점에 관동팔경의 제일루인 죽서루(竹西樓·보물213호)가 있다. 죽서루는 조선시대 귀한 손님이 오면 접대하던 공공시설이다. 삼척 양반들이 이곳에 모여 시와 그림을 즐기기도 했다. 건물이 오래되고 웅장할 뿐만 아니라 주변 경관도 매우 빼어나다.

죽서루라는 명칭에는 두 가지 설이 전해진다. 먼저 죽장사 서쪽에 있는 누각이라 하여 죽서루로 이름 붙여졌다는 설이 있고, 이름난 기생 죽죽선이 살던 집 서쪽에 지은 누각이라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전자가 정설로 전해진다. 죽서루 난간 서쪽으로 백두대간이 펼쳐지고, 발끝 까마득한 절벽 끄트머리엔 오십천 맑은 강물이 굽이친다. 이런 절경 덕분에 예부터 시인·화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죽서루를 노래한 시가 500수에 이르고, 당대 최고 화가였던 겸제 정선(간송미술관 소장)과 김홍도, 강세황(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등이 죽서루 그림을 후세에 남겼다. 이들의 그림은 아름다운 삼척 산성 절벽 위에 죽서루가 서있고, 절벽 아래 강에는 양반들이 여유롭게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담고 있다.

죽서루의 명성은 조선시대 숙종과 정조 두 임금이 내린 어제(御製)로도 알 수 있다. 19대 숙종의 어제와 함께 이 시를 걸게 된 이유를 설명한 삼척 부사 이상성(李相成)의 글이 함께 새겨져 있다. 또 김홍도의 죽서루 그림을 보고 감흥을 칠언절구로 노래한 정조대왕의 어제를 비롯해 송강 정철, 율곡 이이의 시판 등 29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낙조가 아름다운 죽서루는 자연친화적 목조 건물로 유명하다. 주춧돌 대신 자연암반과 자연석을 이용해 기둥을 세워 1층과 2층의 기둥 수(1층 17개, 2층 20개)가 다르다.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배흘림기둥의 길이 또한 제각각이다. 20개의 아름드리 배흘림기둥이 받치고 있는 지붕은 여성의 버선코처럼 살짝 들린 팔작지붕으로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진다. 또 누각 좌우의 천연암반을 이용해 2층까지 사다리 없이 바로 연결되는 것도 이 건물의 특징이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삼척해수욕장 백사장에 조성해 놓은 사랑의 공원.


 

4·5코스   그림 같은 삼척해수욕장·촛대바위

서부초등학교 앞이 4코스 삿갓봉길(5㎞) 들머리고, 7번 국도 삼척해변 사거리가 날머리다.

마지막 5코스 해변길은 삼척해변 입구 굴다리에서 삼척해수욕장 산책로~성균관대 연수원~종합운동장에 이르는 구간이다. 아름다운 삼척해수욕장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새천년도로가, 왼쪽으로는 애국가 화면에 등장했던 촛대바위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해수욕장 북측에서 해안 절경을 따라 최근 개장한 삼척 솔비치리조트와 이사부 사자공원을 거쳐 동해시 촛대바위까지 30분이면 왕복 가능하다.

김용호 기자 < yhkim@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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