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국립박물관에 깃든 우리 역사와 문화

인삼 향기 ‘폴폴~’ 神草의 500년 역사 속으로

송현숙

입력 2017. 08. 2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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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경북 풍기 인삼박물관


2013년 영주시 풍기읍에 개관

인삼의 역사·문화가 한자리에

 

최초의 재배지가 된 배경과

고문서에 등장한 효능 관련 등

귀중한 내용·사료 총망라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를 앞두고 많은 사람이 지난여름 무더위에 지친 체력과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찾는 것이 있다. 인삼이다. 예부터 ‘귀신 같은 효험이 있다’고 해서 ‘신초(神草)’라고 불린 인삼은 그 효능을 인정받아 삼국시대부터 세계인이 즐겨 찾는 우리나라 대표 고부가가치 수출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인삼의 500년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자.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에 가면 2013년 지어진 ‘인삼박물관’이 있다. 풍기는 1541년 우리나라 인삼 재배가 시작된 곳이다. ‘인삼의 고향’인 셈이다.

인삼을 형상화한 박물관 건물 뒤로 구름도 쉬어가는 소백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1층 중앙홀에 들어서면 시선이 자동으로 바닥을 향한다. ‘최초’와 ‘최초’의 만남이 있기 때문.

송준태 학예연구사는 “우리나라 아리랑위성 2호가 정상 궤도에 올라 최초로 찍은 한반도 사진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받아, 그 위에 풍기를 중심으로 북쪽으로 한양·개성·중국, 남쪽으로는 금산, 일본으로 전파된 경로를 표시해 최초의 인삼 재배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전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중앙홀에서 전시관 쪽으로 2개의 입구가 있다. 한쪽은 기획전시실, 다른 쪽은 상설전시실이다.

 



1층 기획전시실 전경. ‘무병장수를 꿈꾸다’전이 오는 10월까지 열린다.

 

 

 

기획전시실에서는 ‘무병장수를 꿈꾸다’전이 열리고 있었다. 오는 10월까지 관람할 수 있는 이 전시의 서두에는 1700년대 목판으로 재인쇄된 『동의보감』을 비롯해 『본초강목』(1596년), 『금궤요략(金궤要略)』(중국 후한), 『인삼사』(1931년 조선총독부) 등 동양 고문서에 등장하는 인삼 효능과 관련된 내용이 총망라돼 있다.

송 학예연구사는 “조선 고종 때 조사하고 기록한 ‘근대 조선 왕가의 산삼 복용 사례’를 보면 왕실에서 산삼을 보건용으로 구매해 복용했는데 그 양이 충족되지 않을 때는 풍기 인삼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면서 풍기 인삼의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과거 서민들의 의식주에 나타난 인삼의 상징적인 의미들과 인삼 제품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전시 코너가 이어진다. 보신 약재에서 미용으로, 그리고 인삼 커피와 같은 기호품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삼 산업의 발달 이면에 나라의 아픔이 숨어 있다. 일제강점기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에 다양한 인삼 제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의 산업 자본이 한국의 수많은 자원을 수탈했고 인삼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상설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기면 백성을 두루 살폈던 선비의 따뜻한 위로가 기다린다.

멋진 자연 풍경 사진과 함께 조선시대에 지어진 시조 구절이 벽면 가득 새겨져 있는데 퇴계 이황의 스승이자 숙부인 송재 이우 선생의 12세손인 우정 이흥로(1849~l923)가 쓴 ‘인삼송(人蔘頌)’이다. 인삼의 효능을 찬양한 이 시조에서 특히 둘째 구절 ‘周世鵬公 培巷間(주세붕공 배항간·주세붕 공이 항간에 재배토록 하셨으며)’은 1541년 풍기 군수로 부임한 주세붕 선생이 최초로 인삼 재배를 도입했음을 알려주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송 학예연구사는 “고려시대 들어 산삼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무분별한 채취로 산삼 씨가 마르는 상황이 됐고, 급기야 조선시대 산삼 공납량이 갈수록 늘어나 고충을 겪는 백성들을 위해 산삼 종자를 채취해 농가에서 재배하도록 한 분이 바로 주세붕 선생”이라면서 풍기가 우리나라 최초의 인삼 재배지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가족의 건강을 염원하며 도시락에 인삼 무늬를 새겨 넣은 1960~70년대 도시락.

 

 

 

 

과거 영남의 관문 역할을 했던 죽령 옛길을 재현한 숲길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풍기에서 인삼 농사가 잘되는 이유, 인삼의 생육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인삼은 음지식물이라 해 가림막을 설치해야 하는데 풍기의 경우 비로봉과 연화봉 같은 해발 1400m 고봉에 막힌 바람이 죽령(660m)으로 몰려들어 골바람이 되고, 공기를 순환해줘 항상 서늘한 상태가 유지됩니다. 또 영양분이 충분한 퇴적층 아래 모래와 자갈이 많아 배수 능력도 뛰어나죠. 자연환경과 부지런한 사람들이 만나 우수한 풍기인삼이 탄생하는 것입니다.”(송 학예연구사)

인삼은 그 효능만큼이나 가공 방법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다양하다. 인삼을 쪄서 만든 것은 ‘홍삼’, 데쳐서 만든 ‘태극삼’, 껍질을 벗겨 말린 ‘백삼’, 날것 그대로는 ‘수삼’이라고 부른다.

인삼은 열을 가하면 성질이 변하는 특성이 있는데, 홍삼으로 가공했을 때 사포닌 성분의 종류와 양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 학예연구사는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되듯, 인삼도 적당한 양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라며 우리나라 인삼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을 당부했다.

 

<관람안내>

관람료: 500~2000원 (국가유공자 무료, 군인단체 1000원)
휴관일: 설, 추석, 매주 월요일
시내버스: 25-1, 25
문의전화: 054-639-7686

좋은 인삼 고르는 방법


1. 맨눈으로 보아 외관에 상처나 흠집이 없고 흙이 약간 묻은 것
2. 잔뿌리가 원상태로 있는 것
3. 껍질은 주름 없이 탱탱하고, 인삼을 들었을 때 묵직한 것
4. 몸통은 상하 균형이 잡힌 것

송현숙 기자 < rokaw@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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