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암, 알면 이긴다

초음파 등 진단 ‘너도나도’…매년 23% ‘뜀박질’

입력 2017. 08. 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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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한국 여성 암 중 최다갑상선암 급증세 왜?


예후 좋아 5년 생존율 100%

대부분 결절 크기 1㎝ 이하로 작고

병리조직학적으론 유두암 많아

남녀 통틀어 치료성적 가장 뛰어나

 

의료계 ‘과잉진단’ 자성

최근 10년간 국가암관리사업 등

암 조기진단 열풍이라고는 하나

유례없는 폭증현상에 자정 목소리

 

결국 암 발견·수술건수 점차 감소

2014년, 전년보다 28%나 줄어

 

 

 

 

 


필자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갑상선(샘) 암은 우리나라에 그리 많지 않았다. 대학병원에서도 진단되는 환자가 매우 드물어 그리 큰 관심을 가지지도 못하는 암이었다. 1980년대는 방사성동위원소 진단법이 정착되기 시작하는 단계였으므로 갑상선 암은 의사가 손으로 만져서 경험적으로 진단하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


초음파 검사 방법이 일부 대학병원급에서 시도되기 시작하던 그런 시점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갑상선 암이 우리나라 여성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1위 암이 되었다. 갑상선 암은 원래 남성보다 여성에서 4~5배 많이 생긴다. 통계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약 22.7%씩 갑상선 암 환자가 늘었다고 한다. 초음파 진단법이 전국 거의 모든 병원에서 보편화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여성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유별나게 높아 특히 여성의 상징이라 여겨지는 유방에 암이 생기는 것을 염려하는 여성이 암 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는 검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부수적으로 갑상선 암 진단 기회도 늘었다고 의료계에서는 보고 있다.

따라서 새로이 갑상선 암으로 진단되는 사람은 당연히 초기 갑상선 암 환자다. 조기에 발견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갑상선 암 환자 대부분은 병리조직학적으로는 유두암이며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발견되는 환자의 병기는 결절의 크기가 1㎝ 이하로 작은 초기 갑상선 암 환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갑상선 암은 실제로 그 예후가 매우 좋은 암으로 알려져 있는데 2014년 우리나라 암 통계에 따르면 갑상선 암 치료 후 5년 생존율은 무려 100%에 육박할 정도로, 남녀 모두 합해 모든 암 중에서 치료 성적이 가장 좋다. 친척 중에서 갑상선 암에 걸렸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전화를 받으면 기다렸다가 치료받으면 다 나으니 걱정하지 말란 말을 쉽게 하는 암이다. 특히 1㎝ 미만의 갑상선 암은 암임에도 불구하고 수술이나 동위원소 치료가 불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학계 이견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갑상선 암은 치료하지 않아도 매우 서서히 자라기 때문에 진단 초기에는 별 치료를 하지 않고 관찰만 해도 전체 생존율에는 차이가 없다.



갑상선 암 증가는 일시적 현상

우리나라 암 통계를 보면 갑상선 암은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연간 22.7%씩 증가하는 정도로 폭증했다. 갑상선 암은 여성에서 특히 많이 발생하는데 여성 암 중 6∼7위이던 것이 지금은 명실상부한 1위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2011년 이후 다시 점차 감소하고 있다.

갑상선 암 폭증 현상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었으므로 국제학회에 나가보면 한국에 갑상선 암이 급증하는 원인을 물어오는 학자가 많았다. 무슨 급격한 변화가 있길래 한국인 여성에서 갑상선 암이 폭증했던 것일까?

갑상선 암은 아직 완전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체르노빌 사건과 같은 방사선 노출에 기인한 경우이거나, 요오드 과잉 섭취나 부족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갑작스러운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갑자기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의 섭식 습관이 바뀌어 요오드 섭취량이 변한 것도 아닐 텐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런 갑작스러운 갑상선 암의 증가 현상에 대해 학계에서는 암 환자의 수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진단할 기회가 늘면서 생긴 현상이라 해석하고 있다. 초음파 검사나 PET 검사 등으로 진단이 잘 되는 이 암은 워낙 천천히 자라나는 암이어서 의학적으로는 그렇게 위중한 질병도 아니고 그런 이유로 과거에는 진단을 소홀히 한 암이었다. 진단이 된다 해도 환자 95% 정도는 완치가 가능한 매우 예후가 좋은 암이었기에 초기 진단에 그렇게 신경을 안 썼다.

한국에서는 최근 10여 년간 국가암관리사업 추진과 더불어 암 조기진단 열풍이 불었다. 특히 여성 유방암이 최근 크게 증가하면서 여성들의 암 조기검진을 위한 병원 방문이 늘었다. 대부분 진단 병원에서는 유방암이나 자궁경부암 검진 시 갑상선 암 검사를 추가해 검사하는 경향이 많았고 그 결과 갑상선 암이 급증해 여성 암 중 1위로 부상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말았다.

이런 갑상선 암 과잉 진단이 사회적 이슈가된 후 의료계에는 자정의 목소리가 일었고, 점진적으로 갑상선 암의 발견과 수술 건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2013년에 비해 2014년 갑상선 암의 발생이 2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유근영 국군수도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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