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국방일보-한국관광공사-강원도 공동기획 이달의 면회길

한탄강 따라 한걸음 한걸음 영웅의 숨결이 닿는다

김용호

입력 2017. 08. 0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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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2코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

혼자 떠나는 여행도, 가족이 함께 가는 여행도 마찬가지다. 여행은 들머리와 날머리만 잘 잡아도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때 묻지 않은 자연, 강원도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2코스도 그런 길이다.

한탄강 남측 산악지대의 주상절리길 2코스는 승일공원에 주차하고 승일교~마당바위~흔들다리~송대소~태봉대교~직탕폭포까지 5.1㎞로 2시간 정도 걸린다. 강 북측 주상절리길 1코스는 대부분이 아스팔트 포장길이어서 자전거 길로 제격이다. 주상절리길의 내밀한 속살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2코스가 좋다. 이 코스는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 10선에 선정돼 널리 알려졌다. 또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현무암 계곡으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6·25 때 전사한 박승일 대령의 이름 딴 ‘승일교’

 


들머리는 승일교로 잡았다. 신철원과 고석정을 잇는 이 다리는 빨간색의 한탄대교와 나란히 남북을 잇는다. 한국의 ‘콰이강의 다리’로 불리는 승일교(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26호)는 갈말읍 내대리와 동송읍 장흥리를 연결하는 아치형 다리다.

이 다리의 이름은 북한 김일성(金日成)이 착공해 이승만(李承晩) 대통령 시절 완성했다고 하여 승(承)자와 일(日)자를 따서 지었다는 설과 6·25전쟁 당시 한탄강을 건너 북진하다 전사한 박승일(朴昇日) 대령의 이름을 땄다는 설이 있다.

 


백수현 농촌체험관광해설사는 “1985년 세운 승일교 입구 기념비에는 박승일 연대장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는 걸 정설로 소개하고 있다”면서 “당시 군단장 이성가 장군이 장렬히 싸우다 전사한 전쟁영웅을 다리 이름으로 명명하라고 지시했다. 이로 인해 한탄강 지류에는 고근홍 연대장의 이름을 딴 근홍교(포천시 영북면), 김영노 대령의 이름을 딴 영노교(포천시 창수면) 등이 있다”고 말했다.

6·25전쟁 전후 남북이 건설한 승일교는 높이 35m, 길이 120m로 짧지만 독특한 설계 방식을 띠고 있다. 3개의 교각 위에 2개의 큰 아치, 26개의 작은 아치로 이어진 미려한 곡선은 한국 다리 미학의 극치를 자랑한다. 처음 북한에서 착공할 때와 6·25전쟁 이후 남한에서 완공할 때의 공법이 서로 달라 아치 모양이 다르다.

북한이 시공한 동송 쪽은 둥글고, 남한에서 시공한 갈말 쪽은 둥근 4각 형태를 띠고 있다. 또 아치의 수도 다르다. 북쪽 아치형 상단부는 16개의 작은 아치를 떠받치는 14개의 작은 교각이 서 있고, 남쪽의 큰 아치에는 8개의 아치를 6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다. 승일교 남측 교주(橋柱)에는 ‘승일교, 단기 4291년(1958년) 12월 3일’이란 글씨가 한글로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웅장한 물소리에 더해진 향긋한 솔향기


역사의 현장인 승일교를 둘러봤다면 다리 앞에서 오른쪽 가파른 산자락을 올라야 한다. 한탄강 남측은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잇따른다.

여름철 수량이 풍부한 한탄강은 시원한 물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산등성이를 따라 난 트레킹 코스는 최고의 조명, 최고의 음향시설을 자랑하는 명품 야외공연장을 방불케 한다.

비가 갠 파란 하늘, 뭉게구름이 둥둥 떠 있는 무대를 배경으로 한탄강이 토해내는 깊고 웅장한 물소리와 주변 산새들의 노래, 바람 소리가 아름다운 선율로 수놓아져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거기에 코끝을 간질이는 향긋한 솔 향기까지 더해져 여행의 낭만을 한층 더한다. 걸음걸음 뗄 때마다 음률이 바뀐다. 바위에 걸터앉아, 가만히 서서 감상할 때 전해지는 감흥이 다르다. 이 길은 천천히 걸어가며 감상해야 음악이 시나브로 몸에 배어들어 온다.

철원의 유래 때문인지 발끝에 스치는 돌부리 하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예사롭지 않았다. 궁예가 밟았던 그 땅,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피땀 흘렸던 그 길에는 우리 민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 있다. 1시간 걸었을 즈음 가파른 낭떠러지 길이 한탄강 바닥으로 내리꽂힌다. 그 길 끝에 펼쳐진 널찍한 바위가 바로 마당바위다. 200명은 거뜬히 앉을 수 있으며, 철원 출신 누드 사진 작가 정운봉 씨가 이 바위에서 누드 사진을 찍은 뒤 마당바위라고 소개하면서 본격적으로 마당바위로 불렸다. 마당바위 맞은편은 수직의 현무암 주상절리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80m 강폭에서 넘치는 웅장한 ‘직탕폭포’… 돌아올 땐 시원하게 강 따라 래프팅


이어 출렁다리를 건너자 한탄강의 숨은 비경 송대소(松臺沼)가 시야에 들어온다. 때 묻지 않은 청정자연, 바람도 숨죽여 음미한다는 천하절경 송대소는 오랜 세월 물과 바람에 깎인 현무암이 절단면을 따라 덩어리째 수직으로 떨어져 나가 40여m 높이의 기암절벽이 보는 이를 단숨에 압도한다. 강바닥에서 보면 고구려 첫 도읍지 난공불락의 요새인 오녀산성 같다. 절벽엔 기품이 남다른 소나무가 수놓아져 있다.

막대기처럼 생긴 바위가 바닥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모습이 신기하다. 강물 줄기가 수백만 년 흐르고 또 흘러 구불구불 절벽을 탄생시켰다. 실제 눈으로 보면 더 웅장하고 장관이다.

 

철원관광의 백미 철원 8경 송대소를 뒤로하고 태봉교를 지나 종착지 직탕폭포에 도착했다. 52m 높이의 한탄강 번지점프대가 있는 태봉교는 직탕폭포 때문에 유명해졌다. 태봉교에서 보면 인공 댐을 넘어 물이 넘쳐흐르는 것 같다. 여기까지 천천히 흐르던 한탄강이 이곳에서 80m 강폭 전체가 폭포로 변해 장관을 이룬다. 승일교로 돌아오는 코스는 스릴 만점의 래프팅을 즐기면 두 배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사진=철원군청 제공

 

 

주변 볼거리: 철원 노동당사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관전리 민간인통제구역 출입구 바로 앞에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건물이 있다. 무너지다 만 3층짜리 건물이 철원 노동당사다. 외벽엔 총탄 자국이 선연하다.

광복 이듬해 북한 조선노동당에서 시공해 그해 말 완공한 러시아식 건물이다. 이 건물을 지을 때 주민을 강제로 동원했고, 마을당 쌀 200가마를 강제로 징수했다고 한다. 내부 공사에는 비밀 유지를 위해 공산당원 외에는 동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철원의 노동당사는 당시 철원, 김화, 포천을 관할했다. 주민들의 재산을 수탈하고 애국인사들을 체포해 이곳에서 고문과 학살을 자행했다. 노동당사 뒤편 방공호에서 사람의 유골과 실탄, 철사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6·25전쟁 당시 포격으로 폐허가 된 노동당사는 1850㎡의 면적에 지상 3층의 무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현재 1층은 각방 구조가 남아 있으나, 2층은 3층이 내려앉아 구조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다. 노동당사 앞뒤엔 포탄과 총탄 자국이 촘촘하다.

철원 노동당사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전성기 때 이 건물에서 ‘발해를 꿈꾸며’ 뮤직비디오를 촬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행 메모 (철원군: www.cwg.go.kr)
먹거리: 철원막국수, 두부전골, 한탄강 메기매운탕, 철원포크 왕갈비, 고추냉이 쌀국수 등
잠잘 곳: 민박, 펜션, 모텔, 호텔 등 다양

김용호 기자 < yhkim@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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