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러리 DMZ 식물 155마일

백리향

입력 2017. 07. 27   16:37
업데이트 2018. 12. 2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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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아름다운 분홍꽃 오랫동안 피우고 건조·추위에도 강해


백리행 꽃. 사진 = 양형호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백리행 꽃. 사진 = 양형호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지난달(2017년 6월), 육군본부와 국립수목원은 매우 의미 있는 업무협약(MOU)을 맺었습니다.


장병들께서는 다 알고 계시지만 휴전선 철책이 있는 주변은 적이 은폐할 위험이 있어서 언제나 깨끗하게 식생들을 정리합니다. 그런데 이 일을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병력이 필요하고, 지면을 덮고 있는 식생이 없으니 땅이 유실되는 등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DMZ 지역에서 자라는 키 작은 식물이 지면을 덮는다면 군사적으로나 생태적으로나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DMZ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수집, 보전, 전시, 증식하는 곳이 양구 펀치볼에 자리한 국립수목원 DMZ 자생식물원이어서 어렵지만 중요한 이 일을 두 기관이 함께 하기로 한 것입니다. 씨앗부터 모으고 키워서 적절하게 식물을 정착시켜야 하니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 기술적으로도 어려움이 많겠지만, 꼭 해야 할 일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몇 달 동안 알맞은 식물들을 찾아내기 위해 많은 연구자가 머리를 맞댔습니다. 여러 후보 식물이 있고 지역 특성에 따라 맞는 식물이 다를 수도 있지만 일단 모든 사람이 가장 적절하다고 골라낸 식물 중 하나가 바로 오늘 소개하는 백리향(百里香)입니다.

 

사진 = 양형호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사진 = 양형호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백리향은 아주 키가 작은 낙엽성 반관목 즉 나무로서, 옆으로 퍼져 자라 줄기를 늘어뜨리면 제법 길지만 키 높이는 5㎝를 넘지 못하니 정말 적격입니다. 물론 화분에 넣어 매달거나 약간 높은 경사면에 심으면 가지를 늘어뜨리면서 자라나 특별한 멋을 낼 수 있지만 땅 위에 심으면 포복성으로 퍼져 나가 땅을 덮습니다.


게다가 이즈음 분홍빛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냅니다. 한껏 자란 백리향 군락에 꽃들이 피어나면 말 그대로 사방이 꽃방석처럼 변하지요. 꽃도 오랫동안 이어져서 참 좋습니다. 건조에도 추위에도 강하니 이보다 더 좋은 식물이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더욱 매력적인 특징을 하나 더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향기입니다. 백리향이란 이름만 들어도 청량한 향기가 날아들 듯합니다. 높은 산 위에서 바위나 산자락을 덮으며 펼쳐지는 백리향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향기는 참 독특하고 인상적이지요. 작고 앙증맞은 꽃송이들이 내놓는 향기도 좋지만, 잎을 비비면 그 끝에 묻어 나는 향기가 더욱 특별합니다.


사실 ‘백리향’이란 이름은 꽃이 피어 그 향기가 백 리까지 퍼져나간다는 뜻이라기보다는 향기가 발끝에 묻어 백 리를 가도록 계속 이어진다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산길을 걷다 백리향이 발에 밟히고 그때 잎이 짓이겨져 묻은 향이 더욱 진해지고 그대로 발끝에 묻어 백 리를 갈 만큼 오래오래 지속된다는 말이지요.


백리향 자생지. 사진 = 양형호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백리향 자생지. 사진 = 양형호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백리향 집안을 통틀어 부르는 속명 티무스(Thymus)는 향기를 뿜는다는 뜻의 희랍어 티에인(thyein)에서 유래된 티메(thyme)에서 기인했다고 합니다. 영어로는 타임(thyme)이며 아주 유명한 허브 식물입니다.


허브 식물들은 보통 잎에 독특한 향기가 나서 차로 마시고, 음식도 만들고, 치료도 하고, 각종 향기 나는 제품도 만들어 인기가 대단하지요. 백리향 종류들은 향기뿐만 아니라 강장 효과도 높고 우울증, 피로 해소, 빈혈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음식이나 향료로 많이 쓰이며 특히 잎을 말려 차로 마십니다. 한방에서는 지초(地椒)라고 부르는데 발한, 구풍, 진해 등 여러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꽃이 피는 계절에는 수없이 벌들이 날아들어 좋은 밀원 식물이 되기도 하지요.

양지에서 아주 잘 자라고(반음지에서도 견딥니다) 다소 건조한 사질양토를 좋아합니다. 여름철에 기온과 습도가 높은 곳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줄기를 잘라 심어도 되고, 씨앗 혹은 포기나누기로도 번식이 가능합니다.

백리향의 꽃말은 용기입니다. 작은 식물이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향기를 뿜어내며 살아가는 것을 보면 백리향에 꼭 맞는 꽃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밀화 = 이숭현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세밀화 = 이숭현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 백리향

   과명 : 꿀풀과(Labiatae)
   학명 : Thymus quinquecostatus Celak.
   특징 : 낙엽 반관목
            잎/ 마주 보기, 타원형, 길이 5∼10㎜
            꽃/ 분홍색, 잎겨드랑이마다 2개씩 달림, 7월 개화
            열매/ 분과, 공 모양, 지름 1㎜, 9월에 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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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굴 기다리기에… 발끝에 묻은 香 백 리를 퍼지네 

     http://pdf.dema.mil.kr/pdf/pdfData/2017/20170728/B201707281401.pdf 

     국방일보 기획 ‘DMZ 식물 155마일’ 2017년 7월 28일자 ‘백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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