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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바늘꽃

입력 2017. 06. 22   15:38
업데이트 2018. 12. 2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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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화려한게 고고하기까지…아리따움 ‘삼박자’


씨방이 바늘처럼 길게 발달

따뜻한 남쪽에선 ‘귀하신 몸’

 


휴전선이 가로 놓인 한반도, 가장 북쪽에 사는 가장 아름다운 꽃을 고르라면 분홍바늘꽃을 고를 듯합니다. 한여름의 더위로 다가서지 못하는 높고 깊은 산에, 아주 드물고 드물게 자라는 풀이어서 우리 산야에서 만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게다가 바라보는 순간 감탄사가 나올 만큼 예쁜 꽃을 피워내는 참으로 아름다운 식물입니다.

분홍바늘꽃을 만나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절로 알 수 있습니다.


꽃은 연하지도 진하지도 않은 분홍색 그 자체입니다. 바늘이란 단어가 붙은 것은 꽃잎 아래에 씨방이 바늘처럼 아주 길게 발달하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씨방이 아주 긴 식물들은 모두 바늘꽃과에 포함됩니다.


이 집안 식물들은 보통은 꽃이 화려하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아는 달맞이꽃과 분홍바늘꽃은 꽃이 크고 화려합니다. 그중에서 분홍바늘꽃은 고고하기까지 하여 단연 돋보이는 존재지요.


이 종류의 식물을 통칭하는 학명 중 속명의 이름이 에필로비움(Epilobium)인데, 희랍어로 위쪽을 뜻하는 epo와 열매의 종류 중에서 익으면 선을 따라 벌어지는 ‘삭과’를 뜻하는 lobon의 합성어입니다.


분홍바늘꽃의 열매. 사진 = 양형호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분홍바늘꽃의 열매. 사진 = 양형호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분홍바늘꽃을 처음 만난 것은 백두산이었습니다.


식물도감으로만 보던 이 풀이 주변을 온통 붉게 만들며 정말 아름다운 꽃을 피운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의 감격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북쪽에선 그리 지천이던 이 꽃이 남쪽으로 내려오면 흔하지 않습니다. 휴전선 아래에선 오대산, 민통선 지역인 향로봉과 연천 그리고 함백산 등에서 겨우 볼 수 있습니다.


워낙 북방계 식물이어서 일반인은 만날 수 없었던 분홍바늘꽃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강원도에서 자생식물을 주로 키우는 한국자생식물원 덕분입니다. 수천 포기를 식물원 언덕에 심어 놓아 많은 사람의 마음을 끌면서 이 꽃을 알고 기억하는 이들이 많아졌지요.


DMZ 주변에 꽃이 지천인 언덕을 만들고 싶다면 분홍바늘꽃을 권합니다. 남한의 산에서는 적어도 해발 1,000m 이상은 되고 볕이 드는 풀밭이 가장 잘 살 수 있는 곳입니다. 더운 남쪽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풍광을 만들어 줄 겁니다.


사진 = 양형호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사진 = 양형호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DMZ 주변을 남쪽 한계로 하여 북쪽 지방 그리고 더 북으로 올라가 만주 벌판이 이어지는 중국과 러시아 지방에서 여름이면 만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북방의 꽃이라고 해도 좋을 듯싶네요.


다른 말로 두메바늘꽃이라고도 하고 큰바늘꽃이라고도 하는데 정말 이 식물을 볼 수 있는 곳은 깊고 깊은 두메산골이며 다른 바늘꽃 종류보다 식물체 전체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한자로는 유란(柳蘭)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그 붉은 꽃 무리가 인상적이기 때문인지 파이어 위드(Fire weed)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희귀식물의 범주에 들지요. 그 모습에 매료돼 내 집으로 옮기고 싶다면 포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뿌리가 아주 깊어 옮겨지지도 않을뿐더러 낮은 땅으로 내려오면 잘 적응하지 못하고 죽어 버립니다. 


그러니 DMZ 주변에서 키우기 제격이지요. 까다로운 덕택에 보기가 쉽지 않고 그래서 더욱 가치가 올라가는 그런 식물이 분홍바늘꽃입니다. 꼭 키우고 싶다면 여름이 서늘한 곳에 씨를 뿌려 키워야 합니다. 키는 허리쯤 크고, 한여름에 줄기 끝에 지름 2∼3㎝의 분홍색 꽃들이 줄줄이 달립니다.


참으로 탐스럽지요. 꽃받침과 꽃잎이 각각 4장인데 모양이 똑같지 않은 것도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군락으로 보아도 멋지고, 한 송이 한 송이를 가까이서 보아도 아름답고…. 


조건이 맞는 곳이라면 꽃밭이든 절개지 사면이든 어디나 무리 지어 심으면 좋습니다. 한방에서는 약으로도 쓰는데 젖이 잘 나오게 하고 장이 잘 움직이게 하며, 염증과 통증을 줄이고 피를 멈추게 하며 뼈를 붙이는 데 효과도 있다고 하니 전투상식으로 기억해 둘 만합니다.

분홍바늘꽃이 무리 지어 피어있는 모습을 보면 북쪽에 고향을 둔 분들이 자신이 자란 쪽 하늘을 바라보며 통일을 꿈꾸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세밀화 = 이숭현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세밀화 = 이숭현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 분홍바늘꽃 

    과명 : 바늘꽃과(Onagraceae)
    학명 : Epilobium angustifolium L.
    특징 : 여러해살이풀, 키 1.5m
            꽃/ 7∼8월 개화, 분홍색, 지름 2∼3㎝, 총상꽃차례
            잎/ 긴 타원형, 길이 8∼15㎝, 가장자리 뒤로 말림, 뒷면 분백색
            열매/ 삭과, 길이 8∼10㎝, 종자에 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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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화려한게 고고하기까지…아리따움 ‘삼박자’ 

   http://pdf.dema.mil.kr/pdf/pdfData/2017/20170623/B201706232201.pdf  

   국방일보 기획 ‘DMZ 식물 155마일’ 2017년 6월 23일자 ‘분홍바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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