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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잃은 철모… 군번줄… 전쟁의 상흔, 통일 향한 열망으로

김철환 기사입력 2017. 06. 17   11:08

육군21사단 ‘양구전쟁기념관·통일관, 제4땅굴, 두타연’

 

6·25전쟁 당시 양구서 치른 치열한 전투 재조명한 기념관 인기

주변 제일 자연경관 ‘두타연’…장병들 가족·친구들과 즐겨 찾아

 

 

 


 

 

 

“외할머니께선 종종 전쟁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외외종조부님께서도 초야에 이렇게 쓸쓸히 묻히셨을 생각을 하니 숙연해집니다.”

육군21사단 배경한 이병은 양구전쟁기념관 전시실 한복판에 세워진 조형물 앞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탄피 무덤에 세워진 소총과 그 위에 걸린 주인 잃은 철모 그리고 군번줄. 치열한 전투 속에 스러진 누군가를 위한 임시 묘비 조형물을 보며 배 이병은 만난 적이 없는 외외종조부의 숨결을 느꼈다.

 

 


제4땅굴을 찾은 장병들이 땅굴 입구를 쏘아보고 있는 충견 헌트상을 살펴보고 있다.

 

 


 

실제 전투 현장 같은 ‘양구전쟁기념관’

 


지금도 북한과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강원도 양구에는 도솔산전투와 펀치볼전투, 피의능선전투 등 6·25전쟁 당시 양구를 무대로 펼쳐졌던 치열한 전투들을 재조명하는 ‘양구전쟁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그대로 노출된 콘크리트 벽면에 새겨진 탄흔 같은 수많은 구멍들과 녹슨 강철의 붉은 색이 감도는 조형물은 이곳이 마치 실제 전투의 현장이었던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2000년 6월 문을 연 양구전쟁기념관 입구에 세워진 기둥들은 9개의 전투를 의미하며, 기둥 앞뒤에 고지의 높이와 참전부대, 전투 기간이 새겨져 있다.

실내로 발걸음을 옮기면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불법남침이 불러온 죽음과 기아, 파괴, 피난 등 우리 민족이 겪은 고통을 담은 사진을 빠르게 둘러볼 수 있다. 전시관 중앙부의 원형 공간에는 양구지역 9대 전투 약사와 당시 사용된 무기들이 전술한 임시 묘비 조형물을 둘러싸고 있다.

출구 쪽에는 실제 양구에서 적과 맞서다 소중한 생명을 내놓은 전사자들의 명부가 금속판에 새겨져 있었다.

이날 동행한 배 이병의 외가와 친가에는 모두 6·25전쟁 참전용사가 계시다. 그의 친할아버지는 살아서 돌아오셨지만, 외할머니께 “함경북도까지 치고 올라가 통일을 꿈꾸며 싸우고 있다”고 전한 외외종조부는 어디선가 장렬히 전사해 초야에 묻혀 계신다.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외외종조부를 찾기 위해 입대 후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이 진행하는 유전자(DNA) 채취에도 응한 배 이병에게 양구전쟁기념관은 더욱 특별한 느낌을 주는 곳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부대 인근에 숨겨진 비경 ‘두타연’의 흔들다리를 건너는 21사단 장병들.

 

 

 

북한을 이해하기 위한 ‘양구통일관’

 


양구전쟁기념관 곁에는 ‘양구통일관’과 ‘도솔산·펀치볼지구 전투전적비’가 연이어 자리하고 있다.

먼저 전투전적비에서 전우들과 함께 참배를 마친 신정재 이병은 “부대 주변에서 평화롭게 농사를 짓는 주민들의 밝은 미소를 자주 접한다”며 “선배 전우들께서 목숨을 건 치열한 전투로 양구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이곳이 현재 자유와 민주주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곳이 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큰 존경심과 함께 그 정신을 이어받아 국토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서 방문한 양구통일관은 남북통일에 대비해 국민에게 북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통일 의지를 고취하기 위해 1996년 8월 건립된 곳이다.

전시실에는 통일부에서 제공한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사진과 실제 북한에서 생산·사용하고 있는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하지만 신세대 장병들에게 더욱 어필한 것은 통일관 앞에 세워져 있는 6m 높이의 조각상 ‘인사하는 인간(Greeting Man)’이었다. 양구 출신의 설치미술작가인 유영호 조각가가 제작한 이 작품은 자신을 낮춰 상대를 존중하고 마음을 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영욱 이병은 “조각상처럼 남북이 서로 평화로운 인사를 나누며 하나가 되는 날이 우리 세대 안에 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들은 또 제4땅굴로 이동해 전쟁 후에도 이어진 북한의 도발 현장을 직접 살펴보며 강한 안보만이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초석이라는 점을 배웠다.

병사들을 인솔한 김서영 중위는 “전쟁기념관과 통일관, 전적비, 제4땅굴로 이어지는 코스는 우리 부대에서 안보정신교육을 진행하는 대표적인 장소”라며 “신세대 장병들이 저마다 굳은 안보관과 통일을 향한 열망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겠다”고 말했다.


양구전쟁기념관 입구. 9개의 기둥은 6·25전쟁 당시 이곳에서 치러진 9대 전투를 뜻한다.

 

 


 

통선의 숨겨진 비경 ‘두타연’



21사단 장병들이 끝으로 방문한 곳은 부대 작전지역의 명소 ‘두타연’이었다.

두타연은 민간인 출입통제선 북방인 방산면 건솔리 수입천의 지류로 주변의 산세가 수려한 경관을 이루고 있다. 10m 높이에서 계곡물이 떨어지는 폭포 아래에는 최대 수심 12m의 연못이 형성돼 있다. 이곳에서 장병들은 부대 인근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자부심을 갖는 시간을 보냈다. 평소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두타연은 외박과 휴가를 나온 장병 가족 2~3팀이 늘 보일 정도로 장병들이 먼저 보여주고 싶어 하는 부대의 명소다.

본부중대 군수분대의 이풍민 이병은 “신병교육대에서 행군하면서 두타연 옆을 지날때 물소리는 들은 일이 있는데, 실제로 보니 굉장히 아름다워 놀랐다”는 소감을 밝혔다.

일본인 연인을 두고 있다는 이 이병은 “여자 친구가 한국의 모든 것을 좋아하고 동경하는데 남북이 대치 중인 접경지역 방문에는 무서움을 느낀다”며 “빨리 통일이 되면 좋겠지만 그 전에도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 국군이 평화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니 걱정 말고 아름다운 두타연을 한 번 보러 오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양구에서=  김철환 기자 < droid00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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