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우리부대 명소명당

자유를 향한 의지 이 산 저 들판 어디 숨 쉬지 않는 곳 있으랴

이주형

입력 2017. 06. 0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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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102여단 ‘부대 창설지 안보테마공원’


6·25전쟁∼정전협정 중

창설한 12개 부대 ‘한자리에’

소중한 안보유산으로 간직하려

안보테마공원으로 조성

 




‘슥슥 슥슥’ 창설비를 닦는 오희찬(21)·황호진(22) 일병의 손길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과 무더위에 일이 성가실 만도 하지만 귀찮아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잡초도 뽑고, 주변 정리도 씩씩하게 한다. 정기적으로 하는 일이지만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장병들의 마음은 더욱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다가간다. 여기는 강원 양양 육군102기갑여단 앞에 위치한 ‘부대 창설지 안보테마공원’이다.

안보를 테마로 한 공원이라고 거창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전쟁기념관이나 천안함이 전시된 평택 해군2함대의 안보공원, 안인진리의 강릉통일안보공원 등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하지만 여단 앞의 공원은 그렇지 않다. 오밀조밀하거나 대규모로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는 멋은 없다. 그저 보이는 것은 12개 부대의 창설비와 전차 등의 무기 몇 대뿐. 덕분에 언뜻 보기에는 황량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르다. 그 안에는 우리 산하를, 우리의 자유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숨겨져 있다.

양양에서는 6·25전쟁 중이던 1952년 1월부터 1953년 6월까지 6개 부대가 만들어졌다. 8사단은 이에 앞서 전쟁 발발 전인 1949년 6월 20일 강릉에서 창설됐다. 전쟁 중에는 12·15사단(1952년 11월 8일)이 양양 전진리에서, 21사단(1953년 1월 15일)은 양양 조산리, 20사단(1953년 2월 9일)은 양양 주청리에서 각각 창설됐다. 22·25사단(1953년 4월 21일)은 현재 102여단이 위치한 장산리에서 그 시작을 알렸다.

또 정전협정 이후에는 27사단(1953년 9월 18일)이 양양 송암리에서, 7군단(1969년 1월 18일)과 23사단(1975년 8월 1일), 8군단(1987년 4월 1일)은 모두 양양 장산리에서 창설됐다. 102여단(1988년 6월 1일)은 삼척에서 탄생을 알렸다.

이같이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12개 부대의 창설비가 한자리에 모이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지난 2013년이다. 정전협정 60주년을 기념해 그해 10월 5일 8군단과 양양군이 현 위치인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장산리를 우리 군의 소중한 역사를 간직한 안보유산으로 보전하고자 사단 창설지 안보테마공원으로 조성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공사는 2013년 6월 3일부터 9월 17일까지 여단이 연인원 2100여 명과 중장비 120여 대를 투입해 노력과 정성으로 완공했다.

공원은 ‘ㄱ’ 자 모양으로 전시물이 구성돼 있다. 8군단에서 시작해 7군단, 21사단, 15사단을 거쳐 102여단으로 끝을 맺는 창설비가 한 축을 이룬다. 창설비는 자연석으로 만든 것도 있고, 대리석을 다듬은 것도 있다. 제각각의 모습이지만 자부심을 느끼고 출신 부대의 위용을 자랑하기에는 충분하다. 아니 넘쳐 보인다. 창설비를 하나씩 살피며 찬찬히 걷다 보면 정자가 마중을 나온다. ‘ㄱ’ 자의 꼭짓점을 이룬 지점이다. 발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기에는 딱 안성맞춤이다.

 

 

창설 기념비를 깨끗이 닦고 있는 장병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옆을 바라보니 M47 전차와 M113 장갑차, M115 8인치 견인포, O-1A 관측기, 40㎜ 2연장함포 등 퇴역한 8대의 장비가 일렬로 나란히 있다. 한때 우리 군의 주력 무기였던 군사재들이다.

현재 양양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무기가 한군데 모인 곳은 없다. 그래서 이 지역을 방문한 이들도 쏠쏠히 찾곤 한다고 한다. 예전 부대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예비역들과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찾아와 창설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전시된 장비를 둘러보며 안보를 되새기는 것이다.

특기할 것은 국군의 날과 관계가 깊다는 것이다. 38선을 박차고 북진을 개시한 장소가 양양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지금 양양과 속초를 지나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갈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10월 1일 국군의 날을 전후해 여기에서는 대대적인 행사가 열린다. 8군단장 주관으로 12개 부대의 장병들이 모여 행사를 치르는 것이다. 8군단 자체 행사로 시행하던 38선 돌파 기념행사를 2013년부터 ‘사단창설·38선 돌파 기념행사’로 승격시켰다. 그러면서 양양수복 시가행진, 전시·체험행사 등을 주변 지역과 연계해 실시하고 있다. 또 2015년부터는 6·25전쟁 당시 국군의 최선봉에서 38선을 돌파하는 데 주역이었던 참전용사들을 각별하게 예우하기 위해 참전용사 대표 축사와 증언도 행사에 포함하고 있다.

여단 박재원 주임원사는 “공원은 평소에는 전입 신병과 간부들이 방문해 국가관과 조국애를 함양하고, 주말에는 많은 면회객과 관광객들이 방문해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소중한 장소”라며 “여단뿐 아니라 육군에 있어서도 큰 의미가 있는 공간으로서 애정을 갖고 보존에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형 기자 < jatak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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