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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 선 충무공… 층층 기암·절벽…쉽게 사라지지 않을 예향… 호국…

윤병노 기사입력 2017. 06. 01   16:54

해군3함대와 목포 유달산

탁탁탁! 전통 서각 장인의 藝 짓는 소리

충무공 정신·힐링 담은 고하도·노적봉

자꾸 마음이 간다, 유달리 이 山 만큼은

 

전투 피로도 해소 및 정신전력 강화의 일환으로 일일 전사적지 탐방에 나선 해군3함대 공보과장 이재호(가운데) 중위와 사령부 소속 수병들이 목포 유달산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다. 함대는 이순신 장군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유달산을 정신력 제고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노령산맥의 맨 마지막 봉우리이자 다도해로 이어지는 서남단 땅끝에 자리한 유달산. 마치 우두머리인 양 도도히 목포 시내를 내려다보는 유달산은 해발 288m에 불과하다. 그러나 목포 시민의 자부심은 수천 m의 산보다 더 높다.

유달산은 목포 하면 떠오르는 노래 ‘목포의 눈물’과 ‘목포는 항구다’에도 등장할 만큼 목포 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명소’다. 유달산은 예로부터 서남단 해안을 지키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특히 이순신 장군의 전설이 깃들어 해군3함대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함대는 장병들의 전투 피로도를 해소하고, 정신전력 강화를 위한 교육의 장으로 유달산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통서각 새기며 근무 스트레스 훌훌

“탁탁탁! 톡톡톡!”

봄의 끝자락을 아쉬워하는 짙은 꽃내음이 다향(茶香)처럼 퍼지던 지난달 27일 오후. 유달산 노적봉 인근의 벽산전통서각협회 공방(工房)이 망치 두드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뿜어내는 향기로 채워진 공방에는 3함대 장병을 포함한 7~8명이 서각(書刻)에 열중이었다.

서각은 나무 본래의 모습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글과 그림 등을 새겨 넣는 조형예술이다. 작은 망치와 조각칼로 수만 번을 파고 깎아야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그런 만큼 고도의 집중력과 정교함, 인내심이 요구된다. 장병들은 서투른 실력이지만 이마에 구슬땀이 맺힌지도 모른 채 칼을 쥔 손과 망치에 정신을 집중했다.

김현찬 병장은 “잠깐의 체험이었지만 나무의 향이 심리적 안정을 주면서 근심 걱정이 날아간 것 같다. 단순히 나무에 글자를 새기는 게 아닌 앞으로 내가 가져야 할 정신 자세를 마음에 새기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각 체험은 3함대에 근무하는 정형준 군무주무관이 강사를 맡았다. 사단법인 벽산전통서각협회 이사장인 그는 전통서각 분야 전남 무형문화재 신청을 앞둔 최고의 장인(匠人)이다. 특히 나무의 저항을 최소화해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도록 고안한 칼과 소음을 대폭 줄인 망치를 만들어 ‘실용신안등록’을 했다. 또 3함대 장병과 군 가족을 대상으로 서각 체험행사를 열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해군3함대 수병들이 유달산 노적봉 인근의 벽산전통서각협회 공방에서 정형준(가운데) 군무주무관에게 서각용 망치와 칼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왜적 침략 봉쇄 의지 담긴 충무공 동상

3함대는 이날 잦은 야근과 휴일 근무로 피로가 쌓인 사령부 수병들에게 작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선물했다. 목포 시민공원이자 전국에서 관광객이 모여드는 유달산을 돌아보며 지친 심신을 달래고, 이순신 장군의 나라사랑 정신을 각인할 수 있는 일일 전사적지 견학을 실시한 것.

유달산 입구 계단을 오르면 우뚝 서 있는 충무공 동상이 보인다. 이 동상은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있던 정유재란 때 명량에서 왜군을 대파한 뒤 목포 인근 고하도에 기지를 구축하고, 수군을 재건해 나라를 구한 충무공 정신을 구현하자는 취지로 1974년 건립됐다. 이 동상은 피사의 사탑처럼 왼쪽으로 0.5도 기울어져 있다. 이는 일본이 있는 쪽을 정확히 바라봄으로써 왜적이 침략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충무공 동상 맞은편은 이순신 장군의 전설로 유명한 노적(露積: 곡식이 수북이 쌓임)봉이다.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이 군사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큰 바위에 이엉을 덮어 왜군에게 군량미를 대량 비축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설이 있다. 또 주민들에게 군복을 입혀 노적봉 주위를 계속 돌게 함으로써 대군이 있는 것처럼 위장했던 전술이 ‘강강술래’로 발전했다는 이야기도 내려온다.

김형길 병장은 “집이 전남 나주여서 가족과 함께 유달산을 찾은 적이 있는데, 그때의 유달산과 참수리 고속정 승조원 임무를 수행하며 보던 유달산은 완전히 달랐다. 유달산은 긴급출항과 입항 때마다 우리를 배웅하고, 맞아주는 든든한 존재였다. 이순신 장군의 기운이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을 알게 된 오늘은 또 다른 느낌이다. 이 기운을 이어받아 남방해역을 물 샐 틈 없이 수호하는 상승 3함대 확립에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호남의 금강산’ 절경에 감탄사 연발

전사적지 견학 마지막 코스는 유달산 정상인 일등암(一等巖) 등반이다. 유달산은 산세가 험할 뿐만 아니라 층층기암과 절벽이 많아 ‘호남의 개골(皆骨: 금강산)’이라고 불린다.

장병들은 수백여 개의 계단과 가파른 경사를 극복하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가쁜 숨을 가라앉히기 위해 운치 있는 정자에서 잠시 땀을 식혔다. 기둥 사이사이로 보이는 풍경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일등암에 오르자 아름다운 다도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절경이 펼쳐졌다. 오가는 크고 작은 선박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했다. 평평한 바위에 둘러앉아 경관을 감상하는 장병들 얼굴엔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박형규 상병은 “금쪽 같은 휴일에 등산을 한다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참여하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 조금은 힘들었지만 가슴이 탁 트이면서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고,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됐다. 기회가 된다면 가족, 동기들과 함께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3함대 공보과장 이재호 중위는 “옛날부터 선원들은 출항 때마다 안전 항해와 풍어를 기원하는 풍습이 있었다. 유달산은 목포 어민들에게 그런 존재였다. 함대 장병들도 입·출항 때마다 충무공의 숨결이 깃든 고하도와 유달산을 보며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전사적 기풍을 배양하고 있다. 앞으로도 장병 정신전력 강화를 위해 유달산 전사적지 탐방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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