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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방울꽃

입력 2017. 03. 23   16:56
업데이트 2018. 12. 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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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살랑살랑 은방울 딸랑딸랑 행복이 조랑조랑


꽃 모양 마치 은색 종 같아… 꽃말 ‘행복’

신부 부케로 애용… 꽃다발 선물로 제격

여린 순 나물로 먹지만 독성 있어 요주의


“잎새 뒤에 숨어 숨어 익은 산딸기”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산딸기 대신 잎새 뒤에 숨어서 피는 고운 꽃을 고르라면 은방울꽃을 고르겠습니다. 나무가 들어찬 숲속, 혹은 숲 가장자리, 간간이 드러나는 틈새로 따사로운 햇살이 찾아드는 곳에서 이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넓적하게 두 갈래로 펼쳐진 잎새들을 들춰보면 작고도 순결한 백색의 꽃들이 조랑조랑 매달려 있지요. 은방울꽃이란 이름은 이 고운 꽃의 모양을 따서 붙인 것입니다.


은방울꽃의 꽃과 잎. 사진=양형호 / 국립수목원 제공
은방울꽃의 꽃과 잎. 사진=양형호 / 국립수목원 제공


제가 보기에는 방울보다는 은색의 종 같습니다.


사이좋게 달린 작은 꽃송이들은 여섯 갈래의 잎끝이 뒤로 살짝 말려 있습니다. 수줍은 듯 휘어져 고개 숙인 모습이 얼마나 곱고 사랑스러운지요. 게다가 봄바람이라도 살랑살랑 불면 꽃의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꽃향은 또 얼마나 맑고 향기로운지. 은방울꽃은 숲을 보지 않고 빨리만 걸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자신의 모습과 향기를 드러내지 않는답니다. 경계근무와 훈련에 고단한 마음이 든다면 여가 시간에 은방울꽃을 한번 찾아보세요. 분명 장병 여러분에게 큰 위로가 될 거예요. 


은방울꽃은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동시베리아 등 북반구의 여러 지역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학명은 콘발라리아 케이스케이(Convallaria keiskei)인데 속명 Convallaria는 ‘골짜기’란 뜻의 라틴어 콘발리스(convallis)와 ‘백합’이란 뜻의 그리이스어 레이리온(leirion)의 합성어입니다. 


즉 골짜기의 백합처럼 아름답고 향기롭다는 뜻이겠지요. 향수란(香水蘭), 영란(鈴蘭 또는 瓔蘭), 초옥란(草玉蘭)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봄에 피므로 오월화, 꽃의 모양을 따서 초롱꽃이라고도 합니다. 물론 진짜 초롱꽃은 따로 있지만요. 


일본인들은 은방울꽃을 방울처럼 생긴 난초라는 뜻으로 ‘스즈란(鈴蘭)’이라 부르며 매우 사랑해 정원에 군락으로 많이 심고 축제처럼 즐기기도 하지요.

 

무리지어 피어 있는 은방울꽃. 사진=양형호 / 국립수목원 제공
무리지어 피어 있는 은방울꽃. 사진=양형호 / 국립수목원 제공

유럽사람들도 은방울꽃을 매우 좋아합니다. 


독일은방울꽃이라고 부르는 서양의 은방울꽃은 우리 것과 거의 비슷하지만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처럼 꽃의 크기가 크고 잎에 약간 흰빛이 돌아 구별이 가능합니다. 


영국에서는 은방울꽃을 학명의 뜻 그대로 ‘계곡의 백합(Lily of the Valley)’이라 하고, 독일에서는 우리말 이름과 비슷하게 ‘5월의 작은 종’, 프랑스에서는 꽃송이들이 차례차례 달리는 모습을 비유해 ‘천국에 이르는 계단’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습니다. 


유럽에서는 은방울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받으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있어서 5월이 되면 사랑하는 이들에게 바칠 은방울꽃 묶음을 들고 다니는 젊은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면회 오는 여자친구에게 이런 꽃다발 하나 준비하면 감동이지 않을까 싶네요. 또 은방울꽃은 성스럽고 순결한 이미지 때문에 ‘성모의 눈물’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으며, 봄의 여신이 바로 이 꽃의 수호신입니다.

서양의 은방울꽃에는 ‘레오나르도’라는 그리스 청년에 얽힌 전설이 하나 전해 내려옵니다. 


레오나르도는 책을 많이 읽는 아주 정의로운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악마와 싸워 세상의 불의를 없애고자 길을 떠났습니다. 한 마을에서 해마다 마을 사람들을 해치는 무서운 용을 만났습니다. 그는 사흘 밤낮을 싸워 마침내 용의 심장에 칼을 꽂아 죽였습니다. 용과 싸우면서 레오나르도는 팔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여기서 핏방울이 떨어지자 그 자리에서 싹이 올라와 하얀 꽃을 피웠는데 이것이 바로 은방울꽃이었다고 합니다. 


그 후 사람들은 매년 은방울꽃이 피면 이 청년의 정의로움을 기억한다고 합니다. DMZ의 은방울꽃에는 우리 장병들의 정의가 담겨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은방울꽃의 열매. 사진=양형호 / 국립수목원 제공
은방울꽃의 열매. 사진=양형호 / 국립수목원 제공


은방울꽃은 어린 순을 삶아 우려낸 다음 나물로 먹기도 하지만 독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잘못 먹으면 심부전증을 일으켜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극독의 식물이기도 합니다. 


한방에서는 붉게 익은 열매를 강심제나 이뇨제, 혈액순환촉진제 등으로 사용하고 뿌리는 심장이 약하거나 종기, 타박상,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 등에 이용한다고 하지만 모두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야 합니다. 


가장 큰 용도는 아무래도 관상용인데 공원의 나무 그늘 밑에 군식해도 좋고 분에 몇 포기가 어우러지게 심어도 좋습니다. 꽃이나 잎으로 꽃다발을 만들기도 하는데 특히 신부의 부케에 많이 쓰입니다. 꽃에서는 향기 나는 기름을 뽑기도 하고요.

봄에 산길에서 은방울꽃을 만나면 잎새를 들추어 보일 듯 말 듯 숨어 있는 아름다운 꽃송이를 찾아 보세요.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답니다. 그래서 이 꽃의 꽃말이 ‘행복’이랍니다. 

세밀환 = 이숭현 / 국립수목원 제공
세밀환 = 이숭현 / 국립수목원 제공

■ 은방울꽃  

    과명 : 백합과(Liliaceae)
    학명 : Convallaria keiskei Miq.
    특징 : 여러해살이풀, 키 20∼30㎝
             잎 / 3월 2장씩 나와 밑부분을 싸서 원줄기처럼 보임, 타원형, 길이 12∼18㎝
             꽃 / 백색, 종 모양, 길이 6∼8㎜, 꽃대 20∼30㎝. 4∼5월 개화
             열매 / 장과, 공 모양, 지름 6㎜, 빨간색으로 익음

■ 기사 원문 PDF 파일로 읽기 

   봄바람 살랑살랑 부노라면 은방울 딸랑딸랑 울리면서 행복이 조랑조랑 열린대요 

   http://pdf.dema.mil.kr/pdf/pdfData/2017/20170324/B201703241401.pdf

   국방일보 기획 ‘DMZ 식물 155마일’ 2016년 3월 24일자 은방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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