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러리 DMZ 식물 155마일

동의나물

입력 2017. 03. 18   11:41
업데이트 2018. 12. 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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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 초록잎 사이사이 샛노란 눈웃음꽃 ‘방긋방긋’


동의나물 사진= 양형호 / 국립수목원 제공
동의나물 사진= 양형호 / 국립수목원 제공


사방에서 꽃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래도 DMZ 산자락, 그늘진 사면엔 아직 흰 눈이 소복합니다. 계곡 가엔 얼음이 얼어 있기도 하지요. 


그 개울의 얼음이 혹은 눈들이 소리 없이 조금씩 녹아 졸졸졸 물이 흐르기도 합니다. 귀 기울여 그 물소리를 들으면 봄소식을 전하는 듯하여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닙니다. 


숲의 물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이 봄에, 그 물가에 환하게 피어날 동의나물이 생각났습니다. 우리가 이미 봄을 느끼듯, 동의나물도 때가 오고 있음을 감지하고 물가 어딘가에서 새봄을 맞이할 꼼지락거림을 이미 시작했을 겁니다.

 

동의나물 사진= 양형호 / 국립수목원 제공
동의나물 사진= 양형호 / 국립수목원 제공


동의나물은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DMZ 숲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 높지 않은 숲의 습한 곳 혹은 개울가에서 자랍니다. 흰색의 굵은 뿌리와 가는 뿌리가 잘 발달해 있습니다. 겨울을 이기고 봄을 맞이하는 저력이 여기서 나오겠지요. 


속이 빈 줄기가 비스듬히 자라다 뿌리를 내리면 그곳에서 다시 곧은 줄기가 나오며 때론 가지를 만들어 전체적으로 한 아름 되는 포기를 만듭니다. 키도 크지 않아서 무릎 높이를 넘지 않으므로 자라는 모습이 마치 숲속에 정원을 만들어 놓은 듯 아름답지요.


왜 이름이 동의나물이 됐을까요? 


지방에 따라서는 이 식물을 동이나물이라고도 하는데 언제나 맑은 냇가에 발을 담그고 자라며, 둥근 잎새를 깔때기처럼 겹쳐 접으면 물 한 모금 담을 수 있는 작은 동이가 돼 마른 입술을 축일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얼개지 또는 얼갱이라고도 합니다. 영어 이름은 멤브러네이셔스 마시 메리골드( Membranaceous marsh marigold)이고요.

동의나물은 이름의 느낌처럼 동글동글합니다. 


뿌리 주변에서 모여 나는 잎도 둥근 심장 모양 혹은 둥근 콩팥 모양이지요. 꽃들은 50㎝ 정도의 꽃자루에 달리는데 비스듬히 자라다가 윗부분이 바로 서며 그 끝에 2개 정도씩 꽃들이 달립니다. 샛노란 꽃들이 참으로 밝게 피어납니다. 


꽃을 들여다보면 5장 또는 여섯 장의 꽃잎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번 살펴보세요. 꽃받침을 찾을 수가 없지요? 이 동의나물이 속한 집안은 원시적인 식물 집안이어서 꽃잎과 꽃받침이 구분돼 있지 않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샛노란 다섯 장을 보통은 화피(花被) 즉 꽃조각이라고 부릅니다. 


화피 속에는 수술이 가득합니다. 역시 노란색이에요. 동의나물이 밝은 아름다움을 가진 것도 다 이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동의나물 열매.  사진=양형호 작가
동의나물 열매. 사진=양형호 작가

 

동의나물은 물가에 사는 특성 때문에 연못 주변에 심으면 아주 좋습니다. 군부대에서 때로 연못을 만들기도 하나요? 그렇다면 반드시 이 동의나물을 심어 키우세요. 아주 잘 자라고 아름다우며, 꽃이 지고 난 다음에 남아 있는 잎새의 모양도 예뻐서 여러모로 좋습니다.


한방에서는 여제초·수호로라는 생약명으로 뿌리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약재로 씁니다. 진통·최토·거풍 등에 효과가 있고 가래가 많이 생기거나 몸살 기운이 있을 때, 머리가 어지럽거니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 치료제로 쓴다고 합니다. 


또 이질에도 쓰이는데 많이 먹으면 위장이나 신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하니 전문가 처방 없이 일상생활에 활용하면 안 됩니다. 골절상에 뿌리를 찧어서 아픈 곳에 붙이기도 하고, 치질이 있을 때 물에 넣고 달여 복용한다고 하니 전투 등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이 될 만한 식물이지요.

이름 뒤에 나물이라는 글자가 붙은 만큼 식용도 가능하지만 다소 독성이 있으므로 어린잎을 삶아서 잘 우려낸 후 먹어야 합니다. 병균을 죽일 만큼 강한 성분이 있으니 식용으로 순한 식물이 아닌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한 시인은 동의나물을 두고 방긋방긋 눈웃음을 지으며 가득한 햇살을 머금은 듯 행복한 표정을 하고서 우리 앞에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동글동글 반질반질한 귀여운 잎새, 샛노랗고 오목하고 예쁜 꽃송이는 수줍은 산골 소녀처럼 밝고 곱습니다. 이 꽃을 만나는 장병 여러분의 입가에도 환한 미소가 머물기를 바랍니다.


동의나물 사진= 양형호 / 국립수목원 제공
동의나물 사진= 양형호 / 국립수목원 제공


■ 동의나물

과명 : 미나리아재빗과(Ranunculaceae)
학명 : Caltha palustris var. membranacea Turcz.
분포 : DMZ 전역의 산지 습지
특징 : 여러해살이풀, 키 50㎝
        잎 / 둥근 심장 혹은 콩팥 모양, 길이 5∼10㎝
        꽃 / 4월에 개화, 노란색, 지름 2㎝
        열매 / 골돌, 6∼7월 성숙, 별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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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글동글’ 초록잎 사이사이 샛노란 눈웃음꽃 ‘방긋방긋’ 

   http://pdf.dema.mil.kr/pdf/pdfData/2017/20170317/B201703171401.pdf

   국방일보 기획 ‘DMZ 식물 155마일’ 2016년 3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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