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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의바람꽃

입력 2017. 03. 11   16:57
업데이트 2018. 12. 1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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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 언 땅 뚫고 고개 내민 화피…‘못다 핀 사랑’ 꽃이돼 피었네


영어명 아네모네…꽃의 여신 플로라의 시녀

플로라의 연인 바람의신이  질투 느껴 꽃으로 만든 신화 간직


꽃샘추위가 찾아왔습니다.  봄이 겨울 문턱을 넘을까말까 아직도 망설이는가 봅니다.


DMZ에서는 봄의 문턱이 더욱 높습니다. 동부전선의 높은 곳으로 오를수록 더욱 그러하겠지요. 봄비는 그곳에서 때늦은 눈이 돼 내리기도 합니다. 


눈 치우느라 고생하는 장병이 많지만, 사실 숲에 쌓인 눈은 식물들이 살아가는 데 아주 긴요합니다. 


순결한 백색의 아름다운 꽃 꿩의바람꽃. 사진 = 양영호 / 국립수목원 제공
순결한 백색의 아름다운 꽃 꿩의바람꽃. 사진 = 양영호 / 국립수목원 제공

이불처럼 나뭇가지들을 덮어 가장 무서운 찬바람의 피해를 막아 줍니다. 또한 약한 가지들을 솎아내 남은 가지들을 건강하게 해 주고, 가지들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풀까지 비치도록 해 줍니다. 


무엇보다도 이른 봄, 가장 마른 시기에 새싹을 틔워야 하는 식물들에게 살살 녹는 눈이야말로 더없이 소중한 생명의 물이지요. 한 번에 숲을 날려 보낼 수 있는 산불의 위험도 뚝 떨어집니다.


높은 산에 쌓였던 눈이 녹고 나면, 아니 아직 잔설이 다 녹기도 전에, 땅 위로 줄기를 올려 잎도 나기 전 꽃부터 피워내는 부지런한 봄꽃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복수초, 얼레지, 처녀치마, 앉은부채…. 

많은 봄꽃이 있지만 이 시기에 눈처럼 깨끗한 흰 꽃들을 만났다면 바람꽃 집안의 식구들입니다. 


바람꽃이라니, 이름이 재미나죠? 


바람꽃 집안은 꽃대가 하나씩 올라오는 홀아비바람꽃, 똑같이 둘이 올라오는 쌍둥이바람꽃, 옆에서 서로서로 외치는 나도바람꽃,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회리바람꽃, 변산바람꽃 등등 숱한 형제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봄에 핍니다. 꿩의바람꽃은 그중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종류입니다. 높은 산에 올라가 볕이 드는 낙엽수 밑을 보면(물론 아직 나뭇가지엔 잎이 트기 전입니다)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래도 산이 제법 높이도 있고 좋은 숲의 구성을 갖춰야 합니다. 


꿩의바람꽃은 바람꽃속, 영어로는 아네모네(Anemone)속으로 분류됩니다. 아네모네는 희랍어로 바람의 딸이란 뜻이니 우리말 이름이 바람꽃이란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부지런한 벌이 찾아드는(왼쪽) 꿩의바람꽃은 새싹이 올라와 잎이 나기 전 꽃이 피기 시작한다. 사진 = 양영호 / 국립수목원 제공
부지런한 벌이 찾아드는(왼쪽) 꿩의바람꽃은 새싹이 올라와 잎이 나기 전 꽃이 피기 시작한다. 사진 = 양영호 / 국립수목원 제공

그리스·로마신화에는 바람꽃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람꽃 즉 아네모네는 꽃의 여신 플로라의 시녀였습니다. 그런데 플로라의 연인인 바람의 신이 아네모네를 사랑하게 되자 질투를 느낀 플로라는 아네모네를 먼 산으로 쫓아냈습니다. 그러나 바람의 신은 끝까지 아네모네를 찾아 만났고 얼싸안았지요. 


더욱 화가 난 플로라는 아네모네를 한 송이 꽃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바람의 신은 아네모네를 잊지 못하고 바람이 되어 항상 이 꽃을 어루만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저리 가녀린 줄기에 꽃이 달릴까 싶지만 그래도 언 땅을 뚫고 나와 씩씩하게 꽃이 핍니다. 참 장하다 싶어요.

 

봄 숲에 피어나는 꿩의바람꽃 군락. 사진=양영호 국립수목원 제공
봄 숲에 피어나는 꿩의바람꽃 군락. 사진=양영호 국립수목원 제공


꽃잎과 꽃받침이 구분되지 않아 그냥 화피(花被)라고 부릅니다. 꽃 밑에 잎처럼 달리는 것은 잎이 아니라 총포입니다. 정작 잎은 꽃이 스러질 즈음 나오는데 3갈래씩 두 번 갈라졌고 그 끝이 둥글둥글해서 부드러운 느낌입니다. 이 잎이 양분을 열심히 만들어 땅속줄기에 저장하고 다른 식물들이 비로소 기지개를 켜고 다투어 나올 즈음 지상에서 사라집니다.


땅 위의 꽃과 줄기는 연약해 보이지만 땅속에는 뿌리줄기가 굵게 옆으로 자라는데 한방에서는 이 부분을 죽절향부(竹節香附)라 하여 경련이나 골절에 따른 통증 등에 약으로 쓴다고 합니다. 


고산에 있는 진지 주변을 아름다운 꿩의바람꽃 밭으로 만들고 싶으시다면 초여름에 충분히 익은 씨앗을 바로 뿌리는 것이 좋습니다. 땅속에 뿌리줄기들이 이어져 있어서 옮겨심기는 좀 어렵습니다.

이른 봄 숲에 피어나는 꿩의바람꽃은 그 모습이 너무 고와서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꿩의바람꽃은 지난주 소개해 드린 얼레지나 현호색 등과 함께 어우러져 그야말로 봄의 꽃밭을 만들지요. 키는 고만고만하게 한 뼘을 넘기지 않고 숲을 덮으니 꽃방석이라도 깔아놓은 듯싶답니다.

세밀환 = 이숭현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세밀환 = 이숭현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 꿩의바람꽃

 

학명 : Erythronium japonicum (Balrer) Decne

과명 : 미나리아재빗과(Ranunculaceae)
분포 : DMZ의 산지

특성 : 모습 / 여러해살이풀, 키 10∼15cm
        꽃 / 꽃자루 2∼3cm, 화피 8∼13장, 백색, 3갈래로 갈라진 잎 같은 총포로 둘러싸임.
         잎 / 꽃이 진 다음 커진다. 3갈래로 두 번 갈라짐. 가장자리는 둔한 톱니.
         열매 / 수과, 5∼6월 성숙, 암술대가 꼬리 모양으로 달림.


 ■ 기사 원문 PDF 파일로 읽기 

     장하다! 언 땅 뚫고 고개 내민 화피… 못다 핀 사랑 꽃이돼 피었네 

     http://pdf.dema.mil.kr/pdf/pdfData/2017/20170310/B201703101401.pdf

     국방일보 기획 ‘DMZ 식물 155마일’ 2016년 3월 10일자 꿩의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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