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소설가 김별아가 쓰는 엄마의 병영일기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 줘 다행스럽고 또 고마워

입력 2016. 12. 2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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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53사단 서혜준 일병 어머니>


사랑하는 아들에게

2016년이 간다. 다사다난했다는 표현에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들어맞는 격동의 2016년!

세상이 변한 만큼 너의 삶도, 덩달아 엄마의 삶까지도 달라졌구나. 7월의 폭염 속에서 입대해 신병 훈련을 받고, 여전히 무더웠던 8월에 후반기 교육을 마친 후 자대 배치를 받고, 11월에 드디어 일병으로 진급해 달콤한 신병 휴가까지 즐겼지. 고작 여섯 달이 지났을 뿐인데 그 이전의 일상이 어땠는지 까맣게 잊어버릴 만큼 너무 많은 것이 변해버렸어.

처음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과 마음이 부대꼈겠지. 엄마도 홀로 모든 걸 헤쳐 가야 하는 아들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루고 전전긍긍했단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의 편인 시간은 어김없이 흘렀고, 엄마는 네가 생각보다 훨씬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줘서 얼마나 고맙고 다행인지 몰라. 군 생활은 어디서 무얼 하는가보다 누구와 함께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니 이 모두가 부대의 간부님들과 생활관의 동기와 선후임 덕분일 터, 엄마는 고맙고 또 고마울 뿐이다.

일본의 경제학자인 오마에 겐이치는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라고 했단다. 첫 번째는 시간을 달리 쓰는 것, 두 번째는 사는 곳을 바꾸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이라지. 이 세 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게 그의 주장인데,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무의미한 행위라고!

혜준, 너는 2016년에 이 세 가지를 모두 경험했구나. 그것도 스무 살, 삶이 아직 어떤 모양으로도 빚어질 수 있는 말랑말랑한 때에 말이야. 사는 곳이 완전히 바뀌었고 시간을 전혀 달리 쓰고 있으며 새로운 사람들을 무수히 만나고 있으니, 너는 어떻게 바뀔까? 내 아들은 어떤 사람으로 변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내 아들아!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들들아! 다른 것들은 모두 잊는대도 딱 하나만 잊지 말렴. 엄마는 네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든 영원히 네 편이다. 마지막으로 철학자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했던 말을 빌려 응원과 격려를 전한다.

“자유롭고 높은 곳으로 당신은 가려고 한다. 하지만 당신은 아직 젊으며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간절히 원한다. 당신이 사랑과 희망을 결코 버리지 않기를, 당신의 영혼에 깃든 고귀한 영웅을 버리지 않기를, 당신이 희망의 최고봉을 계속 성스러운 것으로 바라보기를.”

끝내 사랑을 버리지 말고, 끝까지 희망을 놓치지 말고, 아들들아, 강건하여라!

☞★★★★★★★★★★☞ [ 본문:2 ] ☜★★★★★★★★★★☜

그동안 소설가 김별아가 쓰는 ‘엄마의 병영일기’에 한결같은 사랑을 보내주신 국군장병 및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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