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첨단세상을 엿본다 IT리포트

“차 시동 켜~” 손가락 터치 대신 음성만으로도 부릉~

입력 2016. 12. 20   15:37
0 댓글

<139> 돌아온 오디오 시대


화려한 동영상에 감춰졌던오디오의 숨겨진 매력 발견

네이버·삼성 등 ‘집중 투자’

 

AI 시대 준비에 IT 업계 ‘오디오 전쟁’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없앤다(Video kill the radio star).’ 영국 밴드 버글스(The Buggles)가 1979년 이 노래를 처음 발표했을 때에는 마치 미래를 내다본 것 같은 충격에 빠졌었다. 컬러TV가 한창 보급되던 때였던 만큼 오디오를 기반으로 한 라디오가 조만간 사라지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화려한 그래픽과 화면을 볼 수 있는 TV가 있는데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 라디오를 누가 들을까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 노래가 처음 나온 지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라디오는 건재하다. 물론 예전 같은 위세는 아니지만 따뜻하고 정감 있는 오디오는 여전히 매력적인 매체로 여겨지고 있다. 이 덕분일까. 40년 넘게 TV와 동영상의 핍박을 받으면서도 살아남은 오디오에 주목하는 글로벌 IT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관심만 갖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투자도 단행하면서 새로운 오디오 시대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네이버, 오디오에 3년간 300억 투자

네이버는 최근 오디오 분야에 3년 동안 3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웹툰과 웹소설, 동영상(MCN) 등에만 주목하는 여타 업체들과는 달리 오디오를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로 꼽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경제·지식·교양·실용 등 차별화된 오디오 콘텐츠를 선별해 제작 지원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오디오 콘텐츠 제작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팟캐스트 형태의 플랫폼도 조만간 공개할 계획이다.

네이버가 이처럼 오디오에 주목하는 이유는 화려한 동영상에 감춰졌던 오디오의 숨겨진 매력을 뒤늦게 발견한 덕분으로 보인다. 5∼10분간 짧게 즐기는 동영상·웹툰 같은 ‘스낵컬처’가 대세를 이루면서 인터넷 업계는 갈수록 줄어드는 콘텐츠 소비 시간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예전과 같은 시간 동안 네티즌들을 잡아두려면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런 악순환에서 예외적인 콘텐츠가 바로 오디오다. 아날로그 같은 따뜻함을 기반으로 한 오디오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긴 힘들지만 한번 꽂히면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다. 1시간이든 2시간이든 절반 이상의 네티즌이 끝까지 듣는다.

특히 지식을 갈구하는 소위 식자층들이 주로 듣기 때문에 구매력이 높다는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동영상·웹툰보다 광고 효과가 크다는 이야기다. 반면 제작비는 동영상이나 웹툰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한마디로 가성비 측면에서 다른 콘텐츠들이 따라오기 힘들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내년 3월 네이버의 첫 여성 대표로 취임하는 한성숙 네이버 부사장도 오디오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경영철학을 드러내려 한다고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누구나’.  SKT 제공

 

 

 

삼성도 음향업체 9조 원에 인수

오디오의 숨은 매력을 깨달은 것은 네이버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무려 9조 원을 들여 세계적인 음향업체 하만(Harman)을 인수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이 이렇게 많은 돈을 들인 이유는 오디오와 관련된 하만의 기술력 때문으로 보인다.

하만은 하만카돈, JBL, 뱅앤올룹슨, 마크레빈슨, AKG 등 음악애호가에게 익숙한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소유한 업체다. 특히 벤츠, 아우디 등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에 카오디오 등을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신의 모바일 기술력에 하만의 오디오 기술을 결합해 오디오만으로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는 ‘커넥티드카’ 개발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는 스마트폰 음성명령으로 자동차의 시동을 미리 켜고 내비게이션이나 메일 확인, 음악 선곡 등도 말만 하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술 개발도 한창

이동통신업계는 오디오를 기반으로 한 음성인식 인공지능(AI) 개발에 한창이다. 다소 불편한 키보드나 마우스, 손가락 터치 대신 손쉬운 오디오 명령만으로 조작하는 것이 목표다.

이미 SK텔레콤은 지난 9월 선보인 AI 스피커 ‘누구’를 통해 가능성을 입증했다. 작은 공기청정기와 흡사한 외모의 ‘누구’는 “오늘 날씨 어때?”라고 말하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바로 알려준다. 음악 재생, 사물인터넷(IoT) 기기 제어는 물론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과 연동해 교통 정보도 확인해준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인터넷TV 서비스인 Btv와 연동해 말만 하면 채널이 바뀌는 기능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경쟁 업체인 KT도 IPTV인 올레tv와 연결해 음성으로 TV 조작이 가능한 ‘기가 지니’ 출시를 준비 중이다. LG유플러스도 내년 상반기 중 사물인터넷이 연결된 음성인식 AI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콘텐츠는 물론 입력 도구로의 오디오 매력에 IT업체들이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이 정도면 IT업계의 오디오 전쟁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막강한 화력을 앞세운 TV·동영상의 공격을 40여 년이나 버티어내며 대세까지 꿰찬 오디오의 강인함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이국명 IT 칼럼니스트>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