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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 울려퍼진 음악 어제의 적이 친구가 되었다

입력 2016. 12. 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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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메리 크리스마스


1914년, 1차 세계대전 영국·프랑스·독일군 사이 ‘크리스마스 휴전’ 실화 바탕

박스오피스 휩쓸며 흥행 잡고

칸·아카데미 영화제 등 작품성도 인정 받아

 

 

 

부대마다 별들이 반짝인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의 안녕과 행운을 기원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병영과 병사의 마음을 밝힌다. 몇몇 부대는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분위기를 만끽하고, 장병과 함께하는 밝은 병영문화를 통해 부대 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크리스마스트리를 마련했다. 종교는 다르더라도 크리스마스트리는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따뜻한 마음의 아이콘처럼 병사들에게 다가온다.



 

 


크리스마스 캐롤에 마음을 연 병사들

때는 1914년 영국 등 연합군과 독일군이 대치하고 있는 전방의 참호. 불과 100~200m 앞에 서로 적으로 맞선 이들에게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자 각 부대의 참호에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독일군 참호 위로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더니 캐롤이 흘러나왔다. 영국군도 노래로 화답한다. 결국 이들은 크리스마스 단 하루를 위한 휴전 협정 아닌 협정을 맺는다. 불과 몇 시간 전 총구를 겨눴던 그들은 서로를 향해 겨누던 총을 버리고 ‘메리 크리스마스’를 기원한다. 나라와 생각이 다른 군인들이 서로 어울린다. 영국·프랑스·독일군은 서로 아내와 가족사진도 바꿔서 보고 축구를 하기도 한다. 적이 아닌 친구로 변해버린 그들, 이들은 어떤 마음일까?

‘메리 크리스마스’는 1914년 벨기에 이프르 지역에서 영국·프랑스·독일군 사이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크리스마스 휴전’을 바탕으로 완성된 영화다. 이 사건은 ‘크리스마스 휴전(The Christmas Truce)’이라는 이름으로 실제 전쟁사에 기록됐다. ‘메리 크리스마스’는 2005년 11월 크리스마스를 한 달 앞두고 프랑스에서 개봉해 박스 오피스 상위권을 휩쓸며 흥행 기록을 세웠다. ‘메리 크리스마스’는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출품됐고 아카데미 영화제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흥행성과 작품성을 골고루 인정받았다.



 


세계적인 소프라노·테너가 부르는 OST

영화의 매력은 음악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 이날 각국의 병사들이 마음의 빗장을 연 계기는 음악이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프랑스군을 위해 노래를 부른 독일 테너에 대한 기록도 남아 있다. 영화에서도 역시 주인공 남녀가 병사 앞에서 가곡을 부르는 장면을 시작으로 다양한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린다. 각국의 병사들이 함께 부르는 ‘Silent Night, Holy Night(고요한 밤 거룩한 밤)’외에 음악감독을 맡은 필립 롬비가 영화를 위해 작곡한 ‘I’m Dreaming of Home’ 등의 노래도 귀와 마음을 간지럽게 한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완벽한 연주에 맞춰 화려한 음색과 높은 음역으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레제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와 세계 3대 빅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를로스의 뒤를 잇는 빅테너로 불리는 ‘롤란드 빌라손’이 각각 주인공 남녀의 노래를 부른다.



국내 영화 ‘공동경비구역…’과 비슷해

‘메리 크리스마스’의 모태가 된 실제 사건은 현재까지 삼국의 군대기록보관실에 병사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나, 주고받은 편지 등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비록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적이었지만, 잠시나마 인간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은 국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나 ‘웰컴 투 동막골’의 설정과 비슷하다. 현실이 영화로 옮겨질 만큼 기적 같은 설정이었다. 전쟁 당시에는 병사들의 이런 인간적 교류는 일부 도가 넘쳤다는 이유로 처벌의 대상이 될 만하다. 영화는 그 때문에 한 인물과 한 에피소드에 집중하는 대신 하나의 카메라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벌이는 이야기를 통해 모두 다 주인공으로 그려낸다.

영화에는 영국·프랑스·독일군의 참호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고양이 한 마리가 등장한다. 프랑스군에게는 네스터, 독일군에게는 펠릭스라는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면서 사랑을 받는다. 실제 역사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각 군의 진영을 넘어다니던 고양이를 프랑스군에서 스파이로 간주, 군법에 따라 총살한 일이 있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나라와 언어는 다르지만 하나의 마음이라는 걸 드러내는 키워드와 다름없다.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2005)
감독: 크리스티앙 카리옹/출연: 다이앤 크루거, 벤노 퓨어만



<고규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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