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원종원의 올 댓 뮤지컬

사랑...음모...분노...복수로 돌아오다

입력 2016. 12. 07   17:03
0 댓글

감상 팁<92> 몬테 크리스토


‘인기 뮤지컬의 귀환’ 내년 2월 12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무대에

탄탄한 원작·강한 선율과 와이어 액션 등 화려한 연출로 명성 이어가

 

 

화려한 치장의 뮤지컬 무대가 근사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치밀한 복수를 위해 프랑스 파리로 복귀한 몬테 크리스토 백작의 저택도 그런 매력의 볼거리가 담긴 무대 세트다.  EMK 제공

 

 

 


 

요즘 흥행 뮤지컬들을 보면 원작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 다른 장르나 형식에서 ‘대중성이 검증된’ 물건들을 가져와 무대 문법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할 것이라는 판단이 큰 몫을 한다.

소재에는 제한이 없다. 왕년의 인기 대중음악으로 만드는 주크박스 뮤지컬도 있고, 흘러간 추억의 명화를 무대화하는 무비컬도 흔하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활자화됐던 콘텐츠가 무대에 재현됐을 때 관객이 느끼는 감동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세계적 흥행작 ‘레 미제라블’은 주인공 장발장으로 유명한 빅토르 위고의 소설이고, ‘캣츠’는 노벨 문학상을 받았던 T.S. 엘리엇의 시집이 뿌리다.

 


지난 2010년 ‘몬테 크리스토’가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기대가 앞섰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유명한 원작 소설을 무대화했다는 점은 쉽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이미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몬테 크리스토 백작(Le Comte de Monte-Cristo)’은 ‘삼총사(Les Trois Mousquetaires)’로 유명한 알렉상드르 듀마가 1844년 완간한 문학 작품이다. 흥미롭게도 두 작품은 10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요즘, 대한민국에서 뮤지컬로 소개되며 흥행을 기록하는 인기 레퍼토리가 됐다.

특히 ‘몬테 크리스토 백작’은 듀마의 작품 중에서 가장 큰 대중적 관심과 흥행을 불러왔던 소설로 유명하다.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됐던 전력도 있다. 무대화에 대한 시도도 이 작품이 최초는 아니다. 2005년에는 프랑스에서 불어로 선보인 적이 있으며, 이듬해에는 영국에서, 2008년에는 러시아에서도 각기 다른 버전의 뮤지컬이 등장했다. 원작 소설 자체가 예술성보다 대중적인 인기가 한발 앞설 정도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작품이었으니 무대화를 꿈꾸는 시도와 이에 대한 기대와 흥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뮤지컬의 완성도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역시 유명한 원작 소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무대에 구현해 낼 것인가 여부가 관건이 되게 마련이다. 원작의 유명세는 자칫 파생상품의 예술적 완성도에 대한 기대를 너무 높여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부류의 작품이 지닌 태생적인 한계이자 선결돼야 할 과제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가 해결해야 했던 문제는 우선 5권이라는 방대한 볼륨을 두 시간으로 정리해야 했다는 점이다. 피를 토할 정도로 억울하고 분한 모함 사건을 무대에서 구체화해야 하고, 그래서 관객들은 주인공의 분노에 공분할 수 있어야 하며, 치밀한 계획의 복수가 뒤통수를 때리고 무릎을 치게 하여야 한다. 소설과 달리 무대에서는 노래와 연기로 상황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 요인이다.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는 그런 면에서 무난한 완성도와 재미를 담은 작품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우선 음악이 좋다. 작곡가가 바로 프랭크 와일드혼이다. 그는 전작인 ‘지킬 앤 하이드’를 통해 한국 대중의 마음을 잘 읽어내는 뮤지컬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누리고 있다. 특히 몇 소절만 들어도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인 소구력이 강한 선율과 멜로디는 그가 만든 뮤지컬 음악들의 장점이다. ‘지킬 앤 하이드’에 등장했던 ‘지금 이 순간’, ‘대결’, ‘한때는 꿈에’ 등은 그래서 인정받았던 음악적 성과물들이었다.

 


‘몬테 크리스토’도 마찬가지다. 감수성이 풍부한 음악은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에드몬드가 연인인 메르세데스와 함께 서로를 그리워하며 부르는 ‘언제나 그대 곁에’나 절망의 노래인 ‘하루하루 죽어가’ 그리고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 등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자자한 뮤지컬 넘버들이다. 간혹 분노어린 하이드의 모습이 투영돼 자기복제(?)가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지만, 극적인 대비를 세련되게 포장해내는 솜씨는 스타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확인시켜주기에 아쉬움이 없다.

또 이리저리 공간의 이동을 표현해내는 지도의 등장과 활용, 물속에서 유영하는 듯한 와이어 액션, 땅굴을 파면서 탈출을 시도하는 주인공의 모습, 거대한 선박 모양의 세트, 화려한 몬테 크리스토 백작의 저택 등은 꽤 만족스러운 비주얼을 구현해내 무대를 즐기는 재미를 극대화한다.

 


‘마타하리’를 만들었던 제작사 EMK 뮤지컬 컴퍼니는 외국 원작을 라이선스 무대로 꾸미면서 비주얼 효과의 적절한 한국화에 꽤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작품에서도 그런 매력이 십분 담겨 있다.

이번 앙코르 무대에서도 실력파 뮤지컬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주인공인 몬테 크리스토 역으로는 류정한과 엄기준, 신성록, 카이가 캐스팅됐다. 그의 사랑하는 연인인 메르세데스 역으로는 조정은과 린아가 나온다. 비열한 조역인 몬데고로는 최민철과 이상현이, 빌포트 검사장으로는 조순창과 정동효가, 당글라스 역으로는 장대웅이 등장한다. 좋아하는 조합을 꼼꼼히 따져보길 권한다. 연말 데이트 코스로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 더욱 즐거운 뮤지컬이다.

상연시간 160분, 내년 2월 12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감상팁]
소설은 읽었나?

원작이 소설이다 보니 뮤지컬 감상 전후에 책을 읽는 것이 좋다. 무대에서 못다 한 이야기도 알 수 있고, 주인공의 심리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귓가를 맴도는 최고의 음악

국내에서 프랭크 와일드혼은 한때 네 편의 작품을 동시에 올렸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감미로운 선율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매력을 뿜어낸다. 음악만 따로 들어도 좋을 정도다.


역사적 배경을 염두에 두자

나폴레옹 말기라는 시대적 배경이다. 근대 유럽사와 정치적 배경을 알고서 즐기면 작품의 감상이 풍부해진다. 오랜 역사가 있는 유럽이 이야기의 배경인 것은 뮤지컬들의 특징이다.


<원종원 교수 뮤지컬평론가>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