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과 음악

뮤지컬·오페라에서 만나는 전쟁의 비극과 운명적 사랑

입력 2016. 12. 0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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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클래식만 전쟁을 표현한 건 아니다


2015~2016 시즌 미국에서 상연된 오페라 ‘아이다’의 포스터.

 

세계적 오페라 작곡가인 주세페 베르디.

 



음악과 연극·무용·미술 등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예술 오페라나 뮤지컬에도 전쟁의 흔적은 선명하다. 각 장르를 대표하는 두 작품을 소개한다. 공교롭게도 둘 다 전쟁을 배경으로 남녀 간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뤘다.


이집트 장군과 적국 공주의 비극적 사랑 오페라 ‘아이다’


세계적 오페라 작곡가인 베르디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는 1842년부터 8년 동안 14곡의 오페라를 썼다. ‘제1회 십자군의 롬바르디아인’ ‘에르나니’ ‘잔 다르크’ ‘아틸라’ ‘레냐뇨의 전쟁’ 등이 수작으로 꼽힌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모두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며, 외세(오스트리아·프랑스)에 대한 저항과 민족정신·애국심을 잘 표현했다. 베르디의 작품은 이처럼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것이 많다.



1869년 수에즈 운하 개통 기념해 제작

베르디의 대표작은 역시 ‘아이다(Aida)’다. 1869년 수에즈 운하 개통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이집트는 오랜 세월 터키의 지배를 받았다. 당시 이집트 국왕 이스마일 파샤가 국민을 위로하고,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제작을 의뢰했다. 그가 작곡가로 베르디를 고집했던 이유를 알 수 있다.

배경은 한때 이집트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에티오피아와의 전쟁이다. 이야기는 침략군에 대항할 이집트 장군을 선발하는 기도로 시작된다. 사령관에 선발된 라다메스는 원래 에티오피아 공주였으나 포로로 잡혀 노예가 된 아이다를 사랑한다. 역시 라다메스를 사모하던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는 둘의 관계를 눈치채고 질투하기 시작한다.

전쟁이 임박하자 아이다는 아버지(에티오피아 왕)와 연인(라다메스) 사이에서 갈등한다. 라다메스는 전쟁에서 대승을 거두고 개선한다. 이집트 왕은 그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라다메스는 차마 아이다를 달라고 하지 못하고 포로들을 풀어주기를 청한다. 대신 암네리스와 결혼해 왕위를 계승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아이다를 포기할 수 없었던 라다메스는 그녀와 탈출을 모의하던 중 암네리스에게 들키게 된다. 홀로 붙잡힌 라다메스는 사랑을 위해 죽음을 선택하고, 토굴에 생매장되는 벌을 받는다. 라다메스가 토굴에 갇히며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몰래 들어온 아이다가 나타난다. 결국 두 사람은 천국에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하이라이트는 라다메스의 개선 장면

하이라이트는 역시 라다메스가 ‘대승을 거두고 개선’하는 장면이다. 군중의 환호 속에 왕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자리에 앉는다. 이어서 팡파르가 울리고 이집트 군대가 개선행진곡에 맞춰 입장하며 무용수들이 축하의 춤을 춘다. 그리고 “환호로 맞으라, 승리의 군대 용사들이 행군하는 길에 월계수를 뿌리자”라는 노래로 절정에 이른다.

라다메스는 가장 마지막에 등장해 왕의 환대를 받고 암네리스가 월계관을 씌워 준다. 가장 많은 인원과 코끼리·말이 등장해 스케일이 크고, 중독성 강한 행진곡의 선율 때문에 전체 줄거리가 기억되지 않을 정도로 임팩트가 강하다.

 

베트남 소녀와 미군 병사의 사랑 그린 뮤지컬 ‘미스 사이공’
베트남전 배경…세계 4대 뮤지컬로 꼽혀

 

올해 상연된 ‘미스 사이공’의 포스터.

 


뮤지컬 작곡가 클로드 미셸 숑베르.

 


오페라에 ‘아이다’가 있다면 뮤지컬에는 ‘미스 사이공(Miss Saigon)’이 있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베트남전쟁이 배경이다.

클로드 미셸 숑베르(Claude Michel Schonberg)는 뮤지컬 작곡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첫 작품 ‘프랑스 혁명’을 필두로 ‘첫 발자국’은 프랑스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1978년 들어 너무나 잘 알려진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뮤지컬로 제작했는데, 이 작품은 1987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후 16년간 공연되며 브로드웨이 사상 세 번째 최장 공연작이자 토니상 12개 부문의 후보에 오르는 등 기염을 토했다.

1989년 작곡한 ‘미스 사이공’ 역시 큰 성공을 거두며 토니상 10개 부문의 후보에 올라 ‘오페라의 유령’ ‘캣츠’ ‘레미제라블’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힌다.



오페라 ‘나비부인’을 재구성

‘미스 사이공’엔 오페라 아이다와 유사한 모티브가 있다. 전쟁이 끝난 직후 한 장의 사진이 회자됐는데 여기엔 베트남의 한 여성이 푸른 눈을 가진 아이(혼혈)를 미국인 아버지에게 보내며 이별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작품의 줄거리를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미스 사이공’은 1904년 푸치니가 발표한 오페라 ‘나비부인’을 재구성한 것으로 ‘나비부인’의 현대판 뮤지컬인 셈이다.



아이를 위해 죽음을 택한 모정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미군 ‘크리스’는 사이공의 한 클럽에서 고아가 된 베트남 소녀 ‘킴’을 만난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킴은 부모가 정해준 약혼자 ‘투이’를 뒤로 한 채 크리스와 결혼한다. 하지만 전황이 불리해지자 미군은 철수를 결정했고, 크리스는 헬기로 떠난다. 킴은 크리스의 아이를 임신한 채 홀로 남게 된다. 호찌민 정부가 들어선 사이공에서 킴은 미군에게 협조했다는 죄로 고난의 나날을 보내며 홀로 아이를 키운다.

어느 날 월맹군에 협력해 출세한 투이가 킴을 찾아와 아들 탬을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투이의 집요함을 견디지 못한 킴은 그를 죽이고 방콕으로 탈출한다.

한편 킴이 죽은 줄로 알고 미국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린 크리스는 친구의 도움으로 아내와 함께 방콕으로 오게 되고, 킴과 재회한다. 킴은 탬을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지만 크리스의 아내는 양육비만 지원하기를 원한다. 결국 아들의 미래를 지켜주고 싶었던 킴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사진=필자 제공

<윤동일 북극성안보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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