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소설가 김별아가 쓰는 엄마의 병영일기

0.34초 같았던 3박4일 신병 휴가

입력 2016. 12. 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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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하기로는 3.4초라던, 아니 0.34초일지도 모른다던 3박4일의 신병 휴가가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갔구나. 다시 네가 떠난 자리에 덮고 자던 이불이며 벗어놓은 빨래며 걸치고 다녔던 모자와 신발이 고스란히 남아서 엄마의 허전한 마음을 찌르르 울리네. 모든 게 다 그대로인데 혜준, 내 사랑하는 아들만 없구나.

당직 대기를 하며 지새우는 밤마다 첫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궁리했다더니, 정말로 오는 날부터 가기 직전까지 촌각을 쪼개어 일정을 소화하느라 엄마도 아들 얼굴을 보기 힘들었네. 보고팠던 친구들과 이틀 밤을 꼬박 새워 놀면서 하고픈 이야기는 다 나눴니? 고등학교 동창 중에서 제일 먼저 입대하는 바람에 친구들에게도 네가 휴가 나온 첫 번째 군인 친구였겠구나. 어쩌면 저마다 달라진 생활 속에서 이야기가 겉돌기도 했을지 몰라. 고작 다섯 달 만에 너무도 낯설어진 바깥 공기에 살짝은 당황했을지도 모르고.

그래도 주눅 들지는 마. 설령 친구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너를 반기지 않고 네 경험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 해도 서운해할 것 없어. 숨 가쁘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기 몫을 챙겨가는 친구들과 비교하며 조바심을 느끼고 풀 죽을 필요도 없지. 우리는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각자의 삶을 사는 것뿐이니까. 네가 지금 겪는 일들이 네 인생에 구체적인 도움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을지라도 세상에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은 없단다. 너는 오로지 네가 주인공인 삶의 무대에서 스스로 중심을 잃지 않기만 하면 돼.

네게 그랬듯 엄마에게도 3.4초 아니 0.34초만 같았던 3박4일이었지만, 어쨌거나 엄마는 부쩍 건강해지고 약간은 눈치가 늘고 짐짓 애티를 벗은 아들을 만나 얼굴을 쓸어보고 손을 잡아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행복했단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친구들에게 달려가긴 했지만, 때마침 스무 번째 생일에 맞춰 신병 휴가를 나온 너를 위해 네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도 예매하고, 밤새워 놀고 온 네가 잠든 사이에 미역국과 케이크를 차려내면서 무어라도 아들에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어.

서울역에서는 처음이지만 지금까지 몇 번을 거듭해 겪었는데도 헤어짐은 여전히 익숙지 않아. 분명 아쉽고 복잡한 마음일 텐데도 너는 엄마를 위해 애써 담담하게 웃으며 돌아섰지. 긴장했던 적응 기간이 끝나고 안정이 되었으니 이제부터 시간이 더욱 더디게 갈지도 모르겠구나.

그래도 아들아! 초조해 말고 우유불박(優遊不迫)하길, 두려워 말고 자중자애하길. 엄마는 언제까지고 여기 이 자리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육군53사단 서혜준 일병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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