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원종원의 올 댓 뮤지컬

콘서트야? 뮤지컬이야? 추억을 부르는 주옥같은 선율에 나도 모르게 흥얼~

입력 2016. 11. 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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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그 여름 동물원


1980~1990년대에 대학 다녔다면 누구나 공감할 소재와 이야기들

 

‘혜화동’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변해가네’ ‘서른 즈음에’…

마치 ‘동물원’ 콘서트에 온 듯

 

 


 

 


주크박스 뮤지컬이 인기다. 왕년의 인기 대중음악을 가져다 무대용 콘텐츠로 재가공한 형식의 뮤지컬들이다. 올해 연말 공연가만 봐도 한두 작품이 아니다. 1980~1990년대 인기 가요들로 엮은 ‘젊음의 행진’, 김광석의 음악들을 가상의 스토리에 맞춰 재구성한 ‘그날들’, 전설의 가수 닐 세다카의 음악들로 만든 ‘오! 캐롤’ 그리고 원작 영화에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들을 덧입혀 꾸민 ‘보디가드’에 이르기까지 가히 주크박스 뮤지컬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 막을 연 창작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도 그중 하나다. 이들이 음악적 소재로 활용한 것은 1980년대 대중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밴드 동물원이다. 실제로 무대를 보면 동물원의 멤버들 - 김창기, 박기영, 유준열 그리고 여러 이유로 구체적인 이름을 사용할 수 없는 ‘그 친구’ 등 실제 밴드 멤버들에 얽힌 사연이 고스란히 무대에 등장한다. ‘혜화동’,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변해가네’,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널 사랑하겠어’ 등 그야말로 주옥같은 노래들이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객석에서 탄성에 가까운 감탄이 터져 나오는 것은 바로 이들이 관객들의 추억을 하나씩 펼쳐내며 노래를 통해 시간 여행을 경험하게 하기 때문이다. 공연을 보면서 이른 나이에 명을 달리한 ‘그 친구’의 모습이 눈에 밟혀 더욱 애잔한 마음이 드는 것은 이 작품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이자 매력이다.

무대에 나오는 배우들은 모두 직접 연주하고 노래한다. 이른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의 형식적 틀을 활용하고 있다.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는 탓에 무대 아래쪽에 별도의 연주석이나 반주팀이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 글로벌 흥행 뮤지컬 작품들에서도 이런 재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내한공연과 라이선스 뮤지컬까지 만들어졌던 원작 영화를 무대로 꾸민 ‘원스’나 엘비스 프레슬리, 조니 캐시 등 선 레코드에 소속된 젊은 뮤지션들이 마지막 스튜디오 녹음을 하는 날 풍경을 그린 ‘밀리언 달러 쿼테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무대 위에는 자연스럽게 연주석이나 악기가 드러나게 되는데 그 자체로 볼거리요 즐길 거리가 된다. 물론 동물원의 활동 모습을 추억하는 관객이라면 감동 어린 기억 속 명장면을 다시 경험해 볼 수 있는 매력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주크박스 뮤지컬이 액터 뮤지션 뮤지컬의 형식을 활용하면 더욱 강렬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일종의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무대 위 이야기의 극적 긴장감이나 리얼리티를 되살리는 데 적합해지기 때문이다. ‘그 여름 동물원’도 그렇다. 액터 뮤지션 뮤지컬의 정체성이 이야기의 리얼리즘을 극대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장치로 활용된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자체가 동물원 밴드의 실제 경험들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직접 연주하는 모습이 작품의 완성도를 이뤄내는 셈이다. 배우들의 역량과 매력, 노래나 연기 못지않은 연주 실력은 이 작품의 매력을 만들어내는 매우 주요한 도구로 작용한다. 올해 초연 무대는 그런 면에서 꽤 만족도가 높은 캐스팅을 보여준다.

우선 주인공에 가까운 창기 역으로는 여행스케치의 객원 멤버인 임진웅이 가수로도 활동하는 뮤지컬 배우 이정열과 함께 등장한다. 특유의 가창력은 물론이고 혀를 내두를 만큼 훌륭한 기타 솜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 친구’로는 홍경민과 최승열이 무대를 꾸민다. 홍경민은 가창력 면에서는 손꼽히는 대중가수라 반갑고, 최승열은 JTBC의 TV 프로그램인 ‘히든 싱어’에서 ‘그 친구’의 목소리와 너무도 비슷한 노래를 들려줘 세간에 화제가 됐던 인물이라 흥미롭다. 이들이 보여주는 무대 위 음악의 향연은 그 시절을 모르는 젊은 관객들일지라도 선율을 흥얼거리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단지 음악만이 아니다. 1980~1990년대 대학을 다녔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와 이야기들,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져 무대를 즐기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대학생들이 만나 밴드를 꾸미고 꿈을 좇는 풍경이라든지 여러 젊은 날의 추억들, 소주잔을 기울이며 정을 나누는 세상살이 등 왠지 따듯하고 애정 어린 이야기들이 무대 위에 정감 있게 재연되어 남다른 감흥을 느끼게 한다.

‘그 여름 동물원’을 찾는 객석의 풍경도 다양하다. 젊은 데이트족의 모습도 여럿이지만 부모님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젊은이들, 연말 문화회식으로 찾은 듯한 단체 관람객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양한 연령층이나 다양한 관객들로부터 공감하기 좋고, 함께 즐기기 좋은 작품이란 방증인 것 같아 흥미롭다. 오랜 세월 대중으로부터 널리 사랑받아온 인기 대중음악의 생명력이 무대를 통해 얼마나 큰 영향력을 지니게 될 수 있는지도 여실히 경험할 수 있다.


감상 팁


노래를 알면 더 재밌다

너무 유명한 노래인 데다가 ‘응답하라’의 인기로 결코 모를 수 없지만 그래도 선율을 다시 듣고 공연장을 찾으면 금상첨화다.



누구로 볼까

배우들의 조합에 따라 감상이 조금 다르다. 취향을 잘 고려해 선택하길 바란다. 그러나 어느 조합을 선택하든, 가창력이나 연주실력은 수준급 이상임을 보장한다.



분위기를 만끽하자

이야기가 꽤 감동적인 데다 ‘그 친구’에 얽힌 아린 기억을 잘 끄집어낸다. 훈훈한 노랫말과 선율이 너무 좋다. 손을 꼭 잡고 함께 볼 사람과 찾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듯!


<원종원 교수 뮤지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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