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과 심리학

소통·신뢰로 밀착 배산지 낄 틈 없다

입력 2016. 11. 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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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배신의 심리학


조직과 개인의 목표 불일치할수록

내부 갈등 많을수록 배신 여지 커져

조직 붕괴시키고 개인 심리 황폐화

‘우리·함께’의 공동체 의식 키워야

 

 

 



조직 내 대인관계에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배신의 심리도 함께 파악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완벽한 신뢰는 하나의 이상일 뿐 이 세상에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관계는 배신의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고, 그래서 우리는 신뢰와 배신의 양 극단에서 늘 긴장감 속에 줄타기를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좀 더 친밀한 관계에서는 더 완벽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배신의 가능성도 그만큼 더 크고 그 결과 역시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배신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할 필요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배신, 신뢰 ·헌신 떨어뜨리고 불신·비난 증가시켜

배신은 상대방의 기대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행동함으로써 그 상대방에게 고통을 야기하는 행동을 일컫는다. 이러한 배신은 매우 다양한 결과를 초래한다. 우선, 배신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헌신은 떨어뜨리고 불신과 비난은 증가시킨다. 이것은 관계 그 자체, 관계가 주는 혜택, 관계에 들이는 노력, 그리고 동료의식을 훼손한다. 또한 배신을 당한 사람은 자신이 기대하지 못한 기만적인 방식으로 대우받은 것에 대해 황당함과 강한 분노를 경험한다. 특히 배신은 특정 관계를 무가치하게 여긴다는 신호로 작동하기 때문에, 배신을 당한 사람은 슬픔과 실망을 느낄 뿐만 아니라 자존감에 심한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배신을 할까? 배신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배신은 의사결정의 한 과정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여러 가능한 대안 중 하나다. 따라서 그들은 배신이 다른 대안보다 자신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오면 배신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 같은 이기적 형태의 배신은 이익과 손실의 계산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이익에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물질적인 혜택이나 위험 감소와 같은 것들이 있고, 손실에는 관계 단절이나 처벌과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조직적 차원에서의 배신은 많은 요인의 산물이다. 배신하는 사람은 성격적으로 이기적이고 도덕적 책임감이 약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은 조직의 원칙을 지키는 것을 덜 중요하게 여기거나 그러한 위반이 덜 심각하다고 지각하기 쉽다. 그러나 배신이 개인적 특성에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조직이 배신을 얼마나 잘 적발할 수 있는지, 얼마나 심각하게 처벌하는지, 그리고 도덕과 원칙을 얼마나 중시하는지가 구성원들의 배신에 영향을 준다. 또한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불일치할 때, 조직 내부에 정치적 변동과 갈등이 생길 때도 사람들이 조직을 배신할 여지가 커진다.

보통 우리는 배신 그 자체가 모두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때로 배신은 조직의 변화와 리더십에 필수적이다. 몇몇 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조직의 변혁이라는 맥락에서 배신과 냉소는 좀 더 높은 목표를 위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조직의 리더는 직면한 다양한 도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사회적·심리적 지형을 파괴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악과 부패로 물든 조직을 척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를 야기한 기존의 구성원들을 배신해야 한다. 이처럼 조직의 변화와 리더의 비전 그리고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것을 도덕적 배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대방의 약점 이용하고 긍정 기대 위반

한편, 우리는 무생물적 대상에게도 배신감을 느낄까? 배신은 의도적으로 상대방의 기대를 저버림으로써 고통을 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생물적 대상은 의도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배신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많은 무생물적 대상과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그 신뢰가 깨졌을 때 배신감을 느낀다. 예를 들면, 음식·의약품·안전장치와 같은 물품이 원래의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고 해를 야기하면 우리는 배신감을 느낀다. 그래서 피부암을 야기하는 선크림, 곰을 끌어들이는 곰 퇴치기, 물을 오염시키는 정수기 등에 대해 우리는 배신당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타인의 배신과 우발적 행동이 동일한 해를 초래했더라도 배신의 경우를 더 심하게 처벌한다. 왜냐하면 신뢰한다는 것은 언제든지 배신당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인데, 배신은 바로 상대방의 이러한 약점을 이용한 것이고 또한 그의 긍정적인 기대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자동차 에어백, 흡연 탐지기, 백신과 같은 안전장치가 자체결함으로 해를 초래할 경우, 법원은 그 제조업자에게 더 심한 처벌을 내린다. 이것 역시 그들이 배신을 수반한 해를 일으켰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배신에 대해 매우 민감하고 그래서 약간의 배신이라도 그것을 피하기 위해 더 큰 비용이나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다. 직원들이 배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고용주는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한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자동차 A와 B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때 검사 결과 에어백 A가 장착된 자동차 A는 심각한 교통사고 시 그 사고로 운전자가 사망할 확률이 2%였고 에어백 B가 장착된 자동차 B는 1%였다. 그러나 자동차 B의 경우 사고가 발생해 에어백이 터질 때 그 압력으로 운전자가 사망할 확률이 1/10000(0.01%)로 나타났다. 실험 결과, 61.7%의 참가자들이 자동차 A를 선호했다. 말하자면, 약간의 배신을 피하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열등한 선택을 한 것이다.



구성원들이 조직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도록 유도

이처럼 대부분 형태의 배신은 개인이나 조직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배신은 조직을 붕괴시키기도 하고 개인의 심리를 황폐화할 수도 있다. 따라서 배신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순하면서도 자명하게도 그 반대의 현상 즉,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을 건전하게 운용해 구성원들이 자신의 조직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구성원을 우선시하는 원칙이 무너진 조직에서는 신뢰와 충성이 자라나기 어렵다. 또한 소통과 배려의 리더십을 통해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것도 부하로 하여금 위험한 상황에서도 신의를 지키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리더와 부하 간의 심리적 유대감이 우리를 배신의 아픔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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