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과 심리학

전우 울리는 왕따 적을 웃게 한다

입력 2016. 11. 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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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집단 괴롭힘의 원인과 폐해


특정인 고립 등 부당하게 가해하는 행위

희생자는 불안·우울·무기력증에 시달려

조직은 수행 성적과 응집력 현저한 저하

문제 해법, 다양성 인정과 소통 문화 정착





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말처럼, 조직의 단결과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그 조직의 내부에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 외부의 적은 때로 내부의 단결과 협동을 촉진한다. 즉, 강력한 외부의 적대적인 힘은 그것에 대항하기 위한 내부의 힘을 하나로 응집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조직 스스로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스스로 분열하고 쪼개짐으로써 외부에 대응할 힘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러한 파괴적 현상 중의 하나가 특정 집단구성원에 대한 나머지 구성원들의 괴롭힘이나 따돌림이다.



개인으로 하여금 창피·스트레스 겪게 해

집단 괴롭힘은 여러 의미를 지닌 개념이다. 특정 개인이 원하지 않는 행위를 나머지 집단구성원들이 그에게 함으로써 그 개인으로 하여금 창피·스트레스·불쾌를 겪게 하고, 이것이 조직의 차원에서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정당화할 수 없는 행동이 집단 괴롭힘이다. 또한 집단 괴롭힘은 신체적·사회적으로 더 힘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의도적으로 신체적·언어적·사회적·심리적 괴롭힘이나 해를 가하는 것이다. 즉, 집단 괴롭힘은 특정 개인에게 부당하게 해를 가해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괴로움을 겪게 하고 조직적으로는 수행성적·응집성과 같은 여러 차원에서 손실을 초래하는 행위다.

여러 연구들을 보면 집단 괴롭힘은 매우 다양한 맥락에서 발생한다. 흔히들 알고 있듯 초등학생들·중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할 뿐만 아니라, 기업체의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는 예사롭지 않은 현상이다. 군대 장면에서 발생하는 집단 괴롭힘은 특히 심각한데, 왜냐하면 적의 격퇴라는 공격을 기본으로 하는 맥락에서 또 다른 형태의 공격인 집단 괴롭힘을 방지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 규범과 거리가 있는 상황에서 총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따돌림의 부정적 결과를 훨씬 더 파괴적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괴롭히고 비난하거나 자신의 집단에서 배제

그렇다면 왜 집단 괴롭힘이 발생할까?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먼저, 집단 괴롭힘의 원인을 가해자의 개인적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보통 가해자들은 다른 사람과 원만하게 지낼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이 결여돼 있다. 그들은 자신만의 관점에서 세상을 봄으로써 정확하게 정보처리를 하지 못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문제를 볼 수 있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사회적 기술을 갖춘 가해자조차도 자신의 권력이나 힘을 느끼기 위해 피해자를 괴롭힌다. 또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가해자에 대해 지저분한 소문을 퍼뜨리거나 허위 신념을 갖기도 한다.

군대에서의 집단 괴롭힘은 조직적 특성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군대문화 속에는 고참은 신참에게 강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관습이 있을 수 있고, 군인들은 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해 이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특히 자신이 신병일 때 체벌과 같은 폭력이 자신을 강한 군인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믿는 고참은 이런 생각에 더욱 동의할 수 있다. 또한 집단적 차원의 목표 달성을 중시하는 맥락에서 조직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병사는 다른 병사들을 짜증 나게 만들 수 있다. 이때 그들은 이 병사를 괴롭히고 비난하거나 자신의 집단에서 배제하기도 한다.

집단 괴롭힘의 또 다른 요인을 다양성에 대한 인식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원인은 꽤 보편적으로 보인다. 가령 노르웨이 군인들이 보이는 괴롭힘의 원인에는 외모, 몸의 체형, 출신 지역, 발음, 피부색, 성별과 같은 요인들이 들어 있다.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집단 괴롭힘의 원인도 이와 비슷한데, 그중에는 외모, 신체적 장애, 전학과 같은 요인이 들어 있다. 이 같은 요인들은 모두 서로가 다를 수 있다는 인식 즉, 다양성에 대한 인식의 결핍에 근거한 것들이다.

집단 괴롭힘은 보통 몇몇 단계를 거치면서 발달한다. 제1단계는 최초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단계로, 보통 이때는 희생자가 나머지 사람들과 갈등적인 문제나 사건을 일으킨다. 제2단계에서 사람들은 그 희생자를 괴롭히고 오명을 씌운다. 그의 평판을 깎아내리는 소문·험담·조롱을 하는 반면, 희생자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으며, 기존의 역할을 박탈당하거나 의미 없는 일이 주어진다. 문제를 진단하는 제3단계에서 인사 담당 부서가 이 문제의 원인을 희생자의 개인적 성격에서 찾을 경우, 집단 괴롭힘의 문제는 그 희생자의 탓으로 된다.



자신감 떨어지고 임무수행 못하게 돼

집단 괴롭힘은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것은 희생자에게 불안과 우울, 무기력, 그리고 신체적 질병을 야기하고 심하면 자살에 이르도록 한다. 특히 그들이 경험하는 수치심은 자신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대우를 받지 못한 것에서 오는 자괴감으로, 그러한 감정은 인간적인 삶의 가치를 모두 상실하게 만든다. 또한 그들은 가해자에 대한 통제하기 어려운 분노를 경험하기도 하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한 것에 따른 모욕감은 상대방에 대한 치명적인 보복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집단 괴롭힘은 조직적인 차원에서도 매우 큰 악영향을 초래한다. 무엇보다도 집단 괴롭힘은 집단의 수행성적과 응집력을 저하시킨다. 각 구성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때, 그 조직은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완수할 수 있다. 이때 한두 구성원이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면,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게 되고 그럼으로써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구성원이 집단으로부터 분리되고 배제됨으로써 불편하고 긴장된 환경이 조성되고, 그럼으로써 조직의 단결력과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동시에 개방적이면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군조직에서 팀워크를 함양한다는 것은 다양성을 무시한 획일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팀워크는 가장 능력이 모자라는 구성원과 끝까지 함께하려는 동료의식이다. 그런 구성원이 전투의 승패를 결정하는 그래서 결국 나의 삶을 결정하는 곳이 군대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처럼 주어진 임무가 분명하고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이 명백할수록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삶은 더욱 다채로울 필요가 있다. 그 다채로움 속에 군조직의 진정한 힘이 숨어 있는 것이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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