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해안선따라 1만5000km 안보대장정

붉게 물든 동해… 이들이 지키면 ‘안보’가 된다

안승회

입력 2016. 10. 2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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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동해·삼척


육군23사단

칠흑같은 어두운 새벽에도 철통 같은 경계작전

“내 가족, 국민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임무 수행”

 

해군1함대

대한민국 면적과 맞먹는 광활한 바다를 책임져

대잠·해상작전 등 수행 “즉각대응태세 위해 만전”

 

 

 


 


 



북한은 1996년 9월 강릉 앞바다로 무장간첩 26명을 태운 350톤급 잠수함을 보냈고 1998년에는 잠수정을 이용해 양양 지역으로 침투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최근 20여 년 동안 동해로 침투한 사례는 없다. 육군23사단은 최근 동해 침투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는 바로 그 점이 오히려 침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유라고 말한다. 사단은 양양에서부터 강릉, 동해, 삼척에 이르기까지 동해안선 210여 ㎞에 달하는 광활한 이 지역의 안보를 책임지는 해안경계부대다. 이 아이러니한 말뜻을 경계작전 현장에서 만난 승리대대장 박지홍 중령이 설명했다.

“최근 DMZ 목함지뢰 도발, 서부전선 포격 도발 등 북한은 형태만 변화할 뿐 계속해서 도발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다음 차례는 오랜 시간 동안 침투 사례가 없었던 동해 지역이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우리는 ‘적은 반드시 내가 근무하고 있는 지역으로 온다’는 생각으로 철통 같은 경계작전에 임하고 있습니다.”

육군23사단

03:00

 

해안경계작전…훈련 아닌 실제 작전의 현장

 

 



 

 


지난 20일 새벽 3시 기자는 강원도 삼척시에 있는 육군23사단 부남소초 경계작전 현장을 찾았다. 모두가 잠들었을 시간이었지만 이곳에서는 경계작전이 한창이었다. 불이 환하게 켜진 소초 상황실은 분주했다. 상황실 근무자는 상급부대 전달 사항을 상황일지에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었고 소초장은 초소로 진입하는 초병들에게 전방 특이사항을 전달하며 실탄을 건네줬다. 기상 제원을 숙지하고 군장 검사를 마친 초병들이 경계작전에 투입됐다. 소초에서 빠져나온 초병들은 초소에 진입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밖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자칫 발을 잘못 내디디면 넘어지기 쉬운 울퉁불퉁한 좁은 길이었지만 초병들은 손전등도 없이 잘도 걸어갔다. 수백 번 거닐다 보니 책임 지역이 내 집 안같이 훤하다는 초병 말을 들으니 해안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땀방울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2인 1조로 초소에 도착해 근무교대를 마친 초병들은 본격적인 경계작전에 돌입했다. 말소리는 물론이고 작은 불빛도 새어나가지 않게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그리고 묵묵히 전방과 측방을 관측하기 시작했다. 미심쩍은 소리가 들리면 야간투시경으로 재차 확인했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것은 훈련이 아닌 실제 작전이었다. 작전현장 속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니 긴장감이 온몸을 감쌌다.

철책 너머로 보이는 동해는 고요했다. 저 멀리 어선의 불빛만이 곳곳에서 별처럼 반짝였다. 누군가에게는 낭만적인 아름다운 밤바다지만 초병들에게 어둠과 바다는 경계작전을 하는 데 방해물에 불과하다. 초병들은 밤이 되면 신경이 더욱 곤두선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청각, 시각 등 온 신경을 집중해 바다로 침투하는 적을 기다린다.


05:40
수제선 정밀정찰…적 침투 흔적을 찾아라

5시40분이 되자 어둠이 물러가고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동해에 해가 살며시 모습을 보이자 소초장이 소초 장병들을 이끌고 수제선 정밀정찰에 나섰다. 밤사이 해안선으로 침투했을지 모를 적의 흔적을 찾기 위한 정찰이 시작된 것이다.

장병들은 3인 1조로 편성돼 철책 이상 유무를 꼼꼼히 살폈다. 기자도 장병들을 따라 길게 이어진 철책 순찰로를 걸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되는 좁은 길을 고작 20여 분 걸었을까,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초소 장병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마다 철책을 살핀다. 철책 확인 결과 다행히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밤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소초 장병들의 하루가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아침에 본 철책 너머의 동해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검푸른 파도가 출렁이던 새까만 바다는 온데간데없고 가을 정취를 가득 담은 삼척 앞바다는 햇살을 반사하며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가 이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김없이 철통 같은 경계 태세로 바다를 지키고 있는 소초 장병들 덕분일 것이다.

초소에서 만난 김태환 상병은 “경계작전 특성상 낮과 밤이 바뀌어 생활하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동해를 지키는 나와 전우로 인해 내 가족,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계작전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군1함대

14:00


 

 


 

울릉도·독도 포함 9만6000㎢ 관할

오후 2시 삼척을 떠나 동해고속도로를 달려 동해시에 있는 해군1함대사령부를 찾았다.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함정들이 눈에 들어왔다. 파도가 넘실거리는 동해 군항에 단단하게 정박한 함정들이 위풍당당하게 늘어서 있었다. 마침 긴급출항 훈련 명령을 받은 1500톤급 호위함(FF) 마산함은 군항을 빠져나가 동해로 기동하고 있었다.

육군이 동해안선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면 해군은 동해상을 책임진다. 해군1함대의 책임구역을 들여다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북으로는 강원도 고성에서부터 남으로는 경북 감포에 이르기까지 해안선 길이만 528㎞에 달한다. 울릉도와 독도를 포함한 해상 면적은 무려 9만6000㎢다.

대한민국 전체 면적과 맞먹는 광활한 바다를 책임지고 있는 1함대는 해상 전투작전을 수행하는 전투전대와 해상 감시임무를 수행하는 조기경보전대, 전투군수지원 및 기지방호를 담당하는 지원전대들로 구성됐다.

함대는 적 잠수함을 찾아내 격멸하는 대잠작전을 비롯해 적 함정 침투를 대비한 해상작전, 미식별 선박 검색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긴급출항 훈련을 마치고 복귀한 성정경(중령) 마산함장은 “긴급출항 훈련은 비상대기전력의 전투준비태세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한다”며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즉각대응태세를 갖추기 위해 함정에서는 실전과 같은 교육훈련을 반복해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승회 기자 < seu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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