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맹수열 기자의 조리병과 함께 쿡

부드러운 크림소스에 탱글한 면발~ 여친과 먹었던 바로 그 맛!

맹수열

입력 2016. 10. 0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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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육군11사단 사자여단 진격대대 강태진 상병 / 크림 스파게티·3색 주먹밥


양파·마늘·햄 등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순식간에 ‘뚝딱’ 만들어 낸 크림 스파게티

구하기 힘든 버터는 식용유와 설탕 섞어 맛냈죠

 

늘 먹는 주먹밥, 뻔한 맛 주고 싶지 않아

달걀 스크램블·돼지고기 등 다양한 레시피 개발

전우들이 ‘맛있다’ 할 때 날아갈 듯 기뻐요

 

 

 


 

 

 

 

 

“와 진짜 맛있다! 리얼(진짜)이야! 리얼!” (김영섭 병장)

음식을 입에 넣자마자 탄성이 터져나왔다. 육군11사단 사자여단 진격대대 강태진 상병이 만든 크림 스파게티와 3색 주먹밥을 맛본 전우들의 반응이었다. 조리 후 남은 단출한 재료로 시중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 못지않은 맛을 만든 강 상병의 솜씨에 모두 자연스럽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리 내내 진지했던 강 상병의 얼굴에도 그제야 미소가 감돌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 군 요리의 한계를 뛰어넘다

진격대대는 사단 내에서 ‘병영식당이 좋은 부대’로 명성이 자자하다. 지난 6월에는 사단이 실시한 환경개선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비교적 시설이 노후화된 작은 부대이지만 완벽한 위생·관리와 조리병 복지에 신경을 쓰는 지휘관부터 관리관, 조리병까지 모두가 힘을 모아 이뤄낸 쾌거다. 깨끗한 환경과 열정적인 조리병들이 만들어내는 음식의 맛이 훌륭한 것은 당연한 일. 그 가운데서도 강 상병은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훌륭한 손맛으로 전우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조리병이다.

“오늘은 크림 스파게티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아무래도 군대라는 특성 때문에 시중에서 먹는 것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죠. 또 스파게티는 이상하게 ‘어려운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어 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도 적습니다. 하지만 제가 부대에서, 혹은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간단히 만들 수 있도록 알려드릴 테니 모두들 따라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5일 대대 병영식당에서 만난 강 상병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조리대에 올라와 있는 식재료를 살펴보니 정말로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었다. 양파, 마늘, 햄 등 익숙한 것들뿐이었다. 소금 등 각종 양념을 모두 합쳐도 10여 개에 불과한 이 재료로 어떻게 스파게티를 만들겠다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지만 어쨌든 강 상병을 도와 스파게티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우선은 크림소스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루(Roux)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루는 양식에서 소스, 혹은 수프의 농도를 맞추고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 많이 사용되죠. 원래는 버터와 밀가루를 이용하는 것인데 군대에서는 버터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여러 가지로 실험해본 결과 저만의 비법을 찾았습니다. 바로 버터 대신 식용유와 설탕을 섞는 것이죠. 군대에서도 연구만 충실히 한다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습니다.”

능숙하게 루의 비율을 맞춘 강 상병은 계속 요리를 이어갔다. 스파게티면을 삶는 사이 재료를 볶아 크림소스를 만들고 요리 위에 얹을 수란(달걀을 깨뜨려 끓는 물에 데쳐 흰자만 익힌 요리)을 만드는 등 요리 과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그는 마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TV 프로그램 속 ‘15분 요리 대결’에 나오는 전문 셰프처럼 주어진 재료로 순식간에 스파게티를 만들어냈다.

 


 

 

 


 

요리 속에 담긴 ‘전우애’…“조리병 생활은 나에게 행운”

강 상병이 공개한 두 번째 요리는 소박한 주먹밥이었다. 하지만 이 주먹밥 안에는 전우들을 향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우리 부대는 훈련이 많기 때문에 야전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잦습니다. 주먹밥은 훈련 때 전시 상황을 대비해 만든 메뉴죠. 처음에는 한 가지 메뉴만 만들었는데 ‘매번 같은 것을 먹으면 질리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더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게 됐죠.” 강 상병의 설명이다.

만드는 방식은 간단했다. 스크램블 주먹밥은 달걀 스크램블(달걀을 깨서 프라이팬에서 저어가며 익힌 것)과 밥을 섞어 동그랗게 뭉치면 끝이었다. 돼지고기·김치 주먹밥, 햄·채소 주먹밥도 마찬가지. 재료를 간단히 볶아 순식간에 만들었다. 강 상병은 “쉽고 편하게 만드는 것에 비해 장병들의 반응은 뜨겁다”며 “조금만 신경을 쓰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주먹밥을 먹으며 훈련의 고단함을 잊는 전우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며 “음식을 통해 전투력 상승에 기여한다는 자부심도 생긴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요리를 시작한 강 상병은 입대 전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하는 동시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등에서 일하며 노하우를 익혀왔다고 한다. 이미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조리원들의 자기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대대의 배려 덕분에 얼마 전 한식조리기능사 필기시험에도 합격했다. 강 상병은 “군대에서 얻은 것은 자격증만이 아니다”라며 “대량급식을 경험해본 만큼 전역하면 단체 급식소에서 일하면서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입대 전 특기를 살려 군 복무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강 상병은 “그런 면에서 나는 행운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10명이 채 안 되는 인원이 하루 세 번 500인분의 밥을 만드는 것은 절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그 역시 “주말에 쉬는 다른 전우들을 보면 가끔 ‘나도 놀고 싶다’는 생각을 들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늦은 시간 생활관에 올라가도 전우들이 ‘오늘 밥 진짜 맛있었다’고 말해주면 날아갈 것처럼 기쁘다”고 말했다.

“앞으로 계속 요리를 해야 할 제가 조리병 생활을 경험해본 것은 정말 큰 행운입니다. 두 번째 행운은 좋은 부대, 좋은 전우들을 만난 것이죠. 힘든 만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환경개선 경연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모두의 의기투합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항상 조리병들의 사기 고취와 환경 개선을 위해 애쓰시는 정승우(중령) 대대장님께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절대 립서비스 아닙니다!” 환하게 웃는 강 상병의 얼굴은 천생 ‘요리인’ 이었다.

 

 

 


 



 

삼색 주먹밥 레시피

 

재료 : 밥, 양파, 당근, 달걀, 햄, 김치, 돼지고기, 소금, 볶은 참깨, 김가루, 식용유


(1) 스크램블 주먹밥

① 식용유를 두르고 당근, 양파를 볶는다.
② 달걀을 풀고 소금을 넣은 뒤 스크램블을 한다.
③ 볶은 채소와 계란, 밥을 소금간을 하며 섞는다.
④ 볶은 참깨를 넣고 뭉쳐 둥글게 만든다.


(2) 햄·채소 주먹밥

① 식용유를 두르고 당근, 양파, 햄을 볶는다.
② 볶은 재료와 밥을 소금간을 하며 섞는다.
③ 볶은 참깨와 김가루를 넣고 뭉쳐 둥글게 만든다.

(3) 돼지고기·김치 주먹밥

① 식용유를 두르고 돼지고기를 볶다가 당근, 양파를 넣고 함께 볶는다.
② 김치는 따로 볶은 뒤 물기를 제거한다.
③ 볶은 재료와 밥을 소금간을 하며 섞는다.
④ 간이 다 되면 볶은 참깨와 김가루를 넣고 뭉쳐 둥글게 만든다.

 


 


 

 


 

 

크림 스파게티 레시피

재료 : 스파게티면, 양파, 마늘, 햄, 버섯, 달걀, 우유, 밀가루, 소금, 설탕, 후추, 식용유


 
①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10~15분 면을 삶는다. 면을 틈틈이 저어야 달라붙지 않는다.
② 팬에 식용유, 설탕, 밀가루를 넣고 약한 불에 저어 루를 만든다. 버터와 밀가루로 만들면 더 좋다.
③ 양파와 마늘, 햄, 버섯을 다진 뒤 볶는다.
④ ③에 우유를 넣고 끓이다 루를 넣어 농도를 맞춘 뒤 소금, 후추를 넣고 간을 한다.
⑤ 스파게티면을 건져내 찬물로 씻은 뒤 식용유를 묻혀준다. 코팅이 돼 면이 달라붙지 않고 붇지 않는다.
⑥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달걀을 깨트려 잠시 데친 뒤 건져내 수란을 만든다.
⑦ ④에 스파게티면을 넣고 살짝 볶는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우유·루로 농도를 조절한다.
⑧ ⑦을 그릇에 담고 수란을 올린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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