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안승회 기자의 필드오브밀리터

필승 환경 다 갖춘 완벽한 시뮬레이터 오늘밤 당장 전투 벌어져도 승리 자신 무적 '바다의 전사'

안승회

입력 2016. 09. 03   14:03
0 댓글

해군교육사령부 양만춘함 시뮬레이터 조함훈련·함정모의실습장 생존실습 훈련


3천여 명 거쳐간 국내 최대 함정요원 교육 시설

빔프로젝터 7대의 가상 화면 실제 같은 뷰 자랑

초계함·상륙함 등 DB 갖춰 맞춤식 훈련도 가능

 

거친 파도에 좌우로 흔들… 밤 되자 눈앞 캄캄

최악의 돌발 상황 대처 능력 키울 수 있어안전

항해 기본 조건 ‘완벽한 팀워크’ 중점 육성

 

 


 

 

양만춘함의 함교 창밖으로 아름답게 펼쳐진 시드니 항이 보인다. 거친 풍랑에 맞서 싸우며 오랜 항해를 한 끝에 항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왼편으로 보이는 오페라하우스가 반가웠다. 하지만 안심하긴 일렀다. 잠시 여유를 부린 사이 우렁찬 굉음을 내며 천둥 번개가 몰아쳤고 비바람이 점점 세지더니 검은 파도가 맹렬한 기세로 밀려왔다. 파도 때문에 방향이 틀어진 함정을 바로 잡기 위해 조타수 역할을 맡은 기자는 당직사관의 지시에 따라 타기(배의 방향을 조종하는 기계)를 돌려 침로를 변경했다.

기자가 직접 체험한 양만춘함의 시드니항 입항 상황은 실제 항해가 아닌 해군교육사령부의 조함훈련실 시뮬레이터 내부에서 펼쳐진 것이다. 시뮬레이터는 함정 요원들이 조함술을 숙달할 수 있도록 실제 함정 조종 환경과 똑같은 조건을 구현한 시설이다. 해군교육사령부는 지난 2001년 시뮬레이터 연구개발에 착수했으며 3년 동안 77억 원을 투자해 실제 조종 환경과 차이가 거의 없는 조함 시뮬레이터를 만들어 냈다. 2004년 본격적으로 전력화한 이후 2014년 추가로 16억 원을 들여 성능을 개선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함정요원 교육 시설로 지난 한 해 동안 이곳을 거쳐간 교육생 수만 3000여 명에 달한다.


양만춘함 함교 완벽 재현 ‘실제 같은 시뮬레이션’

1일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실에 들어서자 탁 트인 바다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수평 240도, 수직 32도를 빔프로젝터 7대로 구현한 가상의 화면은 실제 바다 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정교했다. 내부 역시 레이더부터 계기판, 각종 조작버튼, 조타기, 좌석 배치, 조명까지 실제 함정의 함교를 완전히 재현한 모습이었다. 오늘의 교관으로 나선 이현아(대위) 훈련관은 “시뮬레이터는 구축함(DDH)인 양만춘함 외에도 초계함(PCC)·상륙함(LST)·소해함(MHC)·고속정(PKM)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있어 함정별 맞춤식 훈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 대위는 “이러한 함정 정보와 함께 95개에 달하는 국내외 항구 데이터베이스를 3차원 시뮬레이션화해 실전에 가까운 조함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교에 서서 모의항해를 해보니 실제 환경과 똑같다는 말이 실감됐다. 밀려오는 파도에 함정이 좌우로 흔들리는 느낌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함정의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기관 전령기를 작동해 함의 속력을 높이자 함정이 파도를 가르며 힘차게 나아갔다. 항해에 방해가 되는 주변의 어선과 상선 등 접촉물들이 화면에 생겼다. 당직사관 역할을 맡은 이 대위의 명령에 따라 조타기를 좌우로 돌리며 함정의 방향을 조종했다.

안승회 기자가 함정모의실습장 내 방수·파이프 패칭 훈련장에서 함정 피격으로 인한 침몰 위기 상황이 발생하자 도구를 이용해 파이프에 생긴 구멍을 메우고 있다.

 


항해 중 교관이 야간으로 상황을 변경하자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다. 암흑같이 어두운 밤이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육안으로는 주변 물체 식별이 불가능한 상황. 이 대위의 설명에 따라 불빛 신호로 주변 선박의 이동방향을 식별했다. 선박들은 왼쪽으로 이동할 때는 붉은빛, 오른쪽으로 향할 때는 초록빛을 등화해 이동 방향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 불빛과 등대에 의지해 조심스럽게 항해를 이어갔다.

교관의 명령에 따라 통제실에서 버튼을 조작하자 비바람, 거센 파도, 저시정, 타 선박과의 접근 등 각종 상황이 화면에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파고 6m까지 재현할 수 있어 죽음의 항해라 불리는 황천항해의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또 시정을 최대 50야드까지 악화시켜 저시정 연안항해의 어려움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항해 시간을 주간·야간·황혼·새벽으로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 바다에서 언제든지 맞닥뜨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이 가능한 것이다.

“바다는 순식간에 변합니다. 변화무쌍한 해상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면 바다에 나갈 수 없죠. 함정요원들은 실제 전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이곳 조함훈련실에서 실전을 가정한 다양한 훈련을 합니다.” 하재철(원사) 조타관찰관의 말이다.

 

 


숙달되지 않은 함정요원이 실제로 망망대해 거친 바다에 나가서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것이 사실. 시뮬레이터를 통해 돌발상황 조치 능력을 반복 숙달한 요원은 실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자신 있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조함훈련실에서는 최대 70명이 동시에 훈련할 수 있다. 훈련은 통제실에서 출·입항, 해상보급, 전술기동, 인명구조, 부이계류 등 다양한 상황을 부여해 이뤄진다. 훈련은 ‘안전’에 가장 큰 역점을 두고 진행된다. ‘시뮬레이터 안인데 위험할 게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원일(중령) 조함훈련실장은 “실전 같은 조함훈련이 안전항해를 보장한다”며 “모든 훈련은 실제와 똑같이 진행되며 긴장감도 실전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함정 안에서 안전과 직결되는 것은 바로 팀워크다. 함정의 특성상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300명까지 한 배에 탄 요원들의 팀워크가 맞지 않는다면 배를 움직일 수 없다. 단 한 명의 실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개개인의 임무 수행이 완벽해야 하는 것은 물론 동료와의 호흡도 척척 맞아야 항해를 하고 나아가 전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최 중령은 “한 배를 타는 순간 전우들은 한 가족이 되는데 이들이 한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함정 요원이 완벽한 팀워크를 갖출 수 있도록 육성하고 있다”며 “내일 당장 해상에서 전투가 발생해도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요원을 길러내는 것이 우리 조함훈련실의 목표”라고 말했다.


 

 

 

‘비상 상황’ 함정 기관실에 물이 콸콸

가상 훈련인 줄 알면서도 두려움에 덜덜

수병들과 힘 합쳐 나뭇조각 등으로 파공 막아

 


함정모의실습장서 물폭탄 맞으며 생존실습 훈련

양만춘함 시뮬레이터 조함훈련을 마치고 자리를 옮겨 함정모의실습장으로 향했다. 멀리 커다란 함정 2척이 눈에 들어왔다. 함정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기자는 두 눈을 의심했다. 함정이 정박해 있는 곳은 바다가 아니라 육지였기 때문. “이곳은 실제 우리 영해를 누비며 활약하고 있는 전투함 충무공 이순신함과 보급함 천지함의 구조와 형태를 축소해 만들어 놓은 함정모의실습장입니다. 장병들의 해상 보급과 생존 관련 교육의 장으로 사용됩니다.” 현장 안내 장교의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처음 문을 연 함정모의실습장은 지금까지 1400여 명의 항해실습 교육생과 5100여 명의 생존실습 교육생을 배출했다. 현장체험형 교육시설과 실전적이고 체계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함정 실무에 들어간 교육생들이 바로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기자는 실제 천지함의 62% 크기로 만들어진 제2실습장에서 생존실습 훈련을 체험했다. 훈련은 비상상황 발생 시 대응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교관이 외부 충격에 의해 함정 기관실에 물이 새는 가상 상황을 부여하자 기자는 수병들과 함께 각종 장비를 챙겨 방수·파이프 패칭 훈련장으로 진입했다.

훈련장은 실내 가운데 격벽을 기준으로 경사도 10도의 오르막과 내리막 바닥으로 꾸며져 있어 피격 함정의 침몰 상황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었다. 격벽·바닥·파이프 등 파공(破空)된 곳곳에서 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어 실전과 유사한 긴박한 상황이 그대로 전해졌다.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는 점점 거세졌고 밀폐된 공간에서 콸콸 쏟아지는 물폭탄을 온몸으로 맞자 두려움이 엄습했다. 머릿속이 까매지면서 조금 전 배운 기본 대처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파공을 막지 않으면 함정이 침몰하게 되는 상황. 두려움에 떨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수병들과 힘을 합쳐 물줄기가 뻗쳐나오는 각종 구멍을 작은 나뭇조각과 밧줄로 막기 시작했다. 함정에 해수·청수를 공급하는 파이프에 생긴 구멍은 교관의 지시에 따라 각종 도구와 수리법으로 메워나갔다. 온몸을 던져 정신없이 새는 물을 막은 지 십여 분 후 훈련장으로 유입되는 물줄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날 훈련은 이것으로 마무리했다. 단 하루로 함정 요원의 교육을 받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잠시나마 긴장감 속에서 임무를 숙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육생 입장이 돼보니 이들이 전투준비를 위해 흘리는 땀방울이 더 소중하게 생각됐다.

해군교육사 관계자는 “함정모의실습장에서는 실전 같은 훈련을 반복해 장병들이 위기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맡은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며 “교육생들이 언제 어떤 작전에 투입돼도 임무 수행에 어려움이 없도록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승회 기자 < seung@dema.mil.kr >
사진 < 양동욱 기자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