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안승회 기자의 필드오브밀리터

요동치는 기체 팽팽한 긴장감 실전 같은 4D훈련!

안승회

입력 2016. 08. 0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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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항공작전사령부 UH-60 시뮬레이터 비행훈련


영화 ‘블랙 호크 다운’으로 유명해진 UH-60

중강습작전·화물공수·고공 강하 등 다목적 명품 헬기

돌발상황 대처 능력 키우기 위한 시뮬레이터 훈련 매우 중요

 

6축 모션 장치, 상하좌우로 실감 나는 움직임 구현

이클릭스틱 쥐고 양발 페달에 올려 놓고 균형 맞춰

창밖 입체 영상에는 한반도 전역이 그대로

위급상황 막는 자동비행조종시스템까지 그대로 재현

 

 

 


군 훈련의 4D 시대가 열렸다. 기존 3D에 또 다른 기술이 추가된 것이다. 4D는 3D 영상에 좌석 움직임과 진동 등의 물리적 효과를 추가해 실감을 더해 주는 기술과 콘텐츠들을 뜻한다. 육군항공작전사령부는 우수한 헬기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 비행훈련 4D 시뮬레이터를 도입했다. 조종사들은 시뮬레이터를 통해 실제 경험하기 힘든 극한의 환경을 극복하며 언제 닥쳐올지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 군은 지난 2004년 시뮬레이터 연구개발에 착수했으며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428억 원을 투자해 실제 조종 환경과 차이가 거의 없는 ‘UH-60 비행훈련 시뮬레이터’를 만들어 냈다. 엄격한 운용시험 평가를 거쳐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2008년 본격적으로 전력화했다. 기자는 이 비행훈련 시뮬레이터를 언론 최초로 탑승, 헬기 조종 교육을 받으며 우수한 성능을 직접 체험해봤다.



실제 조종 환경 그대로 구현해 놓은 시뮬레이터

국토의 70%가 산악지형인 한반도 특성상 헬기를 이용한 공중강습작전은 유사시 전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험준한 고지대를 차량으로 이동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리 군은 육군에 항공작전사령부(이하 항작사)를 두고 고도의 기동력과 강력한 화력을 갖춘 헬기를 이용해 지상전에 대비하고 있다. 항작사의 헬기 중 영화 ‘블랙 호크 다운’으로 대중에 널리 알려진 UH-60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서방측 국가의 표준 중형수송헬기로 이용되는 대표적인 명품 헬기다. 최대 이륙 중량 10톤으로 2시간10분 비행 거리 내 작전이 가능하며 공중강습작전, 화물공수, 고공 강하, 조명탄 투하, 산불 진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헬기다.

UH-60 조종사들은 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실전을 가정한 다양한 훈련을 한다. 하지만 헬기의 특성상 엔진 꺼짐, 악 기상 조우, 경고등 점등 등의 상황을 직접 경험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매우 큰 것이 사실이다. 실제 조종 환경을 그대로 구현해 놓은 비행훈련 시뮬레이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시뮬레이터 훈련을 통해 돌발상황 조치능력을 반복 숙달한 조종사는 실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자신 있게 비행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 시뮬레이터 덕분에 비전문가인 기자도 위험 부담 없이 헬기를 조종해 볼 수 있었다.



시뮬레이터 훈련도 실전과 같이 안전 준수

지난 1일 비행훈련 시뮬레이터 체험을 위해 육군항공작전사령부 예하 2항공여단 UH-60 시뮬레이터를 찾았다. 비록 실제 하늘을 비행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헬기를 내 손으로 조종하게 될 생각으로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부대에 도착하자 조종사 정화경 중위가 원피스 형태의 조종복을 건넸다. 정 중위는 “좁은 헬기 조종석 안에서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조종복이 원피스 형태로 돼 있어 신속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종복으로 갈아입고 나와보니 부대 곳곳에 부착된 ‘항공 안전은 사랑입니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항공부대에 와 있음을 실감했다.

자리를 옮겨 기자의 일일교관 역할을 맡은 이청수 준위를 만났다. 기자는 본격적인 조종 훈련에 앞서 시뮬레이터 운용반장을 맡은 이 준위로부터 1시간에 걸친 이론 교육을 받았다. 미리 보내준 교육 자료를 사무실에서 보고 왔지만 조종에 필요한 생소한 장비 명칭을 일일이 기억하는 게 쉽지 않아 교육시간이 꽤 지체됐다. 이 준위는 이론 교육을 통해 ‘안전’을 강조했다. 순간 뜨끔했다. ‘시뮬레이터인데 위험할 게 뭐가 있겠어’라고 생각하고 있던 기자의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조종 훈련이지만 항상 실전에 임한다는 마음가짐을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수많은 스위치와 버튼·계기판에 압도, 양손 양발 다 사용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

본격적인 훈련을 위해 시뮬레이터로 향했다. 7m가 훌쩍 넘는 거대한 돔 형태의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특이한 지지대 모양의 장치는 그 돔을 아래서 받치고 있었다.

“저 지지대는 6축 모션 장치입니다.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헬기의 실감 나는 움직임을 구현해주죠. 최대 허용 중량은 14톤으로 전기공압 방식으로 작동됩니다.” 이 준위의 말이다.

내부로 들어가 조종석에 앉자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수많은 스위치와 버튼과 계기판이 기자를 압도했다. 이 준위로부터 기본적인 비행에 필요한 몇 가지 장비 작동법과 계기판 보는 법을 배운 뒤 곧바로 시동 절차에 따라 헬기의 시동을 걸었다.

“이 헬기에는 3개의 엔진이 장착돼 있는데 2개는 비행을 위한 주 엔진이고 1개는 APU라고 불리는 보조엔진입니다. 비상시 예비 전원, 예비 유압 공급을 위해 사용되죠. APU 발전기가 교류전원을 공급함으로써 주 엔진 시동에 필요한 전원과 공압을 제공합니다.”

계속되는 이 준위의 설명을 들으며 헬기의 전후좌우 방향을 조종할 수 있는 사이클릭스틱을 오른손에 쥐었다. 왼손으로는 날개각을 꼬아 양력을 조절하는 조종간인 콜렉티브를 잡았다.

부조종석에 앉은 이 준위가 콜렉티브를 들어 올려 서서히 헬기를 이륙시켰다. 조종석에 진동이 시작됐고 시뮬레이터가 움직여 실제로 공중으로 뜨는 느낌이 들었다. 한반도 전역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창밖 입체영상도 실제와 똑같았다. 양발은 페달에 올려 수평을 유지했다. 회전익이 회전할 때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동체는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려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헬기에는 미부회전익(Tail Rotor)이 장착돼 있다. 좌우 페달을 통제해 동체의 회전을 막고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주행하고 있는 헬기 조종석에 앉아 지상을 내려다보니 하늘을 지배한 듯한 착각이 느껴졌다. 그 상태에서 항공기의 자세를 지시해주는 자세계를 수평으로 맞추고 두 손을 놓자 신기하게도 헬기는 수평을 유지하며 기동을 이어갔다. 헬기에 탑재된 자동비행조종시스템(AFCS: Automatic Flight Control System) 덕분이었다. 이 시스템은 조종사의 피로도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조종사가 정신을 잃게 되는 위급 상황에서도 헬기가 자동으로 비행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이 준위의 지시에 따라 헬기를 활주로에 착륙시켜 보기로 했다. 사이클릭을 오른쪽으로 움직여 방향을 틀자 기체가 심하게 요동쳤다. 사이클릭 조종은 상상 이상으로 민감했다. 미세하게 움직여도 기체는 큰 반응을 보였다. 활주로 위치를 확인하고 왼손으로 서서히 콜렉티브를 내려 고도를 낮췄다. 가상 속 조종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었지만 실제와 같은 환경 탓에 입은 바싹바싹 타들어 갔고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긴장이 되자 상하좌우 균형을 맞추는 것이 힘들었고 결국 활주로를 벗어나 건물에 충돌하고 말았다. 실제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니 더욱 아찔했다. 이 밖에도 고장 발생, 악 기상 조우 등 극한의 상황 속에서 비행하는 훈련을 끝으로 이날 체험을 마쳤다.


 


전투준비 위해 흘리는 조종사의 소중한 땀방울

단 하루로 헬기 조종 교육을 받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조종 기술을 완벽히 마스터하지 못하고 부대를 떠나야 하는 아쉬움을 맛봤지만 시뮬레이터의 성능을 체감하기에는 충분했다. 또 지속되는 긴장감 속에서 헬기를 조종하는 조종사의 피로도를 잠시나마 느껴보니 그들이 전투준비를 위해 흘리는 땀방울이 더 소중하게 생각됐다.

항공타격작전, 공중강습작전, 항공지원작전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항작사 소속 조종사들은 예하 여단과 야전항공단에 설치된 전술훈련 시뮬레이터를 통해 안전이 보장된 가운데 실제 전투상황과 유사한 팀 단위 전투기술을 숙달하고 있다. 항작사는 매년 육군항공사격대회를 개최해 최우수 부대와 톱헬리건을 선발해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전투조종사를 양성하고 부대별 전투수행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항작사 관계자는 “조종사들이 실제 비행에서 하기 힘든 비상절차 훈련,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 진행하는 계기비행 등은 시뮬레이터 훈련을 통해 숙달하고 있다”며 “실제와 같은 환경에서 반복숙달함으로써 조종사의 조종 능력을 끌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승회 기자 < seung@dema.mil.kr >
사진 < 양동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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