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김병재 교수의 군과 영화

내 몸은 전쟁터에서 사라져도 이름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입력 2016. 07. 1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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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트로이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뜻으로 명예의 소중함을 강조한 말이다. 옛날 당나라(後唐)와 양나라(後梁)가 전쟁을 했는데 당나라가 이겨 양나라 장수 왕언장을 사로잡았다. 당나라의 왕은 적군 장수 왕언장의 용맹성을 높이 사 자신의 부하가 돼 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왕언장은 “아침에는 양나라를 섬기고 저녁에는 당나라를 섬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오”라고 거절한다. 한 나라의 장수로서 명예를 소중히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평소 즐겨 인용하던 문구가 ‘표사유피 인사유명’이었고 이것이 나중에 ‘호사유피 인사유명’으로 변했다고 한다. 왕언장처럼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군인이 갖춰야 할 미덕 중 하나다.



명예를 위해 싸우는 아킬레우스

영화 ‘트로이’에서 주인공 아킬레우스(브래드 피트)는 후세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야말로 군인으로서 가장 명예로운 일이라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 동맹국들과 트로이 간의 전쟁을 다룬 이 영화에서 그리스 장군 아가멤논은 권력을 위해, 이타케의 왕인 오디세우스는 약소국의 연명을 위해, 트로이 둘째 왕자 파리스는 사랑을 위해, 트로이 첫째 왕자 헥토르는 트로이를 위해 싸우지만, 아킬레우스는 명예를 위해 전쟁터에 나선다.

고대 그리스 시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는 사랑에 눈이 멀어 트로이로 도주한다. 파리스에게 아내를 빼앗긴 스파르타의 왕은 형 아가멤논에게 복수를 부탁한다. 아가멤논은 모든 그리스 도시 국가들을 규합해 트로이로 쳐들어간다. 그러나 헥토르 왕자가 지키고 있는 트로이는 그 어떤 군대도 정복한 적이 없는 철통 요새다.

한편 초인적인 힘과 무예가 있는 아킬레우스는 전리품으로 얻은 트로이의 여사제를 아가멤논 왕에게 빼앗기자 더는 전투에 나서지 않는다. 아킬레우스가 전쟁에 무관심한 사이 그리스 동맹군은 힘을 잃고 계속 패하게 되고 트로이의 굳게 닫힌 성문은 열릴 줄을 모른다. 그리스 동맹국의 패색이 짙어갈 무렵 동맹국 장수 오디세우스가 절묘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그것은 바로 거대한 목마를 만드는 것이었다.




 

 

 

주인공 브래드 피트의 검술 장면 일품

영화는 줄곧 세계적인 섹시 스타 브래드 피트의 남성미에 초점을 맞추면서 헥토르와 아킬레우스의 결전에서 창검과 방패의 전투 장면 등으로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보여 준다. 특히 아킬레우스의 ‘공중 돌아 급소 찌르기’ 검술이 일품이다. 영화는 전쟁의 잔인함과 병사와 양민의 고통을 드러내면서도 적 포로와 전사자에 대한 예우, 전투와 휴전 시의 명확한 구분 등 교전수칙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약점 ‘아킬레스건’·위장술 ‘트로이 목마’

영화에는 오늘날에도 널리 회자되는 두 가지의 중요한 용어가 나온다. ‘아킬레스건(腱)’이 그중 하나다. 아킬레스건은 발뒤꿈치와 장딴지 근육을 연결하는 힘줄을 말한다. 아킬레우스는 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불사의 몸이었다. 그의 어머니 테티스가 아들을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 저승에 흐르는 스틱스 강물에 그를 담갔는데, 이때 잡고 있던 발목 부위가 물에 잠기질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 부위는 아킬레우스의 몸에서 ‘유일하게 상처를 입을 수 있는 곳’이 됐고, 오늘날 ‘치명적인 약점’을 표현할 때 쓰이게 됐다. 영화에서도 파리스 왕자가 아킬레우스의 발목을 화살로 쏴 죽인다.

‘트로이 목마(Trojan Horse)’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위장술을 말한다. 그리스 군대는 군사를 숨긴 목마를 만들어 두고 거짓으로 퇴각해 트로이군이 이 목마를 성 안으로 들이도록 함으로써 승리를 거뒀다. 오늘날 트로이 목마는 컴퓨터 악성 코드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마치 유용한 프로그램인 것처럼 위장해 사용자가 거부감 없이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생각과 몸가짐 바르게 하는 ‘명예’

“우리가 죽은 다음에도 많은 사람이 우리의 이름을 들을 수 있을 것인가?”로 시작한 영화는 아킬레우스의 장례 의식을 치르면서 “사람들은 쉽게 태어나고 죽지만, 그의 이름은 영원히 살아있다”로 끝을 맺는다. 영화 전반부, 위대한 전사임에도 애국심이 없는 아들 아킬레우스에게 어머니 테티스는 “여기(그리스)서 평범하게 결혼해 살면 이름도 잊힐 것이지만, 트로이에 가면 영광은 너의 것이 되고 세상은 용사로서 너의 이름을 오래 기억할 것”이라며 명예로운 군인이 되라고 독려한다.

명예는 사람의 생각과 몸가짐을 바르게 한다. 명예는 사람을 자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군은 명예에 죽고 산다고 할 정도로 명예를 중요시하는 조직이다. 우리 군도 명예를 스스로 포기하거나 상처를 내는 일은 없어야겠다. 또한 우리 국민도 군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병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


트로이(Troy), 2004
감독: 볼프강 페터슨 / 출연: 브래드 피트, 에릭 바나, 올랜도 블룸
영화 속에 등장하는 트로이 목마. 출처=워너 브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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