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맹수열 기자의 조리병과 함께 쿡

탱글탱글한 새우와 알싸한 마늘의 만남… 내 입속에, 하와이가

맹수열

입력 2016. 06. 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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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해군군수사령부 보급창 소모도생활관 정원석 병장 - 갈릭버터 새우덮밥


“요즘 하와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쉬림프 트럭(Shrimp Truck)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또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요리죠. 그렇지만 맛은 지금까지 소개된 어떤 요리에 못지않다고 자부합니다.”

해군군수사령부 보급창 소모도생활관 조리병인 정원석 병장은 본격적인 요리에 앞서 자신 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조리대에 늘어놓은 재료들을 본 기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약간의 새우와 버터, 다진 마늘, 양념 몇 가지…. 너무 단출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 병장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보며 일단 맞장구는 쳤지만 사실 걱정이 되기도 했다. 기자에게 정 병장을 소개해준 군수사령부 방희권 중위에게 몰래 말했다. “진짜 잘하는 것 맞죠?” 방 중위의 표정도 정 병장과 다를 바 없었다. “믿으셔도 됩니다. 진해에 있는 해군 부대 조리병 가운데 가장 요리를 잘하는 친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백문불여일식’(百聞不如一食). 일단 정 병장과 함께 요리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진해에서 느끼는 ‘하와이의 맛’, 한입 넣자 모두가 말 잃어

 

그가 준비한 요리는 ‘갈릭버터 새우덮밥’이었다. 사실 버터는 셰프들 사이에서도 ‘넣기만 하면 맛을 보장해준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검증된 식재료이기는 했다. 거기에 요즘 유행하는 마늘향을 더해 풍미를 살렸다는 것이 정 병장의 설명이다. 옆에서 그의 요리를 지켜보던 조리장 김동준 중사도 한마디 덧붙였다. “버터와 마늘로 조리한 새우를 밥에 얹어먹는 쉬림프 트럭은 현재 하와이에서 꼭 맛봐야 하는 필수 메뉴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유명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푸드트럭 한곳에서 팔고 있는 정도지만 곧 인기를 끌 것이라고 생각해요. 원석이가 좋은 아이디어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정 병장의 말처럼 조리 과정은 간단했다. 새우의 물기를 빼고 밑간을 해 비린내를 제거하는 사이 버터와 마늘, 파슬리가루를 섞어 메인 소스를 만들고 물엿과 레몬즙을 섞어 서브 소스를 준비했다. 그리고 살짝 익힌 새우에 두 소스를 넣고 조리면 끝. 조리시간은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밥에 조리된 새우를 얹기 전부터 풍겨오는 냄새는 이미 식욕을 동하기에 충분했다. 기자와 함께 정 병장을 도운 조리병 이훈철 상병은 5분 내내 “맛있겠다!” “빨리 먹고 싶다!”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내색은 안 했지만 기자 역시 이 상병과 같은 마음이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밥 위에 새우를 얹자 마음이 더 급해졌다. “일단 먹고 나서 인터뷰를 합시다.” 즐거운 시식시간. 보통 음식을 먹으며 시식평을 한다든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많았는데 이날은 달랐다. 새우와 버터소스, 밥을 모두 숟가락에 올리고 크게 한입 넣는 순간 ‘피식’하는 웃음이 나왔다. 고소하고 짭짤한 버터소스의 풍미와 탱글탱글하게 살아 있는 새우의 육질, 은근히 배어 나오는 마늘의 은은한 향까지…. 예상했던 맛이지만 그 이상의 깊은 맛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기자는 물론이고 식탁에 앉은 이들 모두 급격히 말을 잃은 채 바삐 숟가락을 놀렸다.

 

 

 

 

 

언제나 묵묵한 ‘곰 조리병’ “전우들 위해 더 맛있는 요리 하고파”

 

간단한 요리였지만 과정 하나하나에는 정 병장의 연구가 담겨 있었다. 언급한 것처럼 새우의 비린내를 제거하는 동시에 식감을 살리는 방법뿐만 아니라 파슬리가루를 소스에 넣어 향을 더한다든지, 부대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꿀 대신 물엿을 사용한 점 등 작은 것 하나하나를 배려하는 모습에서 그의 섬세한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정 병장님은 ‘곰’ 같은 선임입니다. 맡은 일을 우직하게, 아무리 촉박해도 다 해내는 믿음직한 선임이죠. 군에 오기 전 요리를 배운 적이 없는 저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알려준 고마운 분입니다. 지금도 매일매일 새로운 조리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저도 정 병장님에게 잘 배워 후임에게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후임인 이 상병의 증언을 통해 평소 정 병장의 생활을 알 수 있었다. 김 중사 역시 “정 병장은 평소 조용한 성격이지만 그 안에 담긴 요리에 대한 욕심이 느껴진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항상 웃으며 요리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면 참 기특하다”고 전했다.

사회에서 양식을 전공한 그가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화덕피자’라고 한다. 하지만 부대에서 피자를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 그래도 정 병장은 “18개월째 부대에서 수많은 음식을 만들어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렇게 많은 메뉴를 다 만들어보겠습니까?” 조리병 생활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정 병장은 “자신이 만든 요리를 전우들이 맛있게 먹는 순간이 가장 보람 있다”고 했다.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감정이지만 그는 조금 특별했다. “우리 소모도생활관 식당은 진해에 있는 많은 해군 부대 식당 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음식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과분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또 그만큼 자부심도 들죠. 이보다 기분 좋은 일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정 병장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주변의 평가도 그랬고 정 병장이 만든 요리를 먹어본 기자 역시 그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 중사는 ‘맛의 비결’로 조리병들의 열정과 조리시설의 청결함, 재료의 신선함을 꼽았다.

 

내 임무가 전투력 유지와 직결…호주로 진출해 더 많은 요리 배우고파

 

이날 취재에 함께한 원찬연(대위) 보급창 본부대장의 평가를 들어보자.

“저는 그동안 근무하며 먹어본 식당 가운데 이곳이 단연 최고라고 하고 싶습니다. 병영식사에 들어가는 재료는 사실 다 비슷한데 그것을 가지고 이렇게 맛을 내는 일은 쉽지 않죠.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소모도생활관 조리병들의 실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실제로 식당에서 장병들이 퍼가는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이제 전역을 5개월여 앞둔 정 병장은 미래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학교를 마친 뒤 동서양의 다양한 요리가 모이고 있는 호주로 진출해 더 많은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것. 하지만 그는 우선 지금은 전우들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역하는 그날까지 지금처럼 맛있는 요리를 전우들에게 계속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또 다양한 메뉴 개발을 통해 전우들의 입맛은 물론이고 제 실력을 늘리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을 겁니다. 이런 제 임무가 바로 전투력 유지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제 요리가 해군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앞으로도 열심히 음식을 만들겠습니다.”


 

 

<레시피>

갈릭버터 새우덮밥 (2인분)

재료: 밥 2공기, 새우 100g, 버터 3큰술, 다진 마늘 2큰술, 물엿 2큰술, 레몬즙 3큰술, 소금, 후추, 파슬리가루, 식용유

1.  새우를 키친타월(행주)에 올리고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해 물기를 뺀다.


 


 

 

2.  버터를 으깬 뒤 다진 마늘, 파슬리가루를 넣고 섞는다.

3.  물엿과 레몬즙을 섞는다.


 

 

4.  팬에 새우를 넣고 반쯤 익을 때까지 볶다가 2와 3을 넣고 약한 불에서 조린다.


 


 

 


 

5.  밥 위에 4를 얹는다.



 

 

Tip: 새우를 소스에 조리는 과정에서 파인애플을 넣으면 하와이 현지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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