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김병재 교수의 군과 영화

난 끝까지 남아 저세상 전우들의 친구가 될 것이다

입력 2016. 06. 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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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돌아오지 않는 해병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성공 이후 우리 국군과 유엔군은 파죽지세로 38선을 넘어 북진했다. 10월경 우리 국군은 서부지역에서 청천강까지 진격했고, 동부 전선에서도 원산과 함흥을 장악했다. 유엔군은 11월 말인 미국의 추수감사절 이전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중공군의 개입으로 6·25전쟁은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됐다. 당시 중공군은 많은 병력을 이용해 낮에는 유격전으로 우리 군에 피해를 주고, 밤에는 꽹과리·징 등을 두드려 아군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 이른바 인해전술(人海戰術)이다.



6·25전쟁 배경… 해병 용사들의 무용담

‘돌아오지 않는 해병’은 6·25전쟁을 배경으로 북한군과 중공군에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우리 해병 용사들의 무용담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신상옥 감독의 ‘빨간 마후라’와 더불어 1960년대 전쟁영화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6·25전쟁 당시 해병대의 전우애와 무용담을 주로 다루고 있으나 전쟁의 참상을 겪으면서 느끼는 인간적인 고뇌, 휴머니즘, 유머도 빼놓지 않고 있다. 영화는 제3회 대종상과 제1회 청룡상을 받았으며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다.




 

 

고아 소녀의 시선으로 전개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 소녀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인천상륙작전 이후 강대식(장동휘) 분대장이 이끄는 한 해병부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강 분대장은 분대원들과 함께 서울수복 후 북진을 거듭한다. 전투 중에 엄마를 잃은 소녀 영희를 발견한 부대원들은 상관 몰래 보살핀다. 친구(최무룡)의 형에 의해 여동생을 잃은 분대원(이대엽)은 마침 그 친구가 같은 부대로 전입해오면서 크게 대립하지만, 전투를 거듭하면서 서로에 대한 오해와 갈등을 조금씩 풀어간다. 북진 중 중공군을 만난 분대원들은 작전상의 이유로 중공군과 피할 수 없는 전투를 벌이게 된다. 수적으로 열세인 조건에서 분대원들은 사력을 다해 싸우지만, 인해전술로 쳐들어오는 중공군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이다.



실제 포탄 사용해 CG 못지않은 효과

‘돌아오지 않는 해병’은 전쟁의 참상과 전우애, 일상에서의 휴머니즘과 웃음을 적절히 배합해 보여준다. 이전의 비극적인 로맨스나 일방적인 반공영화와는 차별화된 지점이다. 1960년대 당시로선 독창적인 스타일이었다.

영화는 전쟁에 처한 철학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해병대원이 “나는 살아있는 이들보다는 죽어서 저세상으로 가버린 전우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싶습니다”라고 하자 분대장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친구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 자네는 끝까지 살아남아 사람이 사람을 살육하는 이 전쟁터의 모습을 증언해주고 인간에게 과연 전쟁이란 게 어떤 것인가를 묻게나” 하고 말한다.

당시 국방부와 해병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북한군과 벌이는 첫 시가전과 끝 부분 중공군과 싸우는 대규모 전투 장면이 백미다. 이 두 부분은 컴퓨터를 활용한 전쟁영화가 넘치는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명장면들이다. 60년대 특수효과를 낼 기술력이 갖춰지지 않아서 포격 효과는 실제 폭탄을 사용했으며 기관총 등의 사격 장면도 실탄을 이용했다. 장갑차와 엑스트라 군인 역시 해병대의 지원을 받았다. 그래서 촬영 현장에서는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 영화 포스터.

 

 

 

최민수의 부친 최무룡 등 명배우 출연

왕년 명배우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분대장 역할의 장동휘, 영화배우 최민수의 부친 최무룡,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 전 성남시장 이대엽, 탤런트 독고영재의 부친 독고성 등 원로배우나 고인이 된 연기자들이 해병대원으로 출연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만희(李晩熙·1931~1975) 감독은 이 영화로 본격 흥행감독으로 올라섰는데, 이후에도 ‘7인의 여포로’ ‘군번 없는 용사’ ‘싸리골의 신화’ 등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었다.



6·25전쟁 13만여 명의 유해 찾아야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돌아오지 않는’ 국군 장병은 15만여(전쟁기념관 현황판 기준 15만2279) 명이다. 그중 일부는 나중에 유해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13만여 명은 유해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영혼이 아직도 우리 들판과 골짜기를 떠돈다는 것은 가슴 아프고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도 다행히 지난 2007년 유해발굴감식단이 정식으로 창설돼 전국 산하에서 발굴 작업을 펼치고 있다. 호국영웅들의 유해가 하루속히 발굴돼 현충원에 안치되기를 기원해 본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 1963
감독: 이만희 / 출연: 장동휘, 최무룡, 구봉서, 이대엽

<김병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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