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꽃보다 전우

전우이자 부부로… 함께해서 더 행복해요

김상윤

입력 2016. 05. 1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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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대 부부 대대장, 공군15비 고일권 중령, 임주미 소령 부부


여보,당신’ 호칭은 집에서만… 부대에선 무조건 직책으로만 불러요.

 

 


 





나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군인의 길, 홀로 걷기엔 때로 외롭고도 험난하다.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믿어주는 부부 군인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지난 16일, 공군15특수임무비행단(이하 15비)에서 함께 근무하는 부부 대대장, 고일권 중령과 임주미 소령을 만났다. 같은 군인이자 지휘관으로서, 그리고 부부로서 최고의 동반자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꽃보다 아름다운 전우애와 부부애를 소개한다.


지휘관 부부 ‘함께하게 된 것은 행운’

 


“복지대대장님이 그렇게 생각하실 줄은 몰랐네요?” “항공기정비대대장님은 일도 좋지만, 건강 좀 챙기시죠?”

화창했던 지난 16일 정오, 부부의 날을 맞아 한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부부 군인을 만나러 15비를 찾았다. 면회실 옆 공원에 들어서자 한 쌍의 잘 어울리는 남녀 군인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 고일권(공사46기) 중령과 임주미(학사110기) 소령 부부였다. 점심시간, ‘군인’이 아닌 ‘부부’로서 차 한잔의 여유와 산책을 즐기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이들은 예의와 품격을 갖춘 지휘관의 모습을 유지했다. 임 소령은 “부대에선 무조건 직책으로 불러요. 여보, 당신 같은 호칭은 일과 이후 집에서만 사용하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고 중령과 임 소령 부부는 지난해 첫 대대장 보임과 동시에 15비에서 함께 근무하게 됐다. 최근 상시 동일근무 제도를 통해 부부 군인이 한 부대에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지만, 부부가 모두 지휘관으로서 한 부대에서 근무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고 중령은 “영관급 장교 부부가 일반 비행단에서 함께 근무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며, 함께 근무하도록 배려해준 공군과 비행단장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임 소령은 “함께 생활하게 된 이후로 서로 더 많이 이해하고 배려하게 됐다”며 “특히 초등학생 딸이 아빠와 함께 살게 된 것을 정말 좋아한다”고 전했다.



3개월 만에 결혼, ‘행복과 현실’

두 사람은 지난 2007년 12월 28일에 만나서, 2008년 3월 2일에 결혼했다. 부부가 대위·중위 시절의 일이다. 교제를 시작한 지 단 3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한 것이다. 임 소령은 “처음 연락이 왔을 때 ‘결혼을 전제로 만나자, 아니면 시작도 말자’고 말해 크게 당황했죠. 그래도 남자답고 대담한 모습이 아주 싫진 않았어요”라고 회상했다. 고 중령은 “사실 교제를 신청하기 전에 선후배를 통해 임 소령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며 “임 소령이 성실, 정직, 용기를 갖춘 사람이라는 주변의 평가에 결혼을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이렇게 두 사람은 군인답게 신속하고 추진력 있게 백년가약을 맺었고, 곧 예쁜 딸을 낳게 됐다. 그러나 행복했던 부부에게도 각각 대전과 대구에서 근무해야 하는 상황과 육아 문제는 ‘현실’이었다. 오랫동안 딸아이를 혼자 키워야 했던 임 소령은 “당시 우는 아이를 업고 부대로 돌아와 일한 적도 많았다”며 “그렇게 힘들었던 시절이 나를 정말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고 중령은 “예전에는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부부싸움도 했었는데, 함께 생활하며 오히려 그런 일이 사라졌다”며 “군인으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100점인 아내에게 정말 고맙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사실, 두 사람은 지금보다 더 빨리 함께 근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무리하게 이를 요청하거나 강행하려 하지 않았다. 부부의 이기심으로 인해 누군가 원치 않는 보직 이동을 하는 등의 상황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는 어려운 시간을 견디며 때가 오기를 기다렸고 현재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만나 한 부대에서 근무하게 됐다.

 




집에선 부부, 부대에선 전우

 


군인 부부는 함께 살게 된 이후로 대화가 늘었다. 서로의 관심사가 ‘군수업무 발전’으로 일치하기 때문이다.

고 중령은 “항공기정비, 보급수송이라는 우리 부부의 특기가 합쳐진 것이 바로 군수 분야”라며 “대화를 통해 서로의 업무에 관한 정확한 이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 소령은 “항공기정비대대장님은 퇴근 후에도 집안일에 관한 대화는 피하려 하면서, 군수 관련 주제로 말을 걸면 금방 화색이 돈다”고 웃으며 “어려운 상황에서는 서로 조언도 해주고, 많은 대화를 통해 군수장교로서 역량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임 소령의 가장 큰 걱정은 고 중령의 건강이다. 임 소령은 “워낙 일을 중시하는 사람이 지휘관으로서 살아가다 보니 부대에서 밤을 지새우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몸은 돌봐가면서 일했으면 좋겠다”고 남편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고 중령은 “끝까지 군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남편이자 전우로서 군인 아내를 응원하겠다”고 화답했다.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사진 < 이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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