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꽃보다 전우

女力 닿을 때까지… 지역사회 위해 뜁니다

조아미

입력 2016. 04. 0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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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31사단 사자연대 목포시 여성예비군소대


전남 목포시 영해동1가에 아줌마 부대가 떴다. 당당한 표정과 전투복·전투화를 제대로 갖춰 입은 모습이 여느 군인 못지않았다. 바로 육군31사단 사자연대 목포시 여성예비군소대다. ‘전우’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친 소대원들은 가정과 생업에 바쁜 중에도 지역을 위해 향토방위의 ‘파수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48주년 향토예비군의 날을 맞아 이들을 만나봤다.

 


 

급식 봉사·도시락 전달 ‘사랑나눔 앞장’

꽃샘추위로 쌀쌀했던 지난달 23일. 7명의 소대원은 지역단체인 ‘생명의 숲’ 봉사단과 함께 목포 하나노인복지관 식당에서 독거 노인과 불우이웃을 위한 점심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소대는 이날 150인분의 점심과 도시락을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펼쳤다. 오전 11시30분.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복지관으로 어르신들이 한꺼번에 모이기 시작했다. 소대원들은 밥과 국, 닭볶음, 김치, 김 등 반찬을 나눠 식판에 담고 빠르게 배식했다.

“어이~ 군인 아줌마! 나 국 조금만 더 줄 수 있어?”

점심 식사를 하던 한 어르신이 이렇게 묻자 식판을 건네던 김건자(58) 소대장이 “어르신! 군인 아줌마가 아니라 ‘여성예비군’이에요~ 많이 드세요”라며 예비군임을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이후 소대원들은 거동이 불편해 복지관으로 나와 식사할 수 없는 독거 노인을 위해 따뜻한 한 끼를 도시락으로 준비해 직접 배달했다. 이들이 찾은 곳은 목포시 서산동에 거주하는 이봉하(81) 옹의 집. 10㎡ 남짓한 이옹의 집은 무너질 듯한 작은 기와집이다. 방 안 벽은 곰팡이로 가득해 악취가 심했고 살림살이도 정돈돼 있지 않아 엉망이었다.

이를 본 전오례(49) 대원은 “이렇게 작고 열악한 환경에서 어르신이 혼자 제때 식사나 하실지 모르겠다. 다음에 소대원들과 함께 들러 어르신에게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고 집안 정리를 도와드려야겠다”고 전했다.

소대원들은 점심 식사 봉사를 비롯해 매월 2~3회 정기적으로 이웃사랑 나눔 실천을 위한 사회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노영애(63) 대원은 “어렵고 힘든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사랑을 전달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됐다. 예비군 활동을 하면 활력이 생기고 마음이 편해진다. 함께 활동하는 소대원들과 뜻이 잘 맞아 전우애도 느껴진다”며 앞으로도 봉사활동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소대원들이 목포 하나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에게 점심 배식을 하고 있다.

 



‘여군’ 꿈꿨던 소대원들, 지역 지킴이 활약

38명으로 구성된 소대는 2010년 6월 29일 창설식을 하고 향토방위 일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평시 재해재난이 발생하면 구호활동에 동참하고, 유사시에는 급식지원·응급환자 처치와 함께 후송지원, 동원령 발령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응소를 독려하는 등 지역사회를 안정시키는 선무활동을 수행한다. 이들은 목포의 ‘안보 도우미’로 매년 6시간씩 안보교육·제식훈련·응급처치교육·서바이벌 훈련 등 향토방위 작전계획훈련을 받는다.

소대원들의 입대 동기는 ‘여군’을 동경해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창설 멤버인 이인숙(56) 대원은 “고등학교 때 여군이 되고 싶었는데 몸무게가 너무 적게 나가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지인의 권유로 여성예비군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입대했다”면서 “특히 아들이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군인의 길을 택해 현재 육군3군단 예하부대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순심(59) 대원도 “여군이 꿈이었는데 친정아버지께서 반대해 꿈을 접었지만 이렇게 군복도 입고 꿈을 이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소대는 지난해 작전지원 활동에서 사단 장병들을 위해 아침부터 새벽까지 2000인분의 식사와 간식 등을 지원했다. 당시를 떠올린 김정단(60) 대원은 “몸은 힘들었지만 아줌마 정신을 가지고 임무를 무사히 마쳐 예비군으로서 뿌듯함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건자 소대장은 두 아들이 ROTC 출신이다. 큰아들 최현석 대위는 현재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 소대장은 “아들과 제가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면서 “여성예비군으로 활동하면서 여성도 남성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김 소대장은 1일 예비군의 날을 맞아 예비군 육성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국방부 장관 표창을 받는다.


소대원들이 이봉하 옹에게 따뜻한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육군31사단 예비군은>

육군31사단은 2007년 4월 광주광역시 광산구와 전라남도 순천시 여성예비군 창설을 시작으로 진도군, 광양시, 함평군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예비군을 창설했다. 현재는 18개 시·군·구 650여 명이 편성돼 동원 및 향토방위작전 전투근무지원, 편의대 활동, 피해복구 지원, 군 관련 행사 지원 등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4일 광주광역시 동구·서구·남구·북구·광산구 5개 여성예비군소대가 전국 최초로 광역시급 연합발대식을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사단은 최근 2작전사령부에서 주관한 ‘2016년 예비군훈련 준비평가’에서 존중과 배려의 예비군훈련 문화 정착과 자율참여형 스마트 훈련체계 등을 확립해 ‘우수’ 부대로 선정되기도 했다.


조아미 기자 < joajo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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