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정성엽박사의 군가이야기

제작 배경·노랫말 의미 제대로 알고 부르자

입력 2015. 12. 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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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군가, 어떻게 불러야 할까?


무조건 크게 부르지 말고

곡 만들어질 때의 상황과

전선에서 전우들이 어떤 심정으로

군가 불렀을지 이해하고

곡 리듬에 맞춰 불러야

 

 


 



군가 사용의 기원은 인간이 집단행동의 필요성을 인식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군가의 제작 목적에 근거해 군가를 만들어 사용한 역사는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 대체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형태의 군가를 제작한 역사는 유럽에서는 18세기 말께, 아시아에서는 19세기 말께부터 제작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군가는 1910년을 전후해 도산 안창호 선생이 만든 여러 편의 '애국창가'와 함께 독립군을 결성하고 불렀던 노래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군가에 대한 인식은?



군인의 사기를 드높이고 군인정신과 군대의 이념을 고취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군가의 역할은 빼놓을 수 없다. 일반 노래와 달리 군가는 매우 특정한 목적을 갖고 제작된다. 또 군가는 불특정 다수가 쉽게 부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웬만큼 어려운 군가라 할지라도 그 제작 의도를 먼저 이해한다면 가사에 몰입할 수 있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 음정도 성악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도 쉽게 낼 수 있는 음폭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군가의 전파속도도 빠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따라 부르기 쉽고 이해하기 수월하다고 해서 선율적인 아름다움과 가사에서의 통속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군가 300여 곡 중 제작된 후 50년 이상 애창되고 있는 군가들을 살펴보면 그 시대 선각자들의 의지와 국가적 운명, 그리고 개인의 고뇌 등이 함께 어우러져 탄생한 것임을 느낄 수 있다. 대체로 군가가 제작된 동기는 국난에 처한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심어 주고자 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군가는 전선에서 불렸던 만큼 전투에서의 승리를 위한 것이었으나 단지 군인들의 집단 가창용으로만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군가를 사회 여러 단체의 상징적 노래로 채택한 경우는 부지기수며 심지어 국가로 격상시킨 나라도 많다.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터키, 벨기에 등 많은 나라가 군가로 쓰이던 곡을 국가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치열한 전쟁에서 나라를 위해 싸웠던 선열들의 희생을 값지게 여겼기에 그들이 즐겨 부르던 군가를 후손들이 대대로 부를 수 있는 국가로 삼았다.



군가는 군인만 부르고 들을 수 있다?



일반인들이 전시가 아닌 평시에 군가를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러나 군가와 일반 시민들 간 관계가 그렇게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대부분 나라는 국민들이 군가를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장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우리 군가를 자유롭게 들어 볼 수 있는 장소가 없다. 전쟁기념관에도, 각군 박물관에도 없다. 중국인민해방군 군가는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장소가 있으나 우리 군가와 관련된 시설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 지역의 유명 트로트 가수의 노래비는 있어도 대한민국 최초의 군가 노래비는 없다. '육군가'를 비롯해 16곡의 군가를 작곡한 김동진 교수의 군가기념비는 없어도 그가 작곡한 '가고파' 노래비는 있다. 그나마 올해 예비역과 일반인으로 구성된 '군가합창단'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음률과 가사를 살려 잘 불러주길 바란다.


군가 교육은?


하나의 군가가 제작되면 장병들이 군가를 부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교육을 해서 장병들이 잘 부르도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대체로 우리 군의 군가 교육은 대단히 소홀히 취급돼 오고 있다. 노랫말에 대한 의미도 인식하지 못한 채 주어진 가사를 집중적으로 외울 것과 무조건 크게 부를 것을 강요받는다. 음악교육을 받은 교관에게서 군가를 배울 때도 어떻게 이러한 곡이 탄생했는지에 대한 아무런 이해도 없이 목소리에 대한 강요만 끊임없이 받으면서 배운다. 이렇게 군가를 배운 장병들이 군가에 대해 갖는 인식은 너무도 자명하다. 곡이 만들어질 때의 상황은 어떠했는지, 선배들이 전선에서 어떠한 심정으로 노래를 불렀는지 등 매우 중요한 부분은 외면된 채 의미 없는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군가 가창은 아무리 훌륭한 군가를 제작하더라도 그 의미를 알지 못하고 부르짖는 고함과 같을 뿐이다. 올바른 군가 교육을 위해서는 군가의 제작배경과 노랫말에 깃들어 있는 뜻을 설명해 준 후에 정확하게 부를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군가라고 해서 무조건 크게 불러야 한다는 잘못된 관습도 제거해야 한다. 만들어진 곡의 리듬에 따라 불러야 그 의미도 쉽게 느낄 수 있다.



군가란 조국을 지키는 숭고한 사명을 노랫말로 표현하고 비장한 음률로 나타낸 것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탄생한 노래를 조국 수호의 숭고한 사명을 지닌 많은 장병이 합창한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우리 군가도 미국·중국·프랑스의 군가·국가에 못지 않게 그 엄숙한 의미와 가창의 진지함을 느끼며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학 박사
한남대 한국군가정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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