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정성엽박사의 군가이야기

1000곡 넘는 노래 ‘김일성 찬양·전쟁준비’가 대부분

입력 2015. 12. 1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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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지도자 찬양 중심의 북한군가


4분의 2박자·4박자 곡이 많으며

상당수 일본 군가·동요 번역 사용

공훈국가합창단 러시아공연 후

전원 특별진급하기도

 

 

 

 

 

 


 

   조선인민군 즉 북한군은 1948년 2월에 정식으로 창설됐다. 그렇지만 북한에서는 1931년 9월 만주사변 발발 후 전개된 중국공산당의 항일운동에 김일성이 빨치산으로 참가했던 1932년 4월 25일을 기원으로 삼는다. 김일성은 백두산 부근에서 600명 정도의 병력을 지휘하며 항일전투를 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전투는 1937년 6월 100여 명의 병력으로 함경남도 갑산군 보천보를 일시 점령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것이 없다. 당시 마을에 일본경찰은 없었고 어린아이를 포함한 민간인 2명이 사살당했을 뿐이다. 그 무렵 정간에서 풀려난 동아일보의 두 차례 보도로 국내에 알려지게 됐으나 일제의 토벌작전으로 김일성부대는 궤멸했고 1940년 소련으로 도피했다.

 

 

북한의 혁명가요

 북한군가는 혁명가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혁명가요는 항일투쟁과 프롤레타리아 공산혁명을 반영한다. 그런데 김일성이 직접 만들었다는 혁명가요 중 상당수는 일본 군가이거나 일본의 전래동요다. 심지어는 가사도 일본에서 만든 것을 그대로 번역해 사용한 예도 있다.

 북한군 열병식 때 북한군 군악대가 반드시 연주하는 곡으로 ‘유격대 행진곡’이란 곡이 있다. 이 곡은 일본 메이지 시대 말기에 ‘가미나가 료게쓰’가 작사·작곡한 일본 유행가 ‘하이칼라 부시’의 가사를 바꾼 곡이다.

또 김일성이 1934년 항일투쟁 시기에 직접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조선인민혁명군’이란 군가는 ‘고야마 사쿠노스케’가 작곡해 1904년 1월에 발표한 ‘일본해군’이란 군가를 가사만 바꾸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높은 사상예술적 특성이 있는 불후의 고전적 명작으로 평가한다. 똑같은 선율을 차용한 곡으로는 ‘모두 다 나서자’, ‘모두 다 반일전으로’, ‘반일가’, ‘소년군가’, ‘조국해방가’ 등이 있다. 북한 군가 중 ‘결사전가’, ‘나가자 싸우자’, ‘통일 전선가’, ‘아동가’ 등은 1891년 청일전쟁을 앞두고 ‘고야마 사쿠노스케’가 작곡해 발표한 ‘적은 몇 만인가’라는 곡이다. 국내 친북세력들이 모여서 자주 부르곤 했던 북한군가 ‘적기가(赤旗歌)’는 일본노래 ‘적기의 노래’ 선율을 차용했다. 적기가는 독일민요 ‘탄넨바움’을 영국에서 ‘레드 플래그’라는 노동가요로 개사해 부르던 곡이다. 북한 혁명가요 ‘메데가’, ‘계급전가’ 등은 1900년 러시아가 청나라 사람을 대량 학살한 ‘아무르강’ 사건 이후인 1901년에 나온 곡이다. 선율뿐 아니라 가사도 일본 ‘메이데이의 노래’를 차용했다.

 


 


 


북한정권 탄생 후의 군가

 북한은 일종의 병영국가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군가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선율도 4분의 2박자, 4분의 4박자의 곡이 대부분이거니와 가사도 호전적이다. 북한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는 1946년 7월에 제작돼 이듬해에 발표된 ‘김일성 장군의 노래’다. 리찬이 작사하고 김원균이 작곡했다. 4분의 4박자의 군가로 처음에는 4절까지 있었으나 뒤에 3절로 줄었다. 김일성의 항일투쟁과 개인을 찬양하는 노래다. 1982년 김일성 생일 70주년 기념으로 세워진 평양개선문에 이 노래 가사가 새겨져 있다. 작곡자인 김원균은 북한 국가인 ‘애국가’도 작곡한 인물이다. 2006년 김정일은 ‘평양음악대학’을 ‘김원균 평양음악대학’으로 개칭하도록 했다. 북한 ‘애국가’ 작사자인 박세영은 일제강점기 친일 시를 짓기도 했으나 광복 후 월북해 북한정권 찬양 시를 다수 지어 공훈작가 칭호와 국기훈장을 받았다.

 또 북한군을 대표하는 노래로는 ‘조선인민군가’가 있다. 리범수가 작사하고 라국이 작곡했다. 북한군은 6·25전쟁 때까지는 정율성이 작곡한 ‘조선인민군행진곡’을 불렀으나 1950년 정율성이 중국으로 되돌아간 후 1950년대 중반 무렵 ‘조선인민군가’를 새로이 제작해 발표했다. 따라서 현재 북한에서 정율성의 ‘조선인민군행진곡’은 거의 불리지 않는다. 그 외 1948년 제작된 ‘인민공화국 선포의 노래’는 남북통일을 전제로 만들었다. ‘백두산 천지에서 제주도 끝까지’, ‘삼천 만’이란 가사도 나온다. 북한의 군가는 1000곡이 넘는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첫해인 2013년 10월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일’ 북한공훈국가합창단 연주회에서는 ‘조선노동당 만세’, ‘우리의 총창우에 평화가 있다’, ‘위대한 그 이름은 승리의 기치’ 등 수많은 북한군가가 연주됐다. 특히 ‘나래치라 선군조선 천리마여’라는 곡이 연주될 때는 화면에 ‘서울에 포탄이 떨어지는 현실적인 상상’이란 자막이 크게 떠 있기도 했다. 북한의 호전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특별대우받는 공훈국가합창단

 지금까지 개인숭배와 전쟁준비 일색인 북한군가에 대해 살펴보았다. 우리의 군가도 이와 같을 수는 없으나 적은 어떤 노래를 부르며 정신무장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지난 9월 북한공훈국가합창단은 러시아 연주를 다녀왔고 전원이 특진했다. 10일부터는 중국 연주에도 나섰다. 북한이 군가와 군대합창단에 왜 그렇게 공을 들이는가? 병영국가라고 무시할 수는 있으나 북한은 우리를 가장 위협하는 현실적인 적이란 사실은 변할 수 없다. 적을 알아야 적을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정책학 박사
한남대 한국군가정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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